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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의 관 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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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겪었던 두 가지 좌절
1. 국민학교 1학년 (2학년일지도) 시절, 티비에서 하는 '미래소년 코난'이 아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어느날 교실에서 아이들이 코난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꽃피우고 있는 가운데 주제가의 한 소절이 화제가 되었다.

'아름다운 대지는 우리의 고향~' 이라는 소절이었는데, 아이들은 그걸 '아름다운 돼지는 우리의 고향'이라고 알아들은 것이다. 뭐 그 나이에는 당연한 거겠지만.

"야 근데 돼지가 고향이래, 참 웃긴다"
"그러게 말야 히히"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실소하면서 아이들에게 말해주었다.

"얘들아 그건 돼지가 아니라 대.지. 야. 땅이라는 뜻이지"

나는 어때? 하는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쳐다보았고..... 잠시 정적이 흐른 후 박장대소가 터졌다.

"야 돼지가 어떻게 땅이 되냐? 으하하~"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야"
"너 바보야? 돼지도 몰라? 꿀꿀꿀 하는 돼지"

예상도 못했던 압도적인 전개에 나는 할 말을 잃었고, 더 이상 반론이 없는 가운데 '아름다운 돼지는 우리의 고향' 설은 아이들 사이에 확고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뭐, 요즘 같은 세상이었으면 '잘난체하는 재수없는 새X' 로 찍혀서 이지메의 대상이 되겠지만, 평화로운 시절이라서 그냥 웃고 넘어갔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오히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대하여 좋은 교훈을 얻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

2. 그 후로 조금 시간이 지나서 국민학교 3학년 시절. 나는 동네 미술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미술학원이라고는 해도 아파트에 아이들 모아놓고 그림이나 대충 끄적이며 놀게 하는 곳이었지만. 하여튼 그곳에서 놀던 어느날 동년배인 다른 아이 (A라 하자) 와 언쟁을 하게 되었다. 주제는 '별은 어떻게 생겼는가?'

A: "별은 ☆ 이렇게 생겼어. 별 그리라고 하면 다 이렇게 그리잖아!"
나: " 울퉁불퉁한 것도 있지만 큰 별은 ○ 이렇게 생겼어. 토성이나 목성이나 금성 보면 모르겠냐?"
A: "토성이나 목성 같은 것들은 예외고, 딴건 다 ☆ 이렇게 생겼다니깐?"

온갖 과학서적을 탐독하던 소위 '과학소년'이었던 나는 1:1 상황이기도 해서 물러서지 않았고, 상황이 고착되자 결국 우리는 믿음직한 존재인 4학년 형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앞다투어 자기가 맞다고 주장하는 꼬마들에게 그 4학년은 근엄하게 판결을 내렸다.

"잘 들어. 별은 원래 ☆ 이렇게 생겼는데 빛의 반사 때문에 ○ 이렇게 보이는 거야. 그러니까 A 말이 맞아"
거꾸로잖아, 이 얼간아!
(반사는 또 뭐야)


마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연장자에 대한 순종을 절대시하는 '착한 아이'이기도 했던 나는 감히 반론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A는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 결과로 얻은 것은 약간 상처받은 자존심과 세상에 대한 또 한 번의 깨달음.



최근 모 토론 프로그램에 나왔던 진 모 교수님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태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그때의 추억들이 떠오르고 있다.

괜히 한번 이런 것도 붙여보고 싶어졌다.
by MATARAEL | 2007/08/11 13:10 | (有) MATA 백화점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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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OT_DiGITAL at 2007/08/11 13:55
뭐, 보고 있으면 대략 어이가 없죠. -_-

NOT DiGITAL
Commented by 만년여동생 at 2007/08/11 19:26
'논리적이지 않삼' or '잘난체 하며 400만 관중을 무시하삼' 이것이 필살기인데, 어떤 경우에든 저 두가지 케이스로 나누어 대응하니 이제는 노코멘트가 상책입니다. 그런데 과학소년이셨군요. 어쩐지 오버드 포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시더라. 낄낄.
Commented by DSmk2 at 2007/08/12 00:48
원래 인생은 대세를 따라 길고 얇게 살아야 합니다. 암요.
Commented by MATARAEL at 2007/08/12 23:21
DSmk2 님 > '맞는 말도 상대를 봐가면서' 등의 옵션 수칙을 붙여주면 더욱 편리해집니다 후~

만년 > 내가 과학소년이긴 했는데 문제는 귀가 얇은 과학소년이라서, 창조과학이라던지 신의 지문이라던지 환단고기라던지 (....) 등에도 일일이 한번씩 다 낚였었다는 사실은 제발 비밀로 쫌.

NOT_DiGITAL님 > 초반엔 이리저리 꼬아서 놀려먹을 소재가 풍부하게 공급되다보니 나름대로 재밌었는데 슬슬 질려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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