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프라모델 작업 흉내 - 세계의 함선

얼마 전 누가 여름방학 동안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서 기대도 않고 있던 선물을 덥석 사왔습니다. 어떤 거였냐면....
타카라가 동명의 밀리터리 잡지의 협조를 받아 발매하고 있는 '세계의 함선' 시리즈입니다. 2차세계대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수상함, 잠수함, 미사일정, 탐사용 잠수정 등 다양한 종류의 배들로 구성되어 있는 이 매니악한 시리즈는, 한편으로 영화나 특촬물에 등장하는 함선을 라인업에 추가시키거나 모든 제품의 바닥에 부착할 수 있는 마이크로수중모터를 시크릿으로 첨가시키는 등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시도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5탄의 라인업의 대부분은 잠수함 계열이 차지하고 있기에 조마조마해하면서 개봉해봤는데... 쨔쟌, 운좋게도 13종류 중 단 두종류만 있던 구축함이 나와주었습니다!
2차대전 당시 일본 해군의 하츠하루(初春)급 구축함입니다. 설명서의 해설을 대충 요약하자면 경량화된 선체에 중무장을 탑재한다는 목적으로 설계되었지만 복원성능이나 강도 부족등의 문제가 지적되었으며, 동형함인 '와카바'와 '하츠시모'는 전쟁 말기 태평양 지역의 섬을 수비하던 일본군들이 광신적인 옥쇄를 거듭하는 와중에 기적적으로 성공한 후퇴작전으로 손꼽히는 '키스카 철수작전'에 참가했다고 하네요.

하여튼 구축함이 나와준건 잘된거긴 한데, 그렇다고 그리 만만한 상황은 또 아니었지요.
쿠쿵-


아니 뭔놈의 부품이 이렇게 많아 이거 완성품 아니었어? 그야 부품 색칠이나 디테일한건 다 처리되어 있으니 워터라인 시리즈를 하나 통째로 조립하는 거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 복잡한거 아냐 ㅓ뱢;셔ㅙㅇㄹㅓㄴ이러ㅗㅁ널ㅇ(잠시 패닉)

게다가 1차 조립시도 당시 부품이 고정이 안 되길래 조립설명을 잘 읽어보니 아래에 작게 써 있는 설명에는

'런너파츠는 부착상태를 안정시키기 위해 고객님의 취향에 맞춰서 시판되는 접착제로 접착해주세요'

이런 이유로 두어달 봉인해놓고 있다가 마침내 결심을 하고 오늘 한시간 정도의 고군분투를 거쳐서 대충 뚝딱뚝딱 완성해버렸습니다. 런너 번호가 30번도 안 되는 소규모의 작업이긴 했지만 여러모로 옛날 생각이 나는 순간이였군요.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휘청대는 가느다란 안테나, 조립순서도 언급하지 않는 바람에 온갖 곡예를 하게 만드는 불친절한 설명서, 방심한 순간 튕겨나가 온 방바닥을 기어다니게 만드는 작은 부품들..... 그리고 어느새 완성되어가는 구축함의 모습. 으음, 역시 프라모델을 만드면서 느끼는 이런 즐거움은 완성품은 절대로 줄 수 없는 각별한 맛이 있어요.


하여튼 완성 기념으로 기념샷 몇장.


전체적인 모습. 스탠드에는 이름조차 안 붙어있는데, 무려 설명서에 프린트된 걸 잘라내서 붙여넣으라고 되어있지만 귀찮으니 생략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앞뒤의 봉에 깃발도 잘라붙이라고 되어있고.
반대 방향에서 본 모습. 실은 좌현 후방부에 있는 크레인? 을 나타내는 부품 3개 중 2개가 허무하게 부러지는 바람에 퀭-하니 구멍이 두개 비어있습니다.
디테일 사진. 잘 보면 런너 자국도 제대로 처리 안한게 뻔히 보여서 민망하긴 합니다. 어뢰발사관 위의 서치라이트 부품에까지 은색이 들어가 있는 등 색칠은 제법 세밀하게 되어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사진 찍느라고 이리저리 돌려보다보니 하츠하루는 역시 너무 위태위태합니다. 세세한 부품이 너무 많이 붙어있다보니 잘못 스치기라도 하면 곧바로 대붕괴-부품분실이라는 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커서 먼지도 제대로 못 털어줄 것 같네요.

p.s 이거 만들다보니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은 '연단모형 야마토 거들떠도 안보길 정말 잘했다' ....그 엄청난 함상 구조물들의 수를 생각하면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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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Tama 2006/12/03 20:38 # 답글

    초등학교 시절에 사서 만들고 하던 아카데미 프라모델(당시에는 조립식이라고 했습니다만 ...)에는..

    조그마한 본드가 동봉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그생각이 나네요 ^^
  • SPACE 2006/12/03 23:45 # 답글

    '런너파츠는 부착상태를 안정시키기 위해 고객님의 취향에 맞춰서 시판되는 접착제로 접착해주세요'

    저라면 그냥 포기하고 고이 책꽂이 위에 얻어놨을겁니다. ㄱ-;

    그리고 건스미스 캣츠 리비지드 에디션 전부 질러서 집에 잘 도착했습니다. ~_~/
  • MATARAEL 2006/12/08 13:34 # 답글

    Tama님 > 80년대 중반에는 문방구에서 100원짜리 조잡한 '조립식'들을 쌓아놓고 팔았고, 그 이후로도 번성했었는데 요즘은 많이 시들해진 것 같아서 아쉬울 따름이지요. 그 본드는 저도 기억납니다. 중간에 잠시 손을 멈췄다가 본드가 굳어 구멍이 막힌다던지, 힘껏 짜내려다가 갑자기 뿜어져나와서 낭패했었던 기억 등이 남습니다.

    SPACE님 > 좀 엄살 부리긴 했지만 왕년에 프라모델 한두번 만들어보신 분들이라면 가볍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드디어 애장판을 전부 구하셨군요. 뒤에 부록으로 추가된 '라이딩 빈'과 함께 즐겁게 감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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