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브리더스 13권: 이번에는 함대전?

일단 표지 이야기부터. 얼마 전까지 지오브리더스에서 느끼던 불만 중 하나는 종종 나오는 촌스러운 단행본 표지들이었습니다. 특히 6권에서 8권까지의 표지의 경우는 원래 그런 컨셉이었던건지 아니면 채색 작업을 디지탈로 전환하면서 생긴 과도기적인 현상이었던건지는 모르겠지만, 라이센스판만 있던 시절에는 시공사에서 적당히 그림을 잘라붙여서 만든 자작 표지일거라 생각했을 정도였지요. 하지만 10권을 지나면서부터 표지는 다시 괜찮아졌고 이번 13권도 꽤나 마음에 듭니다. 설마 바로 그 히메하기 유우가 얼굴을 발그레하게 물들이고 섹시 컨셉으로 나올 줄이야, 게다가 배경에는 전투중인 호위함 DD102 하루사메의 모습까지!!

실은 카구라 OL들 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바로 이 유우이다보니 개인적으로 기쁜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뒤에 선 란도는 '권의 극에 달한 자' 포즈로 등을 보이고 서서는 머리카락까지 흰색으로 휘날리고 있는게 무슨 워울프 격투왕이라는 설정이 붙어있을 것만 같아서 좀 웃겨줬네요. (...)


내용으로 들어가면, 12권 후반에서 슬쩍 한 템포 쉬어주더니 다시금 맹렬하게 몰아치는 13권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권의 최대 이벤트는 비밀의 핵심을 향해 달려가는 카구라 종합경비의 크루저 '리아베 스페셜'이 해상자위대 제1호위대군 제 5호위대를 상대로 벌이는 해상전입니다. (이번권은 카테고리도 달리해봤습니다)

한동안 운전할 일이 없다보니 축 늘어진 모습만 계속 보여주던 유우는 오래간만에 환호성이 나올만큼 멋진 활약을 보여줍니다. 일단 핸들을 잡은 히메하기 유우에게는 설령 장소가 지상이건 해상이건, 상대가 100명의 총잡이이건 해자의 전투함이건 상관 없어요. 본격적으로 전투에 돌입하게 되자 선장 모자를 고쳐쓰며 눈을 빛내는 그녀의 모습은, "운전수는 운전이 일이야" 라는 평소의 자신만만한 멘트가 가진 무게를 실감하게 되는 짜릿하기 이를데 없는 순간입니다. 한편 나름대로의 절박함을 지닌 붉은 유성 우메자키 마키 역시 숨겨둔 '실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카구라를 지키는 최강의 대 전자전 요원 (X2) 이 지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자동화된 현대적 무기체계를 상대하는데 있어서 더할나위 없이 최적화된 전력을 갖춘 카구라이지만, 그렇다 해도 상대는 만만치 않습니다. 애초에 지오브리더스의 조역들을 우습게 보면 안 되는게, 종종 웬만한 주역들 이상으로 멋진 활약을 보여주는 것이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격심한 해전의 마지막에 완고하지만 노련한 함장의 지혜가 빛을 발하고, 싸움의 향방은 과연 어느 쪽으로?


미사일만 빼놓고 모든 무기를 총동원하여 싸우는 호위함들의 모습은 함대나 현용 병기 팬들에게는 특히나 뇌의 퓨즈가 타버릴 정도로 즐거운 장면이 될거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전투 묘사는 과거 해상자위대가 북한의 간첩선을 상대하면서 얻은 전훈이 참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드네요.

카구라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한편에서 마침내 이름이 밝혀지는 '그 분'과 이리에가 막후 교섭을 벌이기 시작하고, 그들을 상대하는 자위대측 인물로 시마자키 사무관이 (재)등장하게 됩니다. 그녀는 본래 지오브리더스 AA에 등장했던 오리지날 캐릭터였지만 타 미디어믹스 작품들 쪽의 설정을 본편에 도입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 작가가 그녀같은 좋은 캐릭터를 그냥 놔둘리가 없지요. 무척 반갑긴 했는데 AA 시절에 비해서 더욱 냉혹해지고 피폐해진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하긴, 그런 식으로 이리에한테 뒤통수를 맞았으니 무리도 아닙니다만....


10권 이후로 거듭되는 사건으로 나루사와의 인기가 급속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타카미 주가가 하락하게 되자, 작가는 11~12권에서 타카미가 눈부시게 활약할 찬스를 마련해주었습니다. -니들 지금 타카미 무시하나여? 디질래여?- 그리고 원래부터 낮았던 사장의 주가가 더욱 곤두박치게 되는 이 시점에서, 작가는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려 동정하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드는군요. 흑흑 힘내라 사장 버텨내라 사장~


자, 중간에 한번 짤막한 회상을 통해 운을 띄워줬으니, 14권부터는 본격적으로 과거 회상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12권 말미에서 변신고양이라는 존재에 대한 설명은 대충 해줬으니 이젠 카구라가 설립되게 된 배경 정도가 나와줄 차례가 될 것 같군요.


1년하고도 2개월을 끈질기게 기다린 보람이 있는, 대단히 만족스러운 13권이었습니다. 나름대로 내용 누설을 피하려고 이리저리 돌려말해봤는데도 흥이 넘치다보니 지나치게 누설이 많아진 것 같아서 면목이 없네요; 이야기는 무거워져가고 있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꾸준하게 신나는 액션을 터뜨려주면서 독자들을 정신없이 즐겁게 만들어주고 중간중간 뒤통수까지 때려주는 솜씨는 여전하기에 안심입니다. 맨 마지막에 한번 더 독자를 놀라 자빠지게 할만한 장면이 기다리고 있으니, 부디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마세요~

설득력 없는 주장을 해보자면 중간 장면을 보고 '아- 이건 XXX겠군' 하고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음....... 다 보고 나서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매우 구차하군요)



덧글

  • NOT_DiGITAL 2007/08/12 14:56 # 답글

    역시 재미있는 13권이었죠. 사실 초반부에는 워낙 숨겨져 있는 게 많다보니 스토리 텔링 자체에 대해선 기대를 안 했는데, 후반으로 갈 수록 이 쪽이 점점 더 끌리기도 합니다. :-)

    NOT DiGITAL
  • 모모맨 2007/08/12 17:59 # 답글

    정발은.... 제발 좀 이어서 출판 좀 해주세요... 아니면 번역판이라도 누가 좀...
  • NOT_DiGITAL 2007/08/12 22:38 # 답글

    그러고보니 이토 아키히로의 매니지먼트 능력(...)도 꽤 괜찮다니까요. 좀 소외받거나 인기가 떨어진다 싶으면 여지없이 밀어줘서 다시 올려놓는.... 타카미야 말할 것도 없지만 12권의 개고생과 13권 때문에 정크본드였던 사장까지 불쌍하다 못해 괜찮아 보이는 현상이 발생.(먼산)

    NOT DiGITAL
  • MATARAEL 2007/08/12 23:33 # 답글

    NOT_DiGITAL 님 > 초반의 몇몇 어색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은 애초에 장기연재를 생각하지 않고 만들 때 생긴 버그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것도 다 의도대로의 내용이었던가 하는 의심이 들고 있네요. 덜덜덜...

    그러고보니 인기투표에서 항상 카구라 사내 최하위권이었던 사장이 앞으로의 전개에서 얼마만큼 치고올라올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바입니다. 14권 쯤에서 한번 대박 터뜨릴 찬스가 올 것도 같아요.

    모모맨님 > 최근의 물오른 전개가 라이센스로 안 나오는 상황은 실로 원통하다! 급입니다만.... 얼마전에 시공사가 손 놓았음을 반쯤 대놓고 선언했다던데 그렇다고 회사가 망한 것도 아니다보니 언제 다른 회사가 판권을 인수해줄지 감도 안 잡히네요.
  • 양재천 너부리 2007/08/17 17:25 # 삭제 답글

    주문해놓고 못찾아가는 입장에서 이건 '뼛속까지 아프다'급이군요
    역시 주문해놓길 잘했단 생각은 들지만......찾아가질 못하니.....ㅠ.ㅜ

    P.S : 암만 그래도 이 만화의 진 히로인은 역시 우메자키 마키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뽀핫~♡
  • MATARAEL 2007/08/18 01:19 # 답글

    역시 내용 언급이 좀 많았나 하고 반성해봅니다. (굽신굽신)

    그 겉모습 때문에 좀처럼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지오브리의 여성들 중에서 마키만큼 일편단심 순정에 불타는 아가씨도 없지요. 싸우는 방식도 사랑하는 방식도 100% 옛날 영화 그 자체라고나 할까요.
  • Glradios 2007/09/25 16:46 # 삭제 답글

    이건 도대체 언제 다시 정발 될는지 OTL..
댓글 입력 영역


Contact

사교의 관 web 폐쇄

PSN ID: Salamis_k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