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2 보고 왔습니다. (화요일에)


화요일 휴일을 잡아놓고는 친구와 함께 코엑스에서 스파이더맨 2를 보기로 약속하고는, 평일 오전이니 괜찮겠지~ 하고는 안일한 생각으로 예약도 안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일 아침에 친구가 일이 생기는 관계로 코엑스에는 오후 1시에나 도착, 도착해보니 사람들은 바글바글.... 정말로 볼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걱정을 하면서 메가박스로 달려가보니 마침 막 시작하려는 찰나.

"320석 남았는데요"
"두 장 주세요-_-"

...과연 아무리 방학에 스파이더맨2래도 평일 낮 극장을 채우는 건 무리였던 거로군요;; 그리하여 티켓을 산 뒤 곧바로 입장. 남들은 카드니 휴대폰 멤버십이니 뭐니 하면서 다 할인해서 보는데 이쪽은 멀쩡히 다 내고 보려니 속은 좀 쓰렸습니다.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1편도 좋았지만, 2편은 전작에 뒤떨어지 않고 오히려 능가하는 작품으로 돌아왔군요. 괴력이나 초능력 자체로 밀어붙이는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주변의 지형지물을 200% 활용하면서 아크로바틱하게 뛰어다니는 스파이더맨의 전법은 아슬아슬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있습니다. 슈퍼맨이 이소룡이라면 스파이더맨은 성룡이랄까요. (뭔가 이상한 비유로군)

스토리 면에 있어서도 영웅의 고뇌-좌절-깨달음-부활-승리 라는 일련의 내용을 깔끔하게 담아내었습니다. 전편에서의 '커다란 힘에는 커다란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피터가 고뇌하는 과정을 통해서 '영웅'이라는 것이 과연 어떠한 존재인가를 보여준 것은 히어로물로서 모범이 될만한 전개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현역 악역인 닥터 옥토퍼스나 예비 악역인 해리에 대한 묘사도 꽤 마음에 들었고.

막판에 연애 이야기 갖고 좀 질질 끌던 거에는 하품이 나긴 했지만, 그런 사소한 점 외에는 매우 만족한 작품이었군요. 제작진이 지금의 자세를 잊지 않는다면 이후에 나올 3편도 확실히 기대해볼만 할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닥터 옥토퍼스의 기계팔은 보면 볼수록 편리하겠더군요. '특히나 만화가들이 무지 부러워하겠군' 하는 상상을 하다보니 이런 식으로까지...


Spidermanga -The Movie-


아름다운 그림체와 서정적인 스토리 전개로 동인계에 이름이 널리 퍼진 순애물계 유명 동인작가 옥타비우스. 그는 대형서점집 아들내미 해리로부터 <그놈은 멋있었다>나 <늑대의 유혹>등의 인터넷 소설들을 얻어서 귀여니 연합 패러디 동인지를 낸다는 위험한 실험을 기획한다! 대규모 작업을 위해서 그는 시커먼 오라가 풍기는 어시스턴트 네명을 고용하기로 한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변태라서 자기 주장들이 강해서 거쳐간 화실마다 모조리 파멸시켜온 암흑의 어시스턴트들. 옥타비우스는 이들을 강력한 카리스마로 지배하면서 작업을 진행시켜나간다. 순조롭게 완성되어가는 원고를 보고는 자신에 가득 찬 옥타비우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패러디를 위해서 귀여니의 소설을 읽던 작가들은 계산했던 것 이상으로 강렬한 통신체의 압박을 견뎌내지 못한 채 한명씩 탈진하여 쓰러져가고, 옥타비우스의 여자친구 (레이디스 코믹 계열)는 현실도피 모드로 들어가서는 원고를 통째로 펑크내고 고향으로 튀어버리는 바람에 동인계에서 영원히 매장되게 되어버린 것이다.

연합회지가 총체적인 실패로 끝나고 여자친구의 불행에 충격을 받아 예전의 카리스마를 잃은 옥타비우스. 예전부터 그의 그림체로 이런~ 내용이나 저런~ 내용을 그려보고 싶었던 네명의 어시스턴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옥타비우스의 서클을 장악하는데 성공한다.

일주일 후 동인지 판매회에 홀연히 등장한 옥타비우스는 네명의 어시스턴트 각자의 취향을 따라 그 미려한 그림체로

어시스턴트 A: 귀축근친에로물
어시스턴트 B: 귀축로리에로물
어시스턴트 C: 귀축감금에로물
어시스턴트 D: 귀축조교에로물


무려 네권의 하드한 18금 올컬러 동인지를 내놓고 만다. (*주: 여기는 한국이 아닌...가 봅니다) 회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옥타비우스를 본 사람들은, 상상을 초월한 문어발식 작업에 빗대어 그를 닥터 옥토퍼스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닥터 옥토퍼스로서 출간한 첫 4연작 동인지 '문어공방' (거짓말)


한편 주변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고는 '스파이더망가'라는 필명으로 고퀄리티의 정통파 히어로물 계열 동인지를 그리며 폭넓은 지지를 받던 청년 피터 파커. 그는 너무 동인지에 열과 성을 쏟느라 학점은 개판이 되고 알바에서도 짤리고 여자친구 메리제인한테서는 '오타쿠 즐'이란 소리까지 둗게 되자 결국 견디지 못하고 서클 해체를 선언하고는 평범하게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난 이제 평범하게 연애하면서 살거야"

하지만 세상은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예전의 실패를 곰씹던 닥터 옥토퍼스는
"역시 귀여니로는 너무 약했던게 문제야. 좀더 평범한 어휘를 쓰면서도, 좀더 강렬한 그 무언가가 필요해. 그래, 이번에는 <해리와 몬스터>를 소재로 해야...."
라고 생각하고는 어시스턴트들을 동반하고 해리네 서점을 찾아간다. 구질구질한 어시스턴트들 때문에 손님들이 도망갈까봐 겁먹은 해리는 예전에 서점 간판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더니 씹어서 아버지를 열받게 했던 동인작가 '스파이더망가'의 서클을 파멸시킨다면 <해리와 몬스터> 한박스를 내주겠다고 제안한다!

해리로부터 <스파이더망가>의 팬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이 피터 파커라는 정보를 들은 닥터 옥토퍼스는 피터의 싸이홈피에 쳐들어가서 협박문을 남기고, 본보기로 1촌인 메리제인의 싸이홈피 방명록과 게시판을 '아햏햏'으로 도배하는 테러를 자행하는데....
만행의 현장

과연 피터는 동인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동인계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규모로 진행되는 닥터 옥토퍼스의 기획의 향방은? 스파이더망가의 정체가 친구 피터라는 것을 모르는 해리의 깊고도 깊은 원한 (...깊은가?)은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가?

-다음 이 시간에-

덧글

  • omake 2004/07/16 13:08 # 삭제 답글

    헉 블로그를 너마저... 내가 밉냐!
  • Kensel 2004/07/17 00:31 # 삭제 답글

    공짜로 볼 기회가 있었지만...표제공자의 여친이 삐지는 바람에 무산...-_-
  • MATARAEL 2004/07/17 01:49 # 답글

    omake> 아니 갑자기 웬... 블로그와 무슨 원한관계라도 있소?!

    kensel님> 으햐~ 거 아깝군요. 뭐 '꼭 봐야 한다'라는 종류는 아니지만서도, 재미있는 영화 보고 싶거나 하시면 공짜표가 아니더라도 한번 고려해보시길 추천합니다.
  • 만년 2004/07/22 13:05 # 삭제 답글

    으하하하하 나 굴러 미쳐 죽어 이거 뭐야 ㅠ. -
  • MATARAEL 2004/07/22 21:24 # 답글

    만년> 니가 전에 봤던 현장이 바로 이걸 만들기 위한 작업이었다.

    Nemissa님> 축하하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셨다니 기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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