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 아이언포지의 시체탑

얼마 전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블러드후프 서버에서 좀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를 참조해주시고.

이 서버는 실은 제가 이번 겨울까지만 해도 제 계정으로 놀던 곳이기도 합니다. 마침 친구 계정도 빌려쓸수 있고 해서, 한번 성지순례(?)라도 할 겸 아이언포지에 접속해봤습니다. 아무래도 낮시간이고 사건 발생 후 시간도 지나고 해서 그럭저럭 조용한 편이더군요. 뭐 별거 없군~ 하면서 대충 돌아보던 제 시야에, 뭔가 이상한게 들어왔습니다.

"음? 새로운 이벤트 관련인가?"

갸우뚱거리면서 그 구조물(?)을 향해 다가간 저는 그게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섬뜩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뷁끼


이글거리며 불을 뿜는 화로 위에 시체들이 겹겹이 쌓인 채로, 아니 심지어는 공중에까지 뜬 채로 그로테스크한 탑을 형성하고 있던 것입니다!

시체가 공중에 떠 있는 것 자체는 그렇게 신기할 건 못됩니다. 와우에서는 공중에 떠 있을 때 hp가 제로가 되면 시체가 공중에 뜬 채로 남아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는 해당 캐릭터가 부활할때까지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합니다. 문제는 왜 이렇게 한곳에 무더기로 죽어있느냐, 역시 그게 되겠습니다.

확실히 요즘 들어 아이언포지에 1레벨 캐릭터들이 우글거렸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은 바였습니다. 처음에 말한 예의 사건 때문에 다른 서버에서 놀던 사람들이 범인들을 밟기 위해서 이 서버에 온 것이지요. 그리고 특히 피해가 컸던 호드쪽 플레이어들이 얼라이언스쪽 플레이어들의 묵인 내지는 보호를 받으며 아포를 자주 왔다갔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범인 규탄을 하기 위해 모여있던 1레벨 캐릭터들을 호드측 캐릭터가 광역 마법으로 몰살시켰... 아니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데?


고뇌하고 있던 제 의문을 풀어주려는 듯, 갑자기 벌거숭이 1레벨 캐릭터가 이쪽을 향해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멍하니 쳐다보는 절 무시하고 일단 계단 위로 올라간 그는 주저없이 화로를 향해 뛰어들어서.

열심히 자신을 굽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웬만큼 레벨이 있는 캐릭터는 자동회복되는 HP의 양이 불에 의해 입는 데미지보다 크기 때문에 결코 죽을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1레벨 캐릭터는 과연 약했습니다 -_- 활활 타는 소리와 함께 HP는 쭉쭉 내려가기 시작했고, 빈사상태에 이르자 일단 화로에서 내려온 그는 마지막으로 화려한 점프와 함께 화로로 뛰어들어 불타죽었습니다.

......이렇게 시체탑에 또 하나의 공중 시체가 추가되었고, 저는 이 탑이 어떠한 지옥도를 그려내면서 만들어졌는지 충분히, 너무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별로 이해하고 싶지 않아요!!


이후의 계정 주인인 친구의 설명을 들은 바로는 대충 이런 구조라고 합니다.

다른 서버에서 놀던 사람은 어차피 이 서버에서 캐릭터를 만들 일은 없다. -> 1레벨 캐릭터를 만들어서 아이언포지에 데리고 온다. -> 초기물품을 모두 팔아치운 후 이 돈을 우편료로 써서 범인 길드의 길드장에게 수십수백장의 (정확한 단위는 모르겠습니다) 편지를 보내 상대방의 우체통 관련 업무를 마비시킨다. -> 진정한 알거지가 된 캐릭터는 시체탑에 추가시킨 뒤 그대로 내버려둔다 -> 한 서버당 만들 수 있는 캐릭터 슬롯이 다 찰때까지 반복.

물론 캐릭터들의 이름은 모두 해당길드를 비꼬거나 조롱하는 이름으로 짓습니다. 이래놓으면 시체탑의 구성물들에 마우스를 갖다대면 이름들이 나오거든요. 확실히 제가 봤을때도 'XX길드가입희망' 'XX길드케삭해라' '좋기는개뿔이' 등등의 이름으로 가득했었지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온라인게임 역사 전대미문의 구조물은 기간 한정인듯 합니다. 한주에 한번씩 하는 서버 점검을 거치고 나면 이렇게 버려져 있는 시체들은 다 소멸된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번 블러드후프 안퀴라즈 사건 자체와 마찬가지로, 이 '아포 시체탑' (멋대로 명명) 또한 쉽사리 뇌리에서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P.S ....근데 이 사람들 재미들려서 서버점검 후에 또 시도할지도 모르겠네요=_=

덧글

  • BLUE-PSY 2006/03/14 23:52 # 답글

    마치 칭기스칸의 위풍당당 정복시절 그 시체의 모가지만 따서 '해골탑'이라는 것을 만들어 적의 사기를 꺾었다는 하필이면 이런 기억만 나게 만드는 탑이로군요.
  • torizan 2006/03/15 11:56 # 삭제 답글

    아직도 이거 하고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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