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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브리] 에어포트 9는 헐리우드 영화의 짜집기인가?
쏘고 달리고 부수고 폭발해서 날라간다.

종종 이토 아키히로 관련으로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를 올려주시는 스킬님의 블로그에서 예전부터 한번 다뤄보려던 주제가 나온 김에 트랙백해봅니다.


지오브리더스 3권 후반에서 4권에 이어지는 에피소드 '에어포트 9 (エアポ-ト九)는 모종의 목적을 위해 여객기를 납치한 변신고양이들, 이들을 봉인하는 한편 탑승객 중에 섞여있는 히메하기 유우를 구출하려는 카구라, 여객기를 격추하려는 자위대가 얽혀서 벌어지는 대규모 활극 스토리입니다. 후반부에 여객기가 도시 한가운데 착륙을 시도하고 이를 자위대의 F-15가 추격하면서 벌어지는 난장판이 특히나 백미이지요.

그런데 이 에피소드는 비행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여객기를 소재로 한 -그리고 이어지는 '겨울 폭풍' 에피소드에서 직접 타이틀이 언급되기도 한- 영화 '에어 포스 원' '콘에어' '터뷸런스' 세 작품을 많이 참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견은 애초에 이 이토 아키히로라는 작가가 고전 액션 영화들의 영향을 크게 받은데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오마쥬를 작품 안에 집어넣는걸 즐기는 성향이 강한 만큼, 별 무리없이 받아들여지곤 하는 편이더군요.

하지만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코믹스를 다시 볼수록 아무래도 뭔가 이상합니다. 정녕 이토 아키히로는 이 헐리우드 여객기 3부작들을 보고 에어포트9를 구상한 것일까요?


1. 시간순서로 살펴보기

이럴때는 역시 시간 순서를 살펴보는게 좋겠지요. 국가별 영화 개봉일 정보는 imdb.com 에서 얻을 수 있고, 문제는 지오브리 3-4권의 어느 부분이 언제 연재된건지에 대한 정보인데.... 팬사이트에 다 정리되어 있더군요! 정말 두려울 정도의 정보 정리벽입니다;

일단 에어포트9 연재분이 실린 영킹아워즈는 다음과 같습니다.

에어포트9
97년 3월 31일호 ~ 97년 10월 31일호

그리고 세 영화의 개봉 정보. 단 일본은 미국 영화들의 개봉일이 비교적 늦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터뷸런스
미국 97년 1월 10일 개봉
일본 97년 7월 12일 개봉


콘에어
미국 97년 6월 6일 개봉
일본 97년 10월 25일 개봉


에어 포스 원
미국 97년 7월 25일 개봉
일본 97년 11월 8일 개봉


일단 이 정보로 볼 때는 위의 영화들이 에어포트 9에 영향을 주는 건 무리입니다. 가장 빠른 터뷸런스조차 연재가 한창 진행중일 때 개봉되었고 나머지는 연재가 끝날 때 즈음에나 개봉되었으니까요. 미국판 DVD를 발매 즉시 공수해서 보려고 해도 가장 빨랐던 터뷸런스의 미국판 DVD가 97년 6월 25일에 발매된 걸 생각하면 -나머지 두 작품들은 98년 이후에 DVD 발매- 역시 시기적으로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도록 해보지요.

1-1. '에어포트9' 를 연재하던 중에 예의 영화들을 보고 후반부의 노선을 결정했다면?

비행기가 납치되는 플롯까지는 독자적으로 구상하고 있었는데, 연재 중 여객기 영화 3종세트를 보고는 후반의 비행기 착륙신을 구상했다라는 가정입니다. 사실 이 가정에는 약점이 있는게, 최신유행인 무언가를 보고 곧바로 플롯을 바꿔버리는건 이토 아키히로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다양한 세력들이 복잡하게 얽히는 지오브리 스타일의 에피소드에서 섣불리 그런 짓을 하다간 스토리가 엉망으로 꼬이고 말테니까요.

뭐 일단 에어포트 9의 구성이 좀 느슨한 편이니 도중 노선변경이 가능했다고 생각하고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가정에 대해 알아보려면 내용별로 연재된 시기를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영킹아워즈 97년 6.30호 (단행본 4권 13-28)
패트리어트의 발전기에 타카미의 수류탄 나이프가 꽂히는 장면~
비행기를 조종하는 변신고양이가 연달아서 날아오르는 패트리어트의 수를 보고하는 장면 "7발, 8발... 10발!!"


영킹아워즈 97년 7.31호 (단행본 4권 29-46)
결의를 다지는 변신고양이들과 이를 비웃는 '그 분'
~마침내 잠에서 깬 유우가 바모스 백 안의 핸드폰으로 손을 뻗치는 장면


영킹아워즈 97년 8.30호 (단행본 4권 47-72)
하품하면서 전화를 받는 유우~
미사일을 발사하는 F-15와 "(운전수는) 운전이 일이야!" 라고 외치며 모자를 눌러쓰는 유우


영킹아워즈 97년 9.30호 (단행본 4권 73-96)
기합소리와 함께 핸들을 쥐는 유우
~토막난 비행기가 강에 쳐박히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소형차에 타고 있던 안경소녀가 빼꼼히 고개를 드는 장면.


영킹아워즈 97년 10.31호 (단행본 4권 97-126)
비행기 좌석에 걸린 채 출장군이 전멸했다고 푸념하는 타바와 사장
~옛 사진을 찢으며 에피소드 종료.


비행기가 시가지에 착륙하는 내용은 97년 8월 30일 연재분부터 시작되는데, 이 시점에서는 터뷸런스만 개봉한 상태입니다. 나머지 두 작품은 에피소드가 완결되기 직전이나 이후에 개봉되었으니 영향을 줄 수 있는건 터뷸런스 뿐이겠는데... 근데 터뷸런스의 결말은 스튜어디스가 비행기를 공항에 안착시키는거 아니었나요? 제 기억이 맞다면, 터뷸런스가 뭔가 영향을 줬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1-2 영화 개봉 전에 나온 홍보 영상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을 법한 주장입니다. 이거라면 영화 개봉 시기와 연재 시기간의 시간 역전도 어느정도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에어포트9 후반의 착륙 신은 콘에어에서의 시가지 난입 장면과 통하는 부분이 많은데, 이게 다 콘에어의 홍보영상을 보고 영향을 받았다고 하면 일단 앞뒤는 들어맞겠습니다.

문제는 6월에 미국 개봉, 10월에 일본내 개봉하는 영화의 홍보영상이 과연 언제부터 돌기 시작했을까인데.... 아무리 빨라도 미국 쪽에서는 3-4월 이후, 일본에서는 7-8월 이후에서부터나 돌기 시작했을 콘에어의 홍보영상을 보고 에어포트9의 노선을 결정한다는 건 너무 급작스럽지 않을까요.

1-3 온갖 수단을 써서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여객기 영화 3종 세트 (혹은 그 홍보영상)을 본 뒤 영향을 받았다?

이 또한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지금처럼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며칠 뒤 곧바로 동영상이 뜨는 시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토 아키히로 본인이 최신 소스를 곧바로 배급받을 만큼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보기도 힘듭니다. 애초에 오우삼 감독 작품이거나 건액션이거나 서부극도 아닌 일반 헐리우드 액션물에 그렇게까지 아득바득 집착할 이유가 있을까요.

1-4 이토 아키히로가 미국에 놀러갔다가 여객기 영화 3종 세트를 보고 왔다?

단행본 4권 시절까지만 해도 어시스턴트도 없이 연재 개근을 해내던 사람에게 그런 사치는 절대 무리.


2. 정황 증거로 살펴보기

단행본 4권의 마지막에 있는 에피소드 '겨울 폭풍'에서, 카구라 사원들은 이전의 사건과 예의 헐리우드 영화에 대해 이렇게 언급합니다.

마키: "87편 사건도 퍽이나 바보같은 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 비슷한 걸 생각하고 있는 바보가 또 있나보네"
에이코: "맥빠지네"
마키: "그것도 세 명이나"
에이코: "기운빠지네"


사실 애초에 의문을 품게 된 계기는 이 장면 때문인데요, 이토 아키히로와 같은 작가는 기본적으로 뭔가를 오마쥬하거나 패러디했을 경우, 자신이 무엇을 소재로 삼았는지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붉은 유성 및 그녀와 관련된 등장인물들은 수시로 닛카츠 스타들의 이름과 그들의 명대사를 입에 올리는가 하면, Wilderness의 호리타와 에놀라는 탐정 소설의 주인공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요.

그런데 이 장면에서는 전혀 반대입니다. 자신이 영향을 받았노라고 기쁘게 언급하기보다는 뭔가 맥이 빠진다는 태도로 말하고 있지요. 그리고 이런 태도 뒤에는 "하필이면 비슷한 소재의 메이저한 헐리웃 영화가 세편이나 나와버리는 바람에 기껏 혼자 힘으로 구상해놓은 플롯이 오히려 아류 취급 받겠구나" 하는 허망함이 느껴집니다.

물론 최악의 경우로, 헐리우드 영화를 열심히 참고해놓고 그걸 감추기 위해서 연막작전을 피는 거라고 가정해볼 수도 없는 건 아닙니다만.... 그렇게 해봤자 아무런 이득도 없는걸요. 어차피 눈에 띄게 닮은 장면이라고는 비행기가 시가지로 진입하는 장면 정도인데 이걸 갖고 누가 법적으로 문제삼을리도 없고, 더 노골적으로 차용하는 작품들도 많으니 팬들이 딴지를 걸 일도 없겠지요. 오히려 섣불리 저런 연막을 피우다가 들키면 두고두고 조롱거리가 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테니 그냥 아무 말도 않고 넘어가지 않았을까요.


3. 결론

위와 같은 사실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에어포트 9에 대한 두 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이토 아키히로는 최신 영화와는 관계없이 에어포트9를 구상했고, 이후 동시기에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세편이나 나오는 바람에 자기 입장이 우습게 되었다고 푸념을 했다.

둘째. 이토 아키히로는 헐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여객기 소재 영화 세 편 -평소에는 별 관심도 표하지 않던- 에 대한 정보를 대단히 빨리 입수해서 관람한 뒤 대단히 빠른 속도로 에어포트9의 플롯을 구상했고, 자신이 이 영화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걸 숨기기 위해 이후에 그린 '겨울 폭풍' 에피소드에서 마키와 에이코의 대화라는 형식으로 연막을 쳤으며 이러한 사실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는 마키와 에이코의 해당 대화는 무언가 다른 뜻을 품고 있다?)


음, 아무래도 첫번째 가설 쪽이 맞겠지요?


p.s 다만 이는 위에서 언급한 연재 정보, 개봉 일시 등의 정보를 토대로, 작가가 이 사항에 대하여 작품 외의 인터뷰 등에서 따로 언급한 일이 없다는 전제 하에 내려진 결론입니다. 무언가 다른 정보가 있으신 분은 지적 바랍니다.

p.s2 그렇다고 해서 이 에피소드가 완전히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토 아키히로의 고유영역이다! 라고 주장하는 건 물론 아닙니다. 일단 에어포트9 라는 제목 자체가 70년대의 미국 영화 '에어포트' 시리즈에서 따왔을거라 추측되고, 여객기가 아야가네 시내에 돌입하면서 'Welcome to AYAGANE' 간판을 깨부수는 장면 같은 건 여러 영화에서 자주 보여주는 농담이기도 하니까요.
by MATARAEL | 2007/02/26 16:25 | 만화광 시대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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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7/03/01 23:29

제목 : 오늘의 대견한 잡동사니
★신비한 생물 (천조제님) 에일리언이나 갓질러의 알이 생각나는... ★삼일절이다 (DECRO님) 씁쓸한 현실의 모습. ★대륙의 신비 : 01 / 02 (예린아빠님) 노력의 방향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주문보다 빠르게... (영원제타님) 비용이 만만찮게 소요될 듯. ★디씨 가족상봉 사건 (seefall님) 마무리는 침묵의 서약으로 깔끔하게(?) ★강태공들을 위한 낚시 바이블 (케이님) '낚시용 아......more

Commented by 觀鷄者 at 2007/02/26 16:51
저도 카구라의 세 OL(?)들이 나누는 대화에 기인하여, 첫번째 가설을 지지합니다;)
Commented by 아마란스 at 2007/02/26 17:45
전반적인 상황을 봐서는 가설 1 이 낫겠죠.
무엇보다 터뷸런스는 재앙급의 영화고(그런 주제에 3 편까지 나왔지만.)...
전체적으로 하이잭 이라는 소재 빼고는 딱히 에어포트9 에피소드와 연관점을 찾기 힘든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부 장면의 차용 같은 느낌의 것은 하이잭 영화중에선 거의 필수라고 봐도 무방한 장면들이 대부분이니까요.-ㅁ-
Commented by 양재천너부리 at 2007/02/26 19:47
암만 생각해봐도 역시 가설 2의 경우....암만 생각해도 이토 아키히로라는 작가가 그럴 만큼의 주변머리가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다고 하는 이유로 각하할 수밖에는 없겠더군요.... 결국은 가설 1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타당하겠죠. 이토씨....선견지명이 있다고 해야할 지.....ㅎㅎㅎ

그나저나 저도 어제 '일본도 사전'을 잠깐 봤습니다만 이놈의 책이 꽤나 갈등생기게 만들더군요 지름의 유혹에서 간신히 벗어나긴 했는데.....역시 지를껄 그랬나...? 당분간 연수차 부산에 내려가야 하는지라......일단 길어지면 3개월이지만......경우에따라선 아예 부산쪽 본사에 박혀서는 서울-인천-부산을 오가야 할 처지가 될지도 모르기에.....난감해지는군요......ㅠ.ㅠ
Commented by DSmk2 at 2007/02/26 23:07
가설1이 맞겠죠. 호에로펜에서도 나오듯 하늘에서는 아이디어 전파가 떨어지고 대충 한 아이디어는 동시에 3명 정도가 생각해낸다고 하니까요. (--;)
Commented by 스킬 at 2007/02/28 00:17
보통 2번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알려주신 개봉일에 대한 타임스케줄을 보고 있으니 저도 1번이 아닐까 생각되는군요.
Commented by MATARAEL at 2007/02/28 14:39
觀鷄者 님 > 그렇죠 가끔 잊게 되지만 붉은 유성께서 말씀하셨듯이 그녀들은 엄연한 OL.....

아마란스님 > 동종 영화에서의 필수적인 클리셰라는 것도 있고, '언젠가 영화에서 본 듯한 상황'을 의도하고 연출해내는 작가의 성향 탓도 있긴 하겠지요.

양재천너부리님 > 일본도 사전을 보셨군요! 저도 여태껏 갈등 중이긴 한데 이러다가 막상 마음을 굳히고 찾아갔더니 다 팔리고 없는게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되긴 합니다. 일단 책장에 꽂아놓고 진득하게 볼만한 책이니 아예 부산에 갖고가실 생각으로 한권 구하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네요.

DSmk2님 > 뭐 영화업계에서는 실제로 대작영화 한편이 제작과정에서 정보가 흘러나오면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소재의 작품이 같이 제작되는 일도 종종 있긴 합니다만, 이쪽은 그렇게 발빠르게 대응할수 있는 작가가 아니니까요.

스킬님 > 저도 처음에는 2번을 조금 완화한 상황 정도로 이해하고 있긴 했었지요. 4권 "겨울 폭풍"의 해당 대사를 다시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더라면 그냥 그렇게 넘어갔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Commented by Schultz at 2007/03/10 10:45
혹시, 만화에 언급된 저 세편이 아닌, 에어포트9의 연재보다 한해 먼저 개봉한 영화, 파이널 디씨전 (Executive Decision)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 영화에도 테러리스트와 여객기를 격추시키려는 공군, 그리고 마지막의 도심공항 불시착 (경비행기 활주로에 착륙하며 경비행기와 자동차들을 모두 날려버리는) 장면이 들어있으니까요. IMDB를 찾아보니, 이 영화는 일본에서도 96년 말에 개봉했었다는군요.
Commented by MATARAEL at 2007/03/11 23:13
그러고보니 초반부에 스티븐 시걸 횽아의 느닷없는 퇴장으로 인해 큰 충격을 주었던 파이널 디씨전을 잊고 있었군요! 확실히 '에어포트9'에 영향을 준 헐리우드 영화들을 골라본다면 위의 3작품들보다는 훨씬 유력한 후보로 거론될만한 내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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