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텍 NO.040 ARL-99 헬다이버

인형병기 완성품 관심리스트

이전에 별 생각 없이 관심이 있는 제품 리스트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그게 나름대로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거로군요. 그냥 그대로였더라면 살까말까 고민하면서 천년만년 지났을지도 몰랐는데, 마침 친구가 해당 포스팅을 보고는 생일 선물이라면서 리볼텍 헬다이버를 덥석 안겨주었습니다. 취향에서 약간 엇나간 선물이라는 것도 의외성이 주는 재미가 있지만, 역시 그 시점에서 가장 원하면서도 선뜻 손을 안 내밀게 되던 물건을 받게 되니 반갑기 이를 데가 없군요.

하여튼 그렇게 손에 넣게 된, 아마도 제 사상 최초이자 최후의 유일한 리볼텍이 되지 않을까 싶은 헬다이버입니다.

ARL-99 헬다이버는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시리즈에 등장하는 자위대의 군용 레이버로, 이야기의 주역인 AV-98 잉그램을 개발한 시노하라 중공업이 잉그램의 기술을 토대로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전까지의 자위대의 군용 레이버였던 97식 (사실 이쪽 디자인도 매우 좋아하긴 하지만)을 대신해 육상자위대 공정사단에 배치되면서 99식 공정레이버, 또는 이를 줄여서 99식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AV-98을 만들면서 확립된 기술을 많이 사용했지만, 군용인데다가 강하를 대비한 여러가지 장비가 추가되면서 AV-98보다 좀 더 커졌다고 하네요. 무장으로는 팔에 장착하는 40mm 기관포와 컴뱃 나이프를 비롯해 다양한 무기가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두 가지 무장 외의 다른 무기를 사용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별로 기억이 안납니다....

사실 등장 자체는 유우키 마사미씨의 코믹스판 시절부터 TV판, 극장판까지 모두 커버합니다만, 역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첫번째 극장판 도입부에서 폭주한 HAL-X10 과 벌이던 격렬한 전투 신일 것입니다. 수송기에서 뛰어내려 다리 부분의 에어브레이크를 전개하면서 낙하산으로 강하하는 헬다이버의 모습은, 로봇 애니메에서 리얼한 메카닉 묘사나 밀리터리적인 요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안겨주었지요. (뒤늦게 위키를 찾아본 결과, 본래 극장판 2편의 플롯 단계에서는 낙하산으로 강하하던 헬다이버 부대가 재밍에 걸려서 대혼란을 일으키는 장면이 삽입될 예정이었다고 하는데, 사실이라면 정말 아쉬울 따름입니다) 제 경우에는 이전에 말했던 친구의 걸작 개조품이 준 영향에 더해서, GM 시리즈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양산형-수수함-적당히 각짐-선량(?)해보이는 얼굴 등의 요소 등이 좋아하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겠군요.

뭐 그래봤자 패트레이버, 게다가 조역메카인만큼 프라모델로 한번 나와주기는 했지만 그 퀄리티는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었다고 기억합니다. 주역기인 잉그램처럼 여기저기에서 다른 버전의 완성품으로 나와주지도 못한 채 잊혀지고 있나 싶더니, 이번에 리볼텍으로 나와주면서 헬다이버 애호가들의 꿈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겠군요.

대망의 박스 개봉. 투명 플라스틱 덮개를 열자 도료 (에나멜 계열?) 냄새가 확 하고 풍겨올라옵니다. 아마도 풀리기 시작하고 나서 곧바로 구입한 거라서 이렇게 강렬하게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요. 이 에나멜과 신나가 미묘하게 섞인 냄새를 맡으면서 불쾌감 대신 친숙함과 푸근함과 아련함이 뒤엉킨 감정을 느끼게 된다면, 당신도 동류의 과거를 짊어진 사람인 것입니다 (....)
전면의 모습, 약간 삐딱하게 찍어버렸군요. 전체적인 신체 비율이나 조형은 조금 어레인지가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뒤쪽 모습. 선명하게 찍힌 육상자위대라는 글자와 약간 두툼한 등판, 색깔이 어우러지면서 AV-98 잉그램이 가진 경찰 차량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군용 차량의 분위기를 풀풀 풍기고 있네요. 더불어 어깨, 무릎, 팔꿈치의 리볼텍 조인트의 위치를 엿볼 수 있습니다.
들어있는 옵션 파츠들입니다. 40mm 속사포 (즉 기관포?), 컴뱃 나이프, 허리에 달게 되어있는 칼집에 들어있는 컴뱃 나이프 (손잡이를 빼서 칼집만 남은 상태로 할 수 있습니다) 각종 형태의 손, 그리고 바이저를 내린 상태의 머리입니다. 설정에 있는 99식 자동포라던지 TOW 미사일랜처 등의 화기가 하나 정도 더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바이저를 내린 형태의 머리를 장착한 모습입니다. 군용기 조종사의 헬멧을 연상하게 하는 머리의 형태 또한 헬다이버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다만 제 경우에는 이 바이저를 내린 버전의 머리 파츠가 목의 관절과 잘 안맞고 기본 사양의 머리 쪽이 색깔도 괜찮고 해서 그쪽을 선호하게 되네요.
오른쪽 팔에 장착하는 40밀리 기관포입니다. 기관포에는 연질 소재의 파이프가 붙어있어서 반대편을 본체에 연결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기관포 자체에는 탄창이 빠진다는 등의 특별한 다른 기믹은 없군요.
이번 헬다이버의 특징 중 하나인 다리 부분의 장갑 개폐 기능입니다. 낙하산으로 강하시에 감속을 위해 전개하는 부분인데, 에어브레이크 역할만 하는건지 내부에 버니어까지 따로 달아준건지는 기억이 잘 안나는군요. 하여튼 이 부분의 장갑이 여닫히는 모습이 꽤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두둥- 이 부분에 관절을 따로 하나 더 삽입했더군요. 덕분에 다리 장갑의 움직임이 유연하면서도 닫힐때는 딱 맞게 되어있습니다. 관절 파츠를 인간을 기준으로 한 관절부위 외에도 사용했다는 점에서 좋은 아이디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리볼텍이라는 시리즈에 있어서 관절 가동 방식은 항상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인데요, 특히나 이번에는 어깨 부분을 주목하게 됩니다. 이 헬다이버는 애초부터 어깨 부분의 가동 방식에 나름대로 공을 들여 디자인을 해놓았기 때문입니다.
리볼텍 헬다이버에서는 리볼텍 관절의 중심이 되는 구체를 어깨 위에 이와 같이 배치해 놓았습니다. 팔의 방향에 따라서는 좀 어색하게 보일 수 있긴 한데, 가동성 확보를 위해서는 어차피 다른 대안은 없어보이긴 합니다.
그럼 리볼텍의 장점인 다양한 포즈 잡아보기를 할 차례인데... 생각보다 다양한 자세는 별로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리볼텍 관절의 가동 범위에 대해 너무 큰 환상을 가졌던 것도 있고, 거기에 더해 관절의 구조에 대해 아직 제대로 파악 못했다는 점이나 관절 파손을 염려해서 과감하게 움직여보지 못하는 등의 이유도 있겠습니다.

역시 가장 큰 불만점은 제대로 된 기관포 사격 자세가 좀처럼 안 나온다는 사실이겠지요. 포신의 위치 자체가 팔 위에 너무 높게 설정되었다는 데서 오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한번 만들어본 도발 포즈(....) '헤이 헤이 헤이~'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서 꽤 마음에 드는 포즈네요.

이런 식의 금속제 나이프라는 것이 과연 패트레이버 정도의 기술레벨의 세계관에서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는 좀 의문이긴 합니다. RNarsis님의 블랑 & 느와르에서 나오는 것처럼 찔러넣고 폭발시키는 고주파 나이프라면 일반병기 상대로도 꽤 써먹을 수 있겠지만 그런건 상당한 오버테크놀로지의 영역일 테고.... 어디까지나 비교적 경장갑인 레이버끼리의 백병전, 그것도 상대 기체의 구동계나 파이프 등의 취약 포인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나 써먹을 수 있는 제한된 병기가 아닐지.
파츠들을 만져보다 발견한 의외의 사실. 1/6 총기 시리즈는 너무 커서 도저히 안 맞지만, 대신 1/144 건프라의 무기들이 그럭저럭 잘 맞네요! 사진에 있는 것은 반다이의 구판 0080 시리즈 겔구그 J의 빔 라이플인데, 잘하면 이런저런 다른 무기들도 많이 활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가동성에 대한 기대가 좌절되면서 실망을 좀 하긴 했지만, 헬다이버라는 기체를 기다려온 입장으로서는 조형, 도색, 가격 사이즈 여러 면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제품입니다. 무장 구성이 좀 아쉽긴 하지만 이건 원래대로의 설정이니 어쩔수 없고, 위에서 말한대로 건프라 쪽을 활용할 만한 여지도 있으니 불만점이라 하기도 뭣한 부분이네요. 무엇보다 이리저리 비틀어보면서 갖고 놀기에 좋다는 점이 리볼텍다운 최고의 장점이 아닐지.

패트레이버 시리즈도 이제 시대의 흐름에 잊혀져가는 시점임을 감안해서 좀 성급하게 예측해보자면, 이번 리볼텍이 헬다이버라는 기체가 제품화되는 마지막 찬스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헬다이버를 좋아하신다면 괜히 주저하다가 때를 놓치거나 하지 마시고, 가격도 저럼하고 사이즈도 아담하니 부담없이 한 번 장만해보시는게 좋을 거라 생각되네요. (뭔가 홈쇼핑 같은 멘트로군요)


일본 위키피디아 헬다이버 항목
MAHQ의 헬다이버 항목

덧글

  • M2SNAKE 2008/01/13 14:56 # 답글

    안녕하세요. 매일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남겨봅니다.
    헬다이버가 발매가 되었군요! 개인적으로는 구 OVA에서 쿠데타 일으키러 가는 육상자위대가 트럭에 싣고 가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생각해보면 주역기체를 제외하고는 인기가 제일 높은 편일텐데, 본편에서의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았던 듯 하네요.
    1/35 헬다이버 소프비를 하나 가지고 있기는 한데, 모형을 제대로 완성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다가 이제는 잊혀져버린 소프비란 재질때문에 바라볼때마다 한숨만 나옵니다... orz
  • NOT_DiGITAL 2008/01/13 14:56 # 답글

    저도 발매되자마자 받아보긴 했는데, 아직 개봉도 못하고 있습니다. 하기야 헬다이버 이전에 산 메카닉 피규어들이나 다이캐스트 모델들도 개봉 못하고 있긴 합니다만... OTL

    NOT DiGITAL
  • MATARAEL 2008/01/14 00:41 # 답글

    M2SNAKE님 > MAHQ에서 OVA 등장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길래 빼놨었는데 그쪽에서도 나왔었나 보군요. 아무래도 자위대의 레이버이다보니 이야기의 특성상 비중이 작아지는건 필연적이라고 봐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소프비라..... 저로서는 꿈도 못꿔본 저 높은 영역의 물건이로군요. 부디 언젠가 멋지게 완성하시길 빕니다. 아니면.... 제가 항상 주장하는 미학에 따라 '손 하나 안 댄 미조립상태로 부품들의 구성을 감상하며 향유하기'를 유지하다가 나중에 유망한 후학에게 물려주시는 건 어떨지요~

    NOT_DiGITAL 님 > 꿈과 희망과 월급을 담아 즐겁게 결재했지만 시간과 공간과 심적 여유가 모자란 관계로 개봉조차 못되고 쌓여가는 각종 지름품들의 슬픈 전설에 대해서는 종종 소문으로 들은 바가 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짬을 내서 개봉해서 감상도 해보고 사진도 찍어보고 전시해보시는게 어떨지요. 일찍이 대호왕 사모 Pay도 Cash건에게 이렇게 말했지 않습니까.

    "그렇게까지 너 자신에게 가혹할 필요가 있는 거야? 쌓아놓기 위해 지르는 것은 슬퍼."

    "그건 언젠가 제가 제 누이에게 했던 말과 똑같군요."

    (중략)

    "네 누이가 맨날 지르고 쌓아놓기만 한 모양이군. 그래서 너는 쌓아놓기 위해 지르는 것은 슬프다고 말해줬고. 그런데 너는 왜 지금 그렇게 사는 거지?"

    "그 때 저는 백수였었습니다."
  • M2SNAKE 2008/03/13 19:06 # 답글

    이미 꽤 지난 얘기입니다만, 다시 DVD를 꺼내 구 OVA를 틀어보니 위에 써놓은 장면에 나오는 건 헬다이버가 아니더군요;;;
    중요한 사항은 아닙니다만, 틀린 정보를 말한 것 같아 늦게나마 수정해봅니다 orz
  • MATARAEL 2008/03/16 19:56 # 답글

    그랬었군요. OVA에 나오는건 그냥 97식이었던 걸까요?
  • M2SNAKE 2008/03/16 21:44 # 답글

    위키피디아 찾아보니 AL-97 아틀러스라고 하는군요.
  • 음음군 2008/03/31 10:59 # 답글

    구OVA에서는 '헬다이버'는 안나오지만 대신 '시작형 공정레이버'라고 하는 레이버가 나오는데. 형식번호는 AL-X99..............'헬다이버의 프로토타입'인 거죠. (머리부분은 확실히 똑같이생겼습니다.) 당시 이 기체의 파일럿은 무려 '야마자키 히로미'<시게왈 비극의거인>였죠. 물론 그 거구때문에 모니터류를 다 뜯어내버리고 '강화유리'를 붙혀버렸죠. 마치 히로미짱의 '괴력'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레이버의 오른팔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용기를내어 왼손의 완력으로 '핵미사일 발사장치'를 부셔버린장면이 인상적이였습니다.
  • MATARAEL 2008/03/31 17:57 # 답글

    하필이면 히로미가 탑승하는 겁니까! 그건 정말 비극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네요. 게다가 무려 '핵미사일 발사장치'까지 나오고, 대체 무슨 내용인 건지 매우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패트레이버 애니메이션 중 제대로 봤던 건 일련의 극장판과 미니파토가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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