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nslinger Girl

여기 이탈리아 정부가 설립한 비밀첩보조직 <사회복지공사>에 소속된 소녀들이 있습니다. 그녀들은 각자 불행한 과거를 통해 엉망이 된 신체의 8할 이상을 기계로 교체하고 약물에 의한 세뇌 처리를 받아 '의체'로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 대가로 떠맡게 된 임무는 비합법적인 암살이나 대 테러 공작 등 정부의 온갖 더러운 뒷일들... 공사 측에서 배정한 담당관과 2인 1조의 팀 <프라텔로>를 이루며 화약연기와 피냄새가 자욱한 싸움 속으로 뛰어드는 앳된 소녀들, 이것은 바로 그녀들의 이야기입니다.



월간 코믹 전격대왕에서 연재되고 있는 <건슬링거 걸>은 소위 말하는 '미소녀와 총' 계열의 만화입니다. 저로서야 그것만으로 좋아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을 넘어서 한 며칠동안 가벼운 트랜스 상태에 빠져있게 될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총에 대한 묘사나 총격전이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토 아키히로와 같은 대가들에 비하면 좀 수수한(?)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를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게 된 데에는 흔들리지 않는 자신 나름의 노선을 확실히 잡아두고 있었던 덕분이겠지요.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소재들은 도착적이고 부도덕하며 음울합니다.

주인공인 소녀들은 각각 보험금을 노린 부모의 차에 치었다던지, 연쇄살인범에게 가족이 참살당하고 자신은 팔다리를 잃었다던지, 불구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등의 비참한 과거를 갖고 있습니다. 정부는 구제라는 명목으로 그녀들에게 새로운 신체를 제공하는 대신 수명이 단축될 정도의 강력한 약물을 사용하여 '조건부여'라고 불리우는 세뇌 처리를 행합니다. 세뇌는 이전의 기억과 살인에 대한 거부감을 제거하는 한편, 각 '의체'를 맡고 있는 담당관에 대한 절대적인 -맹목적인 애정에 가까울 정도의- 복종을 의식 깊숙이 새겨놓습니다.

그렇게까지 참신하다고는 할 수 없으며, 칙칙하고 우울한 방향으로 빠져들기 쉬운 내용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자기 나름대로의 색깔을 칠하면서 이 작품에 독특한 미학을 부여하는데 성공합니다.

작가인 아이다 유(相田裕)는 투명할 정도로 순수하게 아름다운 소녀를 그리는 데 있어서 상당한 재능이 있는 편입니다. 어쩌면 소녀 이외의 존재를 그리는 것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단순한 로리콘이라고 결론지을 수도 있겠습니다) 천사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지는 소녀들은, 그러나 사건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가장 큰 피해자인 동시에 가장 무자비한 학살자'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이 부조리한 아이러니는 '건슬링거 걸'이 갖는 기묘한 매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지요.

"이번 달에는 아직 네 명 뿐이지만, 지난 달에는 열 명이나 죽였어요. 아마 트리엘라보다도 많을 거예요"


이탈리아라는 배경은 익숙한 듯 하면서도 일본 만화로서는 꽤나 생소한 선택입니다.그러나 취향에 따른 선택이라고만 하기에는 작가의 현대 이탈리아에 대한 애착은 상당히 깊은 편입니다. 덕분에 이는 단순한 이미지의 차용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탄탄한 기반으로서 작용하게 됩니다. '의체'라는 SF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 외의 미래를 연상케 하는 묘사를 최대한 억제한 것도 전체적인 분위기의 조화라는 면에 있어서 좋은 선택이군요.

의체인 소녀와 담당관이 이루는 프라텔로(fratello: 이탈리아어로 형제를 뜻함) 사이의 관계에 대한 묘사도 주목해볼만 합니다. 의체들은 '조건부여'에 의하여 담당관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있고, 담당관들은 그러한 애정에 대해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응합니다. 공사는 의체를 단순한 도구로서 취급할 것을 요구하지만, 담당관들 역시 인간이기에 종종 그녀들을 자신의 딸이나 여동생처럼 여기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요. 이러한 프라텔로 사이를 오가는 미묘한 감정의 교류, 엇갈림, 불협화음, 공감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서 자리잡고 있습니다.
트리엘라의 말을 빌자면 '가장 전형적인 프라텔로'인 죠제와 헨리에타

말 그대로 '몸도 마음도' 타인에게 소유당한 소녀들이 과거 겪은, 현재 겪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겪게 될 운명은 가혹합니다. 아마도 동화같은 따뜻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 따위는 없겠지요. 그래도 그녀들은 한 줌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작은 손에 벅찰 정도로 커다란 총을 거머쥐고는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깁니다. 1권 첫 페이지에 그려져 있던, 자동소총을 품에 안고는 부끄러운 듯이 미소를 짓던 헨리에타처럼.


건슬링거 걸 애니메이션 공식 사이트
미디어웍스 전용 사이트
이 작가, 가끔씩 굉장히 농염한 표정을 그려내길래, '이 그림으로 에로를 그린다면 정말 혐오해줄테다' 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정말로 18금 게임 Bittersweet Fools 에 참여했던 경력이 있군요. (링크된 것은 드림캐스트판) 어째 이 계열의 작가는 소노다 겐이치건 이토 아키히로건 간에 다 이런 쪽인건지....

덧글

  • 서튼 2005/02/19 20:55 # 답글

    아,좋은 소개글이군요. 이 만화는 호불호가 엇갈리던데,저는 괜찮은 쪽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차피 만화인데,비도덕적이라며 비난하는 사람은 뭔지-_-;
  • MATARAEL 2005/02/21 08:39 # 답글

    방문 감사합니다~

    그런데 몇번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 대단히 부도덕한 내용이라는 건 맞는 말이예요. '만화니까' '게임이니까' 라는 말로 그런 비판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 만년 2005/02/21 16:58 # 삭제 답글

    사실은 죠제가 제일 나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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