최근에는 아예 기렌이나 바스크옴, 쟈미토프 같은 인간들은 제쳐놓고 우주세기 최악의 쓰레기 운운하는 말까지 나오고 있던데, 슬슬 보고 있자니 내가 아무리 연방빠라도 이건 너무했다 싶어서 사실관계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1/2. 샤아의 역량에 대해1) 1년전쟁 시기종종 우주괴수 아무로가 입만 산 샤아를 쳐바르고 다녔다..... 같이 이해하는 분들이 있던데 어림도 없는 이야기.
아무로를 우주괴수니 연방의 하얀악마니 칭송하는 것 자체가 한참 후부터 시작된 놀이이고, 애초에 샤아는 운용 교리 따위 전무한 신병기를 몰고 MS 역사의 여명기를 확립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원작 애니메에서 화이트베이스 멤버들이 샤아를 보는 시선은 시종일관
"무시무시한 강적인 샤아가 습격해와서 죽을 고생하며 싸워서 겨우 물리쳤다" 에 가까웠고, 결국 기량, 정신 면에서 절정에 달해있던 아무로를 동귀어진이라는 형태로나마 격파하는데 성공한 것은 오직 샤아 뿐이었다.
샤아가 건담에게 지는 장면이 왜 이렇게 많냐고?
다른 놈들은 몇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싸그리 죽었거든!2) 그리프스 전쟁 시기일년전쟁 시절의 붉은 혜성에 비하면 크와트로의 활약이 부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전작의 주역이 주인공보다 눈에 띄는 활약해버리면 이야기를 망쳐버린다는 작품 구성 상의 이유는 제외하더라도,
전작 주인공이 앞장서서 대활약한 결과
다른 최신 MS에 비해 한 세대 떨어지는 기체를 타고 야전지휘관 및 저격 역할을 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웃음거리가 될 이유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중후반부터 크와트로가 담당했던 메가바주카런처의 운용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은데, 애초에 그 역할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닌지? 미노프스키 입자로 인해 장거리 전투가 제한받는 우주세기의 전장에서 (선더볼트 같은 설정파괴는 무시하자) 메가바주카런처와 같은 병기의 진정한 가치는 MS 한두 대 잡는 것보다 측면견제로 적 부대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데 있는 것이며, 그런 흐름에서 볼 때 크와트로의 활약은 밉살스러울 정도로 우수하다 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나중에 따로 다뤄보고 싶다)
추가로 콜로니 레이저에서의 마지막 전투 말인데, 설마 당대 최고의 파일럿이 모는 최신 MS 2대가 사실상 협공을 가해오는데 백식 한 대로 버티면서 콜로니레이저 파괴를 막고 결국 살아남기까지 하는 크와트로 보고 허접하다고 까는 사람들은 없을 거라 믿는다....
3) 제2차 네오지온 항쟁 시기역습의 샤아 시절의 샤아가 정치가로서, 사상가로서, 그 이전의 한 명의 인간으로서 참담할 정도로 추락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희생한 대가였을까, 정치꾼, 전략가로서의 샤아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수완을 보여주고 있다.
하만 사후 파탄이 난 네오지온을 수습하고, 연방정부를 외교와 뇌물로 구워삶아서 화평을 믿게 만드는 한편 각 콜로니의 반란 분위기를 유도해서 론드벨을 제외한 연방 우주 함대의 발을 묶어놓았으며, 위장투항에서 루나2 습격 - 엑시즈 탈환 - 낙하작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전략을 세워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MS 전투 역시 보유무장을 다 소비하고 상대적으로 불리한 초근접전으로 이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라이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뉴건담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적에게 사이코프레임을 넘겨준 것은 어이없는 짓거리이기는 하나 결국 자신의 작전은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뒤집어질 수 없으며 아무로와의 승부는 개인적인 보너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강한 자신감의 발로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엑시즈 낙하 작전은 상식의 범주에서는 성공을 이루었다.
역샤에서의 샤아가 멍청하다고 놀리기 위해서 아래의 이미지가 자주 인용되고는 하는데, 실은 이 스샷이 오역에 기반한 왜곡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퍼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이것도 스샷과 인터넷 밈만으로 작품을 이해했다고 믿는 세태의 영향이라고 봐야 할 것인가....)
실제 해당 장면의 올바른 대사는 다음과 같다.
샤아: 후후후....하하하하!!
아무로: 뭘 웃고 있나?
샤아: 내 승리군. 지금 계산해 봤는데 액시즈의 후방은 지구의 인력에 끌려서 떨어진다!
샤아의 승리선언을 부정하면서 엑시즈를 밀어버리기 위해 달라붙는 아무로, 엑시즈를 밀어붙이는 뉴건담의 사이코프레임이 빛을 발하면서 연방군의 MS들이 차례차례 동참하기 시작한다.
샤아: 뭐지?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야? 에에이, 완전한 작전이 되지 못하다니!!이미 샤아의 작전이 (상식적인 범주에서는) 성공으로 판정난 시점에서 이 대사는 '자기가 삽질해서 실패해 놓고 이유를 몰라서 어리둥절하는 바보' 가 아니라, '이미 승리가 확신된 시점에서 알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자 더 완벽하게 못 이겼다고 짜증내는 여유' 로 봐야 하지 않을까.
갑작스런 전개에 당황하고 있는 건 사실이긴 한데, 그 누구도 상상조차 못했던 우주세기 최대의 기적을 예상 못했다고 비웃는 건 너무 불공평한 대우가 아닐까 한다. (옆에서 아무로나 브라이트도 다들 벙쪄있습니다) 샤아가 "우리가 아무리 용을 써도 사이코프레임이 인류의 의지를 모아서 엑시즈를 밀어낼테니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자" 라고 말했으면 네오지온 수뇌진들은 "총수께서 마이 아프신 것 같으니 다 포기하고 얌전히 연방정부에 투항합시다" "ㅇㅇ" 이랬겠지....
2/2 에서는 샤아의 인격 면, 특히 로리콘설에 대해서 다뤄볼까 합니다. 올해 가기 전에는 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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