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십 거너2 강철의 포효 - 영욕의 군함 개발사

PS2가 말기에 접어들면서 할 게임이 줄어들자 예전에 챙겨놓고는 이런저런 이유로 손을 안대다가 잊어버렸던 게임들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 워십 거너 2 - 강철의 포효야말로 그런 상황을 맞이하여 화려하게 피어나게 된 작품입니다. 예전에 할거 많던 시절에는 길고긴 튜토리얼을 차마 견뎌내지 못하고 때려쳤었는데 일단 두터운 진입장벽을 돌파하니 120% 즐길 수 있게 되었네요.

「강철의 포효」시리즈란 2차대전 당시와 유사한 분위기의 가상역사를 바탕으로 각종 군함을 설계하고 조종하여 지상 요새나 전함, 거대한 초병기 등 다양한 적들을 물리쳐나가는 해상전투 액션 시리즈입니다. 그리고 「워십 거너2 강철의 포효」는 시리즈 중 가장 최근 작품에 해당하는데, 이 계열은 동 시리즈의 '워십 커맨더' 계열에 비해 전함을 직접 조종하는 느낌을 중시한 시스템을 채용하여 액션성이 강화되어 있습니다.

이 게임의 가장 특징적인 재미라면 역시 각종 파츠를 조합하여 자신만의 함선을 설계하는 설계 파트입니다. 실존 함선들의 형태를 답습할 수도 있고, 자신만의 전술에 맞춘 극단적인 구조를 채용해도 좋고, 심지어는 괴광선이나 UFO를 탑재한 기괴발랄한 병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자유로움이 커다란 매력인 거죠. 옛날에 한참 재밌게 갖고 놀았던 아트딩크의 'The Seed' 와도 통하는 재미이긴 한데, 아무래도 첫 작품이 1년 먼저 나온 강철의 포효 쪽이 선배격이겠군요. 게다가 그동안 수 차례 작품을 만들어온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파츠의 종류도 굉장히 많고 상상을 발휘할 여지도 풍부한게 완성도도 확실히 이쪽이 우위입니다.


각 루트 정복도 끝났고 이제 할것도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끝내기도 아까우니 지금까지 만들고 사용해왔던 함선들이나 적당히 정리해봅니다.


1. 구축함

주인공에게 가장 처음에 주어지는 배입니다만.... 사실 이놈에 대해서는 별 기억도 안납니다. 게임을 막 시작한 참이라 뭐가뭔지도 모른 채 허둥대고 있는데다가 적들도 적당히 봐주는 분위기라서 특별히 개조에 공을 들이지도 않았지요.

2. 포격순양함 「아스날」

* 함명은 제일 처음에 설계할 때 선택했던 기본 선체가 미국/영국/독일/영국 중 어느 쪽 계열이었는가에 따라서 그 나라 관련으로 떠오르는 명칭을 아무거나 대~충 붙인 겁니다. 전 ↑해당 팀에 어떤 선수가 있는지도 모른답니다.

슬슬 파츠가 개발이 진행되자 본격적으로 설계에 착수하여 사용한 순양함으로, 설계사상은 단순명쾌. 커다란 주포를 많이많이 붙여서 열나게 쏘아대자! (.....) 입니다. 처음에는 전후로 포탑을 2기씩 장착했지만 개발에 따라 선체가 대형화되면서 무장을 강화, 최종 형태에서는 4연장 25.4센티포탑을 앞뒤로 3기씩 달고 부포까지 달게 되었습니다. 이건 뭐 거의 순양전함이 따로 없군요. 대신 이런 중무장을 꽉꽉 채워넣으면서 속도도 40노트대를 유지하려다보니 장갑은 종잇장 수준이었지만, 뭐 어째어째 잘 버텨냈습니다. 이 게임의 병기들은 실제에 기반을 두고 있긴 하지만 실은 총체적으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라는 점에 주의해야 하죠....

난전이 될 것 같은면 적의 함열로 잽싸게 파고들어서 측면에 장착한 어뢰를 난사하기도 하면서 잘 써먹었지만, 슬슬 적함들의 내구도가 높아지고 히트앤드런이 통하지 않는 상황도 늘어남에 따라 한계 봉착. 전함 체제로 이행을 결정하면서 더는 쓰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미사일 병기들이 개발됨에 따라 장거리 미사일로 타격을 가하는 현대적인 이지스 순양함 스타일로 뜯어고쳐볼까 생각도 했는데, 한 스테이지당 수십척의 적함을 해치워야 하는 이 게임에서 그런 느긋한 뉴요커 스타일은 힘들어보여서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일 처음에 설계한거라 애착은 크네요.

3. 잠수함 「나하트코볼트」

부관 중 한명인 독일인이 타고 온 독일 잠수함에서 시작했기에 이런 이름. 찍어놓고 보니 주포의 사선을 탐조등이 떡하니 막고 있는 강렬한 모순이 돋보입니다만, 물론 게임 중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설계에 있어서 이런 사선 확보 판정이라던지 제반 요소에 대한 제약이 상당히 느슨하긴 한데, 게임의 경쾌성이라는 면에서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좀 너무 심하니 이후에 탐조등은 치우고 VLS나 하나 더 달아줬습니다.

강철의 포효 시리즈 중 잠수함전이 도입된 것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라고 하며, 잠수함 전용 스테이지도 있는 등 신경을 많이 써주긴 했지만.... 이 게임의 잠수함전은 영화나 만화에서 묘사되는 것과 같은 그런 잔잔한 물건이 아닙니다. 비록 물속에 있어도 마음만은 함대의 선봉에서 치고받는 주력전함과 같은 자세로! 어뢰나 폭뢰 너덧발쯤은 근성으로 버텨주고!! 기뢰밭 따위는 기뢰제거 어뢰로 싹쓸이해버리고, 혹시 어뢰가 떨어지면 수면으로 부상해 주포를 난사하면서 정면돌격을 서슴치 않는, 그야말로 싸나이 잠수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점점 현대적인 스타일의 선체들이 등장하면서 냉정하고 깔끔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사일런트 서비스에 대한 동경도 품긴 했습니다만, 현재 장착하고 있는 최종형 선체 '상어형 선체'를 쓰게 되면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 선체는 관람모드에서는 위의 사진처럼 멀쩡한 잠수함인 것 같지만 실제 미션에 들어가면 자함이 말그대로 '상어' 모습으로 바뀌거든요.... 이래서야 로망이고 뭐고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상식적인 선체들에 비해서 워낙 고성능이다보니 안 쓸 수도 없는 상황이고.

하여간 최종형태에서는 어뢰를 5연발 호밍 어뢰로 바꾸고 위에는 대함미사일과 애스록 VLS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수상전에 대한 미련을 못버린 채 주포와 기총을 놔두고 있는 상태.

4. 범용전함 「지그프리드Ⅲ」
전함용 선체와 함교 등의 개발이 끝난 시점에서도 한참동안 순양함 체제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전함의 대형 사이즈에 어울릴만한 대구경 주포의 개발이 좀처럼 진행이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40센티대 구경의 4연장 주포가 개발되고 순양함이 한계를 보일 시점에 마침내 독일계 선체에 대구경 주포를 꽉꽉 실어서 전함 지그프리드를 제작, 이후 가장 긴 시간 동안 주력으로 써먹게 됩니다.

- 지그프리드: 40센티대의 4연장 주포를 앞뒤로 3기씩 6기. 총 24문의 주포가 뿜어내는 탄막 앞에서는 1주차의 적 주력전함들 정도는 순식간에 녹아버립니다. 자동영격장치 대응이 가능한 소구경포를 부포로 장착하고 대잠미사일 발사기를 양현에 총 두개 장비. 아스날과 같은 쾌속은 안 나오지만 그만큼 장갑에 신경을 썼기에 방어력도 어느정도 확보되었습니다. 이제 적 초병기와도 정면승부를 해볼만한 화력을 갖추게 되어 의기양양해하고 있었지만, 이 앞에는 역사 그대로의 장벽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초기형 지그프리드의 콧대를 꺾은 것은 다수의 항모가 등장하는 대규모 함대전 스테이지. 대공화기라곤 고작 40밀리 4연장 기총과 고사포를 적당히 배치한 정도였던 본함은 하늘을 가득 메운 채 벌떼처럼 달려드는 적 항공기들에게 호된 꼴을 당하며 몇번이나 패배하게 됩니다. 2차대전 말기 항공기들의 공격에 떡실신당하던 거함거포주의자들의 울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지요.

하지만 여기서 전함의 시대에 작별을 고하고 항모를 설계하는 건 보통의 풋내기, (이하생략)

- 지그프리드Ⅱ: 마치 야마토의 최후를 보는 것과 같은 미션 실패 장면을 수차례 목격한 후 나온 결론은 이것입니다

"항공기가 무서우면 대공미사일 VLS와 RAM과 CIWS로 도배하면 되지"


물론 야마토가 깨지던 시절에 그런건 없었지만 이 게임에서 그런 시대 구분은 무의미합니다. 당장 듬성듬성 있던 어설픈 대공장비를 치워버린 후 마치 고슴도치처럼 대공화기 3종셋트를 다닥다닥 설치하고 재도전하자 달려들던 적 항공기들은 멀찌감치 앞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대는군요. 덕분에 CIWS들도 항공기에 정신이 팔리는 일 없이 다가오는 미사일이나 어뢰 요격에 전념 (여기서는 어뢰도 CIWS가 처리합니다)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주포도 게임 내에서 효율상으로는 최고라 불리는 4연장 50.8센티포로 교체. 모든 종류의 전투에 거의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이 지그프리드Ⅱ 로 1주차 엔딩까지 쾌속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주차. 같은 스테이지라 해도 1주차에는 안 나오던 추가 적함들이 대거 등장하긴 하는데 그래도 별다른 걱정은 안했습니다. 뭐 그까짓거 이 넘쳐나는 화력으로 다 쓸어버리면 되지~ 하고 용맹하게 돌격했는데, 결과는 순식간에 자함 격침...... 이놈들, 미사일 발사수가 대폭 늘어난건 그렇다 쳐도 무려 레이저빔을 쏘아대는 겁니다!

임기응변으로 장갑을 좀 더 보강하고 도전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유도 성능이 있는데다가 속도도 빠르고 CIWS로 요격조차 안되는 레이저와, 숫자와 위력이 늘어나면서 위협적으로 변해가는 미사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기 시작했습니다.

- 지그프리드Ⅲ: 대응책을 찾으러 공략사이트를 이리저리 돌아보던 중 채프 발사기를 달아보라는 조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채프? 그런 눈속임으로 얼마나.... 하고 반신반의하면서 장착하고 출격해봤더니, 이건 눈속임 정도가 아닙니다. 거의 무슨 미노프스키 입자 수준입니다! 기본적으로 미사일뿐만이 아니라 레이저 록온에도 대응하게 되어있고, 한번 뿌려놓으면 미사일은 거의 백프로, 레이저도 상당한 확률로 교란시켜버립니다. 더불어 광학병기 데미지를 줄여주는 전자장벽까지 달아주니 교란을 뚫고 적중된 레이저들도 큰 데미지를 주지 못하네요.

한편으로 전함용 최종 선체를 입수하여 적재 면적도 넓어졌기에 무장도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일단 주포는 3연장포가 가능한 최대구경인 61센티 포로 교체하면서 주 화력은 정점에 도달했습니다. (80센티포, 100센티포 등 괴물 주포가 개발되긴 했지만 이놈들은 2연장, 단장만 지원하는 관계로 효율면에서는 떨어지지요) 부포도 높은 위력과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280mm AGS로 교체되면서 고속정이나 지상목표에 대한 제압능력이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대잠장비는 이전의 대잠미사일을 폐지하고 위력과 사정거리 면에서 우월한 애스록 VLS로 대체. 그리고 이들을 서포트하기 위한 보조장치로 최종형태의 자동장진장치를 설치한 덕분에 각종 병장의 발사속도가 90% 상승, 순간 집중 화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만큼 탄약 소모량이 커져서 적들이 떨어트리는 탄약보충 아이템을 열심히 찾아먹어야 하는 맹점이 있긴 하지만....

이로써 공격/방어면에서 더 이상 추가할게 없는 나름대로의 최종형태 전함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특정한 보스와의 전투를 상정하여 고속형태로 개조한 파생형인 「그람」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후반부 스테이지는 이 한척이면 오케이. 엑스트라 모드에서 들어갈수 있는 인페르노 모드나 특별임무 스테이지도 이 지그프리드Ⅲ 로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었군요.


여기까지가 진지하게 미션을 진행하기 위한 용도로 만든 함선들이고, 이후에 소개할 함선들은 모두 반쯤 장난으로 만들어 본 것들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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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까날 2007/07/18 16:15 # 답글

    다음에 소개될 함선들이 기대됩니다.
  • NOT_DiGITAL 2007/07/18 16:38 # 답글

    전 PC판 강철의 포효 1만 조금 해봤지만, 차기작이나 컨슈머판에서 설계에서 제약이 약해진 걸까요. 어쩌면 1도 그리 많이 한 게 아니라서 제가 몰랐던 건지도 모르겠군요.

    NOT DiGITAL
  • 개발부장 2007/07/18 18:18 # 답글

    ...좋타...!(눈물)
  • MATARAEL 2007/07/19 22:37 # 답글

    까날님 > 실은 연구보다는 때려부수는데 여념이 없다보니, 그렇게까지 기발한 함선들은 못 만들었네요. 드릴전함도 획득 조건이 워낙 까다롭다보니 결국 못 얻었고;

    NOT_DiGITAL님 > 저도 시리즈 중 해본건 이게 처음이라서 다른 작품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설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도의 느슨함을 보여줍니다.

    1. 포신이나 함교 등의 구조물이 갑판 위를 가로막고 있어도 VLS를 설치 가능. 하지만 미사일이 발사되다가 부딪치는 등의 참사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2. 포탑 바로 옆에 높다랗게 탐조등이나 CIWS 등을 설치해놓을 수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포탑이 옆으로 돌아갈 때 포신에 걸려서 다 쓰러져야겠지만 문제 없음.

    3. 함 바닥에 거주공간 같은건 아무래도 좋다 싶을 정도로 가스터빈이나 원자로나 보일러 등을 꽉꽉 채워넣을 수 있음.

    4. 본문에서 말했듯이 사선 확보 같은건 아무래도 상관없음.

    등등....

    개발부장님 > 좋지요~ 개발부장님의 성향에도 꽤 잘 맞는 성향의 시리즈가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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