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아라는 남자를 알고 있는가? (1/2) - 역량에 대해

1970년대 말, 기동전사 건담과 함께 등장한 이래 건담 시리즈를 상징하는 한 축으로서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하던 샤아 아즈나블.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너무 떠받들여져온 것에 대한 반동일까, 세월이 지나면서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게도 샤아는 재평가를 넘어서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2000년대 초부터 건담 에이스에서 연재되기 시작한 오오와다 히데키의 '기동전사 건담씨' 는 이런 흐름의 선구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샤아 놀리기가 건담 팬덤의 메인스트림에까지 뿌리 내렸다는 당시의 조류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단물 다 빠져가던 퍼스트건담이라는 소재에 대한 신선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샤아 놀려먹기'는 신구 팬들 모두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마침 활성화되던 인터넷을 통한 팬덤 확산과 맞물리면서 퍼스트 건담 계열의 메이저한 밈 중 하나로 확고하게 뿌리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밈이 오리지널을 잡아먹기 시작하였다.

초기의 샤아 놀려먹기가 어느 정도 원본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 사이에서의 농담거리로서 사용되었다면, 이후는 실제로 원작을 경험하지 않은 유저들이 주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보다 재미있게 만들기 위하여 자극적인 발췌와 편집을 통해 만든 이미지가 사실 여부와는 관계 없이 홀로 생명력을 얻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의 기억이란 것은 허술하기에, 올드팬들 역시 재구축된 해석을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이제 서브컬처 커뮤니티에서의 샤아에 대한 이야기는 혼돈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작품에 대한 난독이나 추억 왜곡 정도면 그나마 귀여운 수준이고, 멋대로 원작의 내용을 바꾸거나 존재하지 않는 내용까지 창작해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인 것이다. 어찌보면 이는 굳이 샤아만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소비되지 않는 모든 컨텐츠에 해당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작품 내용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은 물론
샤아의 활약에 초점을 맞추는 오리진을 역사왜곡이라고 우기기까지 한다.

(과도한 지온 미화에 대해서 까는 거라면야 공감하겠지만 샤아 관련 글에 달린 리플)




최근에는 아예 기렌이나 바스크옴, 쟈미토프 같은 인간들은 제쳐놓고 우주세기 최악의 쓰레기 운운하는 말까지 나오고 있던데, 슬슬 보고 있자니 내가 아무리 연방빠라도 이건 너무했다 싶어서 사실관계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1/2. 샤아의 역량에 대해

1) 1년전쟁 시기

종종 우주괴수 아무로가 입만 산 샤아를 쳐바르고 다녔다..... 같이 이해하는 분들이 있던데 어림도 없는 이야기.

아무로를 우주괴수니 연방의 하얀악마니 칭송하는 것 자체가 한참 후부터 시작된 놀이이고, 애초에 샤아는 운용 교리 따위 전무한 신병기를 몰고 MS 역사의 여명기를 확립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원작 애니메에서 화이트베이스 멤버들이 샤아를 보는 시선은 시종일관 "무시무시한 강적인 샤아가 습격해와서 죽을 고생하며 싸워서 겨우 물리쳤다" 에 가까웠고, 결국 기량, 정신 면에서 절정에 달해있던 아무로를 동귀어진이라는 형태로나마 격파하는데 성공한 것은 오직 샤아 뿐이었다.


샤아가 건담에게 지는 장면이 왜 이렇게 많냐고?
다른 놈들은 몇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싸그리 죽었거든!



2) 그리프스 전쟁 시기

일년전쟁 시절의 붉은 혜성에 비하면 크와트로의 활약이 부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전작의 주역이 주인공보다 눈에 띄는 활약해버리면 이야기를 망쳐버린다는 작품 구성 상의 이유는 제외하더라도,

전작 주인공이 앞장서서 대활약한 결과

다른 최신 MS에 비해 한 세대 떨어지는 기체를 타고 야전지휘관 및 저격 역할을 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웃음거리가 될 이유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중후반부터 크와트로가 담당했던 메가바주카런처의 운용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은데, 애초에 그 역할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닌지? 미노프스키 입자로 인해 장거리 전투가 제한받는 우주세기의 전장에서 (선더볼트 같은 설정파괴는 무시하자) 메가바주카런처와 같은 병기의 진정한 가치는 MS 한두 대 잡는 것보다 측면견제로 적 부대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데 있는 것이며, 그런 흐름에서 볼 때 크와트로의 활약은 밉살스러울 정도로 우수하다 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나중에 따로 다뤄보고 싶다)

추가로 콜로니 레이저에서의 마지막 전투 말인데, 설마 당대 최고의 파일럿이 모는 최신 MS 2대가 사실상 협공을 가해오는데 백식 한 대로 버티면서 콜로니레이저 파괴를 막고 결국 살아남기까지 하는 크와트로 보고 허접하다고 까는 사람들은 없을 거라 믿는다....


3) 제2차 네오지온 항쟁 시기

역습의 샤아 시절의 샤아가 정치가로서, 사상가로서, 그 이전의 한 명의 인간으로서 참담할 정도로 추락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희생한 대가였을까, 정치꾼, 전략가로서의 샤아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수완을 보여주고 있다.

하만 사후 파탄이 난 네오지온을 수습하고, 연방정부를 외교와 뇌물로 구워삶아서 화평을 믿게 만드는 한편 각 콜로니의 반란 분위기를 유도해서 론드벨을 제외한 연방 우주 함대의 발을 묶어놓았으며, 위장투항에서 루나2 습격 - 엑시즈 탈환 - 낙하작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전략을 세워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MS 전투 역시 보유무장을 다 소비하고 상대적으로 불리한 초근접전으로 이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라이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뉴건담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적에게 사이코프레임을 넘겨준 것은 어이없는 짓거리이기는 하나 결국 자신의 작전은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뒤집어질 수 없으며 아무로와의 승부는 개인적인 보너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강한 자신감의 발로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엑시즈 낙하 작전은 상식의 범주에서는 성공을 이루었다.


역샤에서의 샤아가 멍청하다고 놀리기 위해서 아래의 이미지가 자주 인용되고는 하는데, 실은 이 스샷이 오역에 기반한 왜곡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퍼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이것도 스샷과 인터넷 밈만으로 작품을 이해했다고 믿는 세태의 영향이라고 봐야 할 것인가....)

실제 해당 장면의 올바른 대사는 다음과 같다.

샤아: 후후후....하하하하!!
아무로: 뭘 웃고 있나?
샤아: 내 승리군. 지금 계산해 봤는데 액시즈의 후방은 지구의 인력에 끌려서 떨어진다!

샤아의 승리선언을 부정하면서 엑시즈를 밀어버리기 위해 달라붙는 아무로, 엑시즈를 밀어붙이는 뉴건담의 사이코프레임이 빛을 발하면서 연방군의 MS들이 차례차례 동참하기 시작한다.

샤아: 뭐지?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야? 에에이, 완전한 작전이 되지 못하다니!!


이미 샤아의 작전이 (상식적인 범주에서는) 성공으로 판정난 시점에서 이 대사는 '자기가 삽질해서 실패해 놓고 이유를 몰라서 어리둥절하는 바보' 가 아니라, '이미 승리가 확신된 시점에서 알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자 더 완벽하게 못 이겼다고 짜증내는 여유' 로 봐야 하지 않을까.


갑작스런 전개에 당황하고 있는 건 사실이긴 한데, 그 누구도 상상조차 못했던 우주세기 최대의 기적을 예상 못했다고 비웃는 건 너무 불공평한 대우가 아닐까 한다. (옆에서 아무로나 브라이트도 다들 벙쪄있습니다) 샤아가 "우리가 아무리 용을 써도 사이코프레임이 인류의 의지를 모아서 엑시즈를 밀어낼테니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자" 라고 말했으면 네오지온 수뇌진들은 "총수께서 마이 아프신 것 같으니 다 포기하고 얌전히 연방정부에 투항합시다" "ㅇㅇ" 이랬겠지....



2/2 에서는 샤아의 인격 면, 특히 로리콘설에 대해서 다뤄볼까 합니다. 올해 가기 전에는 쓰겠죠?


연방군 경이의 기술력 in 0079

이게 그 짐캐논이라고 하는 건데 말이죠.....






리틀아머리 창고 총정리 편

그러고 보면 리틀아머리 시리즈를 모으기 시작한지도 벌써 2년이 넘게 지났군요. 2015년에 출장 중 들렀던 아키하바라에서 뭐가 씌였는지 M82A1을 덜컥 사들고 온 이래, 돈도 시간도 대량으로 쏟아붓긴 했지만 덕분에 주말마다 좋은 소일거리가 생겨서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HGUC 부분도색 이상의 작업은 꿈도 안꾸던 입장에서 벗어나 이것저것 새로운 테크닉들을 소소하게나마 시도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은 취미인으로서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라 할 수 있겠지요. (지금도 막손인 건 큰 차이 없지만...)

여튼 고삐 풀린 채로 이것저것 사대고 만들고 쌓아놓고 하다보니 한동안 장식장 한 칸에 되는대로 총이 쌓인 상황이었는데, 한번 날 잡고 배치를 싹 바꿔서 건랙 3개 안에 어째어째 우겨넣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모델로는 리틀아머리 전속담당 피그마인 아사토 미요 양이 수고해주셨습니다. 원래 일러스트레이터 분의 그림체 탓도 있고 캐릭터 설정만 존재하던 시기에 만들어져서 표정이 재미없다는 흠이 있긴 하지만 여튼 리틀아머리 특화라서 이런저런 총을 쥐어주기 좋긴 합니다. 후속작으로 내년에 나오는 리틀아머리 세계관 최강의 무장 여고생 시이나 릿카 양도 기대해봐야죠.


이어지는 내용

진 여신전생 딥 스트레인지 저니 25주년 기념 스페셜박스

이번에 3DS로 리메이크 발매된 진 여신전생 딥 스트레인지 저니는 메가텐 25주년을 기념하여 스페셜박스 버전이 함께 발매되었습니다. 그간 최신작들에 대해서는 그냥 없었던 걸로 치면 안될까? 기분이 들 정도로 흥미가 떨어진 상태라 패스할까봐도 생각했지만, 어쨌든 스트레인지 저니는 괜찮은 작품이었고 역시 25주년이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고... 해서 결국 스페셜박스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도착한 건 월요일이었지만 이래저래 시간이 없다보니 오늘이 되어서야 느긋하게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기왕 이렇게 된 김에 한정판 구성물, 그리고 이번 한정판의 진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특전 서적인 '메가텐매니악스'에 대해서 잠시 소개해보지요.

아마존 박스를 받아보고 잠시 흠칫한게 구입 전에 정보를 제대로 안 봤다 보니 이렇게 클 줄은 몰랐거든요.... 거의 두꺼운 사진 앨범 급으로 거대합니다. 집 좁아 죽겟는데 이건 또 어디다 놓는다.....



이어지는 내용

[TGS2017] 프론트미션 액션피규어 신작 소식

TGS 관련 뒤적이다가 뜻밖의 소식에 기겁해서 올려봅니다.

올해 TGS에서 스퀘어에닉스에서 발매되는 프론트미션 액션피규어 신작이 공개되었다고 합니다.

발매일은 2018년, 가격은 미정.

시리즈 명은 [프론트미션 더 퍼스트 WANDER ARTS] 라고 하는데, 시리즈명을 보아하니 플레이아츠 계열의 파생 시리즈인 듯? 전통의 명기체인 프로스트, 제니스 등이 공개되었고 특히 프로스트 중 하나는 '지옥의 벽' 버전으로 나왔네요.

일단 매력포인트 중 하나인 다양한 무기들과 그걸 장비하기 위한 손 파츠는 확인이 되는데, 팔다리와 몸통이 호환되는지는 사진만 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튼 2017년도 끝나가는 이 마당에 프론트미션 신작 액션피규어 소식이라니 반가운 한편으로 아재들 대상으로 한 추억장사가 여기까지 밀려온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뭐 그렇습니다.



(사진 출처는 트위터)

마크로스 모델러즈 X 技MIX: 1/144 VF-1A 파이터 모드

최근에는 이글루 쪽에는 사진 정리해서 올리는게 귀찮아서 뜸했었는데, 간만에 쌓인 내용을 올려봅니다.


세상이 좋아진건지 마크로스 발키리 관련 제품들의 품질은 점점 올라가고 있고 카테고리도 종류도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프라모델 쪽으로는 반다이와 하세가와 등이 각자의 특성을 살린 라인업이 나와주고 있고, 완성품 쪽으로는 반다이의 갖고 놀기 좋고 적당한 가성비의 Hi-METAL R 시리즈가, 고퀄리티 대형 제품으로는 야마토를 계승하는 아르카디아가 꾸준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풍족한 시대에 와서도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수요라는게 있습니다.

발키리의 프라모델을 직접 조립해보고는 싶다.
하지만 완성품처럼 높은 퀄리티로 완성해낼 자신은 없다. 특히 도색, 데칼 어렵다!
그렇지만 완성품을 사기는 또 뭔가 좀 그렇다.

.........

이런 이율배반적인 욕구는 당연히 충족될리 없고, 보통은 자신의 제작 스킬을 향상시키거나 얌전히 완성품을 갖고 노는 선택지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취미 산업이 점점 세분화,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수요를 노리는 제품도 있게 마련입니다. 이미 다양한 현용전투기를 다뤄온 토미텍의 채색 프라모델 시리즈 技MIX 가 마크로스 시리즈에도 손을 뻗치면서, 저같은 프라모델 초짜들에게도 길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사진은 동 시리즈 F-15C GALM1로부터)

GIMIX 시리즈의 특징은 바로 이처럼, 프라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런너에 모든 도색과 마킹 처리가 완벽하게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할 것은 이제 런너에서 부품들을 깔끔하게 떼어내고 다듬은 뒤 적당히 완성만 해주면 되는거죠. 실제로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도 느긋하게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나절 내로 완전히 끝이 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VF-1A의 모습입니다. 고작 반나절 작업으로 직접 만들었다면 절대 불가능할 정도로 정밀하고 깔끔한 도색과 각종 마킹, 먹선까지 끝난 기체를 만져볼 수 있다니 실로 감격입니다. 그럴거면 그냥 완성품을 사면 되는거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법도 하지만 역시 직접 만들어본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실은 날개도 가변익 답게 가동은 됩니다만 날개 밑의 3연장 미사일을 위해서 그냥 이 각도로 유지하였습니다.
기체 하면에는 발키리 전통의 건포드를 장착할 수 있고, 스탠드와 직접, 또는 건포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연결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탠드로 세워놓는 것 외에도 랜딩기어를 내놓은 착륙상태도 재현이 가능합니다만, 저는 굳이 이쪽 비행상태를 선택했습니다.
탑승하는 파일럿도 어느 정도는 세밀하게 제현이 되어 있습니다.
1/144 라는 스케일에서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이 제품.... 매우 작습니다!! 이 작은 기체에 저런 디테일을 다 살려낸 집념은 감탄할 만한데, 특히 저처럼 전시공간 부족이 고민거리인 사람에게 있어서는 이렇게 작고 정교한 제품이란 건 상당한 매력포인트입니다.

다만 취향에 따라서는 이런 작은 사이즈가 불만일 수도 있겠군요.
같은 1/144의 HGUC GM3 와 비교해보면 대략 이 정도. 로봇대전에서 발키리 등장할때 소형으로 분류던게 새삼 와닿는군요.
같은 발키리 시리즈이자 대형/고가 완성품인 아르카디아의 VF-1S와 비교하면 이 정도.

모처럼이니 같은 작품에 등장하는 코스모플리트 스페셜 SDF-1 와 함께 한 컷 찍어봅니다. 이전에 사용했던 지오크레이퍼와 풍경사진을 병용하면서 원근에 따른 차이를 연출해보면 제법 괜찮은 그림이 나올것 같기도 한데 아직은 소재가 부족하니 보류 중.


VF-1A 라는 기체의 매력도 있고 도전 난이도도 부담이 없이 즐겁게 만들수 있었기에, 다음에는 마크로스 외에 F-4 같은 현용 전투기에도 도전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건프라에 비하면야 가격이 높은 편이고 변형 재현을 위해서는 배트로이드 버전도 함께 구입해야 하는 등의 한계가 있긴 합니다만, 사실 1/144의 사이즈에 도색과 마킹까지 되어있는 주제에 프라모델 산업의 정점인 건프라보다 싸면서 변형까지 지원하길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죠!


저는 색칠 데칼질 못하지만 프라모델은 이쁘게 완성하고 싶다는 도둑놈 심보 레벨에서 만족하고
가격 정도야 기쁘게 감수하는 소비자의 태도를 관철하겠습니다.



포켓몬스터 볼 콜렉션

포켓몬스터라고 하면 예쩐에도 그랬고 이제는 더욱이나 게이머들은 물론 일반인? 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타이틀입니다만, 공교롭게도 저는 포켓몬과 좀처럼 인연이 없는 편입니다. 애초에 콘솔은 거치형에 집중하는 편이었고 마침내 NDSL을 장만했을 무렵에도 다른 괴상한 게임들 하느라 안중에도 없었거든요. 최근 화제가 된 포케몬 GO의 경우도 마침 핸드폰 용량이나 데이터, 배터리 문제 등이 겹쳐셔 결국에는 시도해보지 못하는 사이에 흥미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도 포케몬의 상징적인 이미지들에 대해서는 어쨌든 줏어들은게 있어서인지 그럭저럭 익숙한 편인데요. 어느 날 피규어 매장을 기웃거리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게 있었습니다.
반다이에서 나온 식완인 '포켓몬스터 볼 콜렉션' 입니다.

비록 포켓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가격도 적당하고 매끈매끈하니 이쁘게 뽑혀나왔길래 가장 노멀한 형태로 하나 사왔습니다. 그 외에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것인지 여러가지 다양한 디자인이 있었지만 그쪽은 모르니 패스
내용물은 매우 간단해서 포켓몬볼 본체와 투명한 받침대가 하나 있는 정도입니다. 다만 그냥 볼 형태만 있는 것은 아니고.....
볼을 열어보면 안에 민트맛 캔디를 넣어서 하나씩 꺼내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 식완이거든요!

뭐 맛은 그냥저냥 불량식품 정도의 캔디입니다......


일단 생긴게 이뻐서 계속 책상에 놔두고는 있습니다만, 안의 캔디는 다 먹어버려서 다른 용도가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자일리톨을 넣어놓을까 했는데 안쪽의 수납공간도 구멍도 너무 작다보니 제대로 꺼내지지가 않고 심지어 타이레놀조차도 꺼내려면 좀 고생을 할 정도입니다. 굳이 사용한다면 따로 파는 은단이나 작은 사탕, 타이레놀보다도 작은 알약을 채워넣는 용도로 써야겠군요.



반다이 상품 페이지는 이쪽입니다.

http://p-bandai.jp/item/item-1000114049/


국내 매장에서 팔던건 이제 다 나갔지 싶은데 이제 구하려면 세트로 프리미엄 반다이샵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군요. 대신 이번에는 벨트에 매달고 포케몬 마스터 기분을 낼 수 있는 파츠가 딸려온다고 합니다!


[프암걸] 보물창고의 여신

오늘은 날씨가 좋길래.... 는 아니고 시간이 애매하게 비길래 예전부터 칙칙한 색깔이 맘에 안들던 금화를 골드리프로 칠해보기로 하였습니다. 기관총 탄띠에도 유탄 탄두에도 잘 어울리는 골드리프지만 때로는 원래 용도로 써줘야죠.

왜냐면 전설의 무구를 보관하는 보물창고에 좀 더 호화로운 분위기가 나게 하고 싶었거든요.

조연도 필요할 것 같아서 평소 사무실에 놔두는 슬라임도 몇 마리 데리고 왔습니다.
선택받은 용사에게 기쁜 마음으로 전설의 검을 건네는 여신님. 하지만 용사라는 작자들 상대로 만만하게 보이면 큰일난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죠.
전설의 무구 뿐만 아니라 쌓아놓은 보물들까지 깡그리 털린 후 일거리가 없어진 여신님은 고양이하고 노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너무 귀찮게 굴자 도망가버린 고양이 대신 옆의 슬라임 베스를 만지작거리면서 앞으로는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여신님.

"슬라임은 동료가 되고 싶은 듯이 바라보고 있다!!"

얼마 후 용사는 다시금 보물창고를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여신님도 훌륭한 설득수단을 준비한 것 같습니다.




원래는 토깽이로 해볼 생각이었는데 자꾸 미루다보니....

용사의 마왕토벌기: 애니메 vs 미드

만화든 애니메든 미드든 라노베든 간에 장기간에 걸쳐서 완성되는 작품들은 오랜 시간 동안 응원해준 팬들을 엿먹이는 데 있어서 각자의 고유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 법인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애니메와 미드는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스타일이 대조적으로 사람을 빡치게 만드는 절묘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오늘은 한번 가상의 스토리를 소재로 두 매체의 특성을 제멋대로 단정지어보도록 할까요.

(일단은 애니메 이야기가 들어 있으니 애니메이션 밸리로)



전설의 용사가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한 여행을 떠나면서 대작 판타지 '용사 모험기'가 시작된다!


[애니메 루트]


마왕군의 습격으로 부모를 잃고 자신의 혈통의 비밀을 알게 된 용사는 모험을 떠나면서 소중한 동료들을 하나하나 만나고 잠깐 해변 서비스 이벤트도 보여주고 또다시 동료를 만나고 전설의 검도 얻고 던전도 공략하며 충실한 환타지 모험을 그려낸다.

시청자: 음, 전개도 재밌고 캐릭터 매력도 잘 살리고 있긴 한데 이 속도론 아마....?

어느새 1쿨도 반 이상 지나가는 와중에 마왕의 신임받는 부하인 괴수장군이 등장하여 처절한 싸움이 펼쳐지는데?! 선배의 장렬한 희생, 위기 앞에 각성하는 용사의 힘, 동료들의 도움 등 뜨거운 전개 끝에 괴수장군은 쓰러지고... 그러고 보니 13화....

제작위원회: 용사 일행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E.N.D.



시청자: 뭐 이 전개속도로 마왕까지 잡는건 도저히 무리고 어쨌든 이야기도 일단락은 지었으니. 작화도 좋고 성우진도 빵빵하고 히로인도 호감이고 이 정도면 이번 분기 수작으로 만족해야겠지. 그래도 부모님의 원수인 요마장군과의 승부라던지 여캐들과의 밀당도 좀 매듭은 지어줬으면 좋겠는데.... 2기 안 나와주려나....

(그리고 3~4개월 후)

제작위원회: 용사 모험기 팬 여러분들에게 중대발표가 있습니다!

시청자: 오오오 드디어 고대하던 2기 제작 발표인가!!! 만세!

제작위원회: 용사 모험기가 스마트폰 게임으로 나옵니다!

시청자: 개새키드라아아아아아-!

제작위원회: 또다른 소식입니다. 용사 모험기의 히로인쨩 피규어 제작결정 그리고 외전 코믹스 연재 개시 그리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의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그리고.....

시청자: 그래 2기만 나와준다면야.... 아 히로인쨩 수영복 이쁘다 ♡

(그러나 2기는 결국 안 나오는 바람에 붐은 순식간에 꺼져 스마트폰 게임은 6개월만에 서비스 내리고 피규어는 43% 할인 특가로 팔리게 되었다)



[미드 루트]


모험을 떠난 용사일행은 갖가지 숨가쁜 전개와 중간중간에 쿨한 대사와 남녀 캐릭터 간의 성적 긴장감을 자극하는 시선을 교환하는 이벤트를 거친 끝에 마왕의 부하 괴수장군의 군대와 처절한 전투를 벌인다! 만신창이가 된 용사는 최후의 힘을 끌어모아 검을 들고 돌격한다!

시청자: (두근두근) 끝내주는 전개군, 과연 저 무시무시한 괴수장군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용사의 검과 괴수장군의 도끼가 부딪히는 순간...... 시즌 1 끝! See You Next Season!!

시청자: 으아아아 하필 거기서 끊냐!! 시즌 2 언제 나오지? 현기증 난단 말예요 빨리 찍어주세요!


한달 후 시즌 2가 시작. 시점은 갑자기 괴수장군과의 전투 전 함정에 빠져 서쪽 대륙으로 워프당한 마법사의 시점으로 옮겨간다.

시청자: 아니 잠깐 그래서 용사와 괴수장군의 싸움은 어떻게 되었는데? 시즌 도입부도 충격적이고 재밌긴 하지만 화장실에서 중간에 뛰쳐나온 것 같은 찜찜함이....

다행히 시즌 1과는 다른 스타일로 그려지는 마법사의 지적인 모험은 그야말로 흥미진진!  온갖 떡밥이 흘러넘치면서도 차근차근 풀려나가는 전개를 통해 잠자던 고대마법이 해방되고 고귀한 엘프 여왕이 감추던 비밀이 마침내 드러나기 시작한다!


시청자: 오오~ 흥미진진하다. 대체 엘프 여왕은 왜 저런 짓을 한걸까?

무리하게 비밀을 캐려다 붙잡힌 마법사는 경악할만한 진실을 듣게 된다   아참 그리고 그때 용사랑 괴수장군은 무승부였어. 것보다 엘프 여왕이 실은 마왕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빛의 종족의 수장으로서의 의무와 자식에 대한 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왕의 갈등 연기가 펼쳐지고!!

시청자: 흑흑 그런 뒷사정이... 잠깐 방금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 아 몰라 지금 그거 신경쓸 때냐? 하여튼 여왕이 정말로 배신하는 거야 아니면 최후엔 양심을 지키는거야?

고뇌하던 엘프여왕 그녀는 마침내 결의에 찬 눈빛으로 입을 여는데....여기서 시즌 2 종료!!

시청자: 크아아아-!!!!


(1개월 후)

시즌 3은 새롭게 등장한 용사의 사촌동생 천공기사가 마왕 토벌의 중요한 열쇠인 성배를 찾기 위한 모험을 떠나면서 시작됩니다.

시청자: 어 .... 천공기사 멋있고 전개도 재밌네..... 근데 시즌 끝에 성배 찾긴 할까? 것보다 엘프 여왕은 어쩌기로 한거야? 그러고보니 용사는 어디서 뭐하고 있어?

물론 시즌 3은 성배를 찾기 직전에 끝납니다.

시청자: 뒤의 질문 두 개는 그냥 넘어가는 거냐!!

방송국과 작가와 주연배우 간의 계약 문제로 진통을 겪느라 몇 달을 까먹은 뒤 마침내 시작한 시즌 4에서는 드디어 계약 문제가 해결된 용사가 돌아온다! 용사는 이제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게 된 괴수장군과의 승부를 2초만에 정리한 뒤 그동안 전혀 언급되지 않던 고대 드워프왕국의 세계파멸무기를 멈추기 위하여 동쪽산맥으로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시청자: ..........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다음 해)

친구: 야 들었냐? 용사 모험기가 마침내 시즌 8로 완결됬는데 세상에 재상이 최종보스였대! 천공기사는 마법사와 결혼하고!
시청자: 거침없는 스포일러 난무에 화가 나긴 커녕 누가 누군지도 가물가물한데....
친구: 기억 안나? 시즌 1부터 용사 도와주던 그 착한 아저씨인데 설마 그 장면이 복선일 줄이야~
시청자: 실은 시즌 5 방영할 때 기말고사에 과제로 정신없다 보니 굳이 따라잡기도 뭐해서 그냥 접었거든. 뭐 이젠 어떻게 결말이 나건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그래도 중간에 인기가 떨어져서 접히거나 원작자가 죽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어쨌든
E.N.D.



저는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애니메 쪽 케이스가 마음에 드는군요. 어쨌든 웬만큼 대형사고가 터지지 않는 이상 벌려놓은 만큼의 이야기는 책임을 지는 편이니까......

서구인들의 일본관이 낳은 좀 기묘한 기사

"증발한" 일본인들의 섬뜩한 이야기
(eggry 님의 이글루에서 트랙백)


이 기사는 메인 주제도 흥미로운 내용이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그것보다는 외적인 면에서 더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기사에서 그려지는 일본은 적어도 제가 직접/간접적으로 체험해온 일본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있었거든요. 그보다는 뭐랄까, 과거 서구 사이버펑크 작품에서 그려지던 '23세기의 기업국가 네오-닛폰의 수도인 최첨단 사이버 도시 울트라-도쿄' 같은 기괴한 자포니스크 빵빠레가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러한 위화감은 기사의 곳곳에 깔린 디테일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대체 이치로와 토모코는 왜 아이 이름을 Tim 이라고 지었을까요. 막판에 사랑과 자유를 꿈꾸는 덕후 문화의 본질에 대한 연설을 한 Matt 이란 친구는 일본 덕후계에 놀러온 서양인일까요? 그렇다면 왜 굳이 외국인을 상대로 일본인들의 생각에 대해서 물어본 것일까요? 뭐 이름이야 잘못 알아들을 수 있으니 일단 넘어가고, 마샬 아츠 마스터가 뜬금없이 만두집을 열려고 하는 것도 좀 이상하지만 사람이 살다보면 직업을 바꿀 수도 있는 법이니 역시 넘어갑시다. 스시집이 아닌게 어딘가요.


'산야'에 대해서는 더 가관입니다. 기사에 쓰인 문구만 보고 있으면 웬지 쿠론즈게이트 구석에 숨어있는 신비의 슬럼가인것 같지만 현대의 동경에 그런게 있을리 없지요. 실제로는 과거 지역명이 山谷 (さんや)라고 불리던, 일용직 노동자가 많이 모여들어서 싸구려 숙박시설이 많고 전체적으로 빈곤한 그런 지역일 뿐입니다. 인터넷도 없고! 개인 화장실도 없고! 라고 호돌갑을 떠는데 이 분들 한국 고시원 좀 후진 곳 보여주면 놀라서 기절하시겠네요.... 빈곤한 지역 = 슬럼 이라고 하기도 뭐한게 오히려 숙소가 싸고 치안과 교통도 좋아서 외국인 배낭여행족들에게 인기라고 할 정도입니다.


인터뷰에 등장하는 핫토리라는 사람은 증발하는 사람들을 다루는 TV쇼에 컨설턴트로 참가했다고 하는데, 언급되는 주인공 이름을 보니 90년대에 영화에 이어 TV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夜逃げ屋本舗 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주된 스토리는 채무자들의 야반도주를 돕는 업자인 주인공이 채권자 및 야쿠자 등과 대립하는 내용으로, 분명 기사 내용이 완전히 틀린건 아닙니다만 뭔가 좀 이상하네요...


이런 식으로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뭔가 이상하게 어긋나있는' 경향은 디테일 뿐만 아니라 기사 전체의 방향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들은 분명 비극적이고 일본 특유의 사정도 있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신자유주의 - 경제불황 - 고용악화에 따른 중산층 몰락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고 보고 있는데요, 그걸 굳이 '수치를 견디지 못하고' 'practicing this most masochistic form of penance' '존재를 포기' 같은 극적인 어휘를 써가며 장중하고 거창하게 일본식 미학을 억지로 갖다붙이려는 것이 결국 위화감의 주된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이 정도의 미학적인 해석 능력이라면 '엑봇 최모씨가 루리웹 플게에 악플을 달았습니다' 라는 현상을 보여줘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지배하는 거대기업이 개발해낸 총탄마저 튕겨내는 초고성능 게이밍 머신의 숭배자인 에드워드-최는 그가 영혼을 바친 게임기가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수치심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으려 애쓰면서 한국계 재벌 삼성이 개발한 자폭기능내장형 원격디바이스 갤럭시-노트-쎄븐을 기동합니다. 그는 오늘도 세계 유수의 정보화 국가인 한국의 IT 기업들을 차례로 파괴해온 악명높은 R-웹에 잠입한 뒤 세계 엔터테인먼트 사업 독점을 노리는 일본계 자이바츠의 사업에 대한 사보타쥬를 감행하는데, 그의 결의에 찬 모습에서 현대 첨단기업들의 암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정도로 멋들어지게 꾸미지 않을까 의심이 드네요.

한편 그렇게 거창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반면에 현대 일본에서 이러한 몰락한 중산층이 도망친 결과 도달하는 보다 일반적인 결과인 '노숙자' 에 대해서 별 이야기가 없는 점도 기사에 대해서 미심쩍은 기분이 들게 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기사 원래대로 돌아가서 취재를 한 사람을 보니....오 젠장 프랑스인이잖아. 유럽 최강의 일빠국가 프랑스!!!


이젠 뭔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글 시작에서는 유난히 사이타마의 사꾸라를 강조하더니 마지막에서는 뜬금없이 일본의 자살의 전통은 사.무.라.이. 까지 올라간다! 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데서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요. 내 장담하건데 프랑스놈들을 불러놓고 일본 문화에 대해 글을 쓰게 하면 소재가 '월요일의 타와와' 이건 '프레임암즈걸'이건 'PPAP'이건 간에 무조건 사무라이나 벚꽃에 미학에 대해서 언급하는 문구를 끼워넣고 말겁니다.

그런 사정을 보니 이 위화감의 정체에 대해서도 좀 더 명확하게 감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킬빌에서 주인공이 '오키나와에서 스시집을 하는 핫토리 한조를 찾아가서 사무라이 소드를 얻은 뒤 도쿄 한복판의 요정에서 가면쓰고 모임을 갖는 야쿠자들을 썰어버리는' 광경을 볼 때의, 세계대전Z 소설판에서 줄곧 침착하고 담담하던 어조가 일본 덕후와 맹인 사무라이 파트에서 갑자기 열띠게 바뀌던 때 느낀 그것과 비슷합니다.

음, 예시로 든 것들이 하필 좀 그렇긴 하지만, 다른 말로 하자면 부정적인 의미에서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글이 쓸데없이 길어졌으니 간단히 정리해봅니다.


- 이 기사가 짚어보고 있는 현상 자체에 대해서는 분명 파고들어볼만한 의미가 있습니다.
- 다만 저자의 일본문화를 바라보는 과도하게 호돌갑스러운 시선이 오히려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봅니다.
- 기사에 나오는 '사라지는 일본인들'은 우주 저편의 하라키리 외계인이 아니라, 여기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과 비슷한 고민과 괴로움을 겪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할 때 그런 호돌갑에 휘둘리지 않고 좀 더 현상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


Contact

사교의 관 web 폐쇄

PSN ID: Salamis_k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