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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종류의 사물이나 이미지에 대하여 강한 애착을 갖게 된 사람들이, 종종 다음으로 이행하게 되는 단계는 그것에 대한 소유욕입니다. 실물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편으로 실물 대신에 해당 사물을 형상화한 모사물에 대한 소유욕이라는 형태로 발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실물을 소유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제약이 있다거나, 애초에 실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경우 등의 이유가 크겠지만, 때로는 이러한 대리만족이 본래의 실물과는 또 다른 하나의 독립된 영역을 창조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이나 일본의 총덕들은 에어건을 구입해서 애지중지하는 한편, 태평양 건너 미쿡의 총덕들은 집에 온갖 실총을 구비해 놓고 지난 밤 아들놈이 그걸로 근처 슈퍼를 털었다는 사실은 상상도 못한 채 주말 사격장 모임을 준비하며 즐거워합니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모델러들은 멋들어지게 자동차 프라모델을 완성해놓고 만족하는가 하면, 이거니 회장님은 온갖 차들을 잔뜩 사모아놓고도 성이 안차서 자동차 회사를 직접 차리셨다가 쫄딱 말아먹은 뒤 손해는 다른 사람들한테 덮어씌우고 휠체어에 앉으십니다. 책을 사랑하는 요미코 리드먼은 빌딩 하나를 책으로 꽉 채우고도 모자라서 희귀한 책을 손에 넣기 위해서 목숨을 건 싸움에 뛰어듭니다. 20세기 초반 열강 해군의 높으신 분들은 '보다 크고 딴딴하고 쎈 ![]() 각기 좋아하는 분야도, 옳고 그름도 효율성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이 모든 것에는 욕구와 취향과 집착과 애호가 뒤엉킨 하나의 공통된 정신(?)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대로 말하자면, "콜렉터 혼"입니다. 콜렉터 혼의 대상이 될 수 잇는 것의 범위는 무궁무진합니다. 큰 것, 작은 것, 비싼 것, 애초에 가격조차 없는 것, 남들한테 내보이기 부끄러운 것, 남들에게도 그럭저럭 좋은 반응을 얻는 것, 평생 가지고 갈 것, 두 달 후에 질리게 될 것, 유형, 무형, 실체, 데이터..... 한계란 존재하지 않지요. 음, 항상 그렇게 생각하려 하고 있었지만 역시 저 또한 자신이 가진 좁은 인식의 범위에 '상식'이라는 팻말을 붙여놓고 그 안에 안주하려는 범속한 인물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기사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박은경 환경 후보 "땅을 사랑할 뿐 투기 아냐" 그렇네요, 확실히 그렇습니다. 왜 이런 걸 생각 못했을까요. 인류가 존재할 때부터 항상 아래에 버티고 있던 존재였는데.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땅투기 붐이 일면서 전국 방방곡곡의 땅을 보러 다니던 세대가, '사람들이 보다 개인적인 취향의 영역에 적극적으로 소비를 하게 되는 시대의 흐름'에 노출된지도 한참인데 말이죠. 이제 슬슬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분들이 나타나도 이상할 게 없다는 걸 알아챘어야 했습니다. 제한된 공간에 자연을 재해석하고 재현하는 일본의 정원 문화와는 또 다른, 뱌아흐로 순수한 '땅 콜렉터'의 탄생입니다. 좀 비싸다긴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어차피 작정하고 고급차들을 모은다고 치면 땅값 정도는 비교도 안 될텐데요. 굳이 많이 모아야 하는 것이 콜렉터의 조건은 아닌 만큼 정말 마음에 드는 거 한 두 장소 정도만 손에 넣으면 그걸로 콜렉션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1%라던데 이 정도는 굳이 무리일 것도 없지 않습니까~ 아아, 이제 먹고 살고 돈버는 데에만 신경쓰는 걸 넘어서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식이 점차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서 매우 흡족합니다. 개인적으로 희망이 있다면, 나중에 저 분께서 모아 놓으신 땅을 함께 감상하며 콜렉션에 대한 애착이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그야 물론 저는 땅에 대해서는 가격이 어떻고 하는 세속적인 사항에 대해서조차 까막눈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무언가에 오랫동안 끊임없이 열정을 바쳐온 콜렉터는, 설령 문외한이 대상이라고 해도 그 내용을 알기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곤 하는 법이니까요. 이를테면 이런 대화가 오가는 광경을 꿈꿔봅니다. "여기가 제가 가장 아끼는 땅입니다. 처음에 매물이 올라온 걸 보고 홀딱 반했었는데, 지를 돈이 없다보니 결국 강남의 노른자위 땅을 팔아야만 했죠. 강남쪽 땅은 그 후로도 팍팍 올라서 수천만원의 손해를 본 셈이지만 지금도 후회는 안해요" "동쪽 지역에서 올라오는 구릉 지역의 완만한 곡선을 보세요,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긴 동산이 재개발되서 세워진 아파트 때문에 뭉텅 잘라져 있는 모습이 단락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요"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이 땅에서 사랑하는 부분은 이 좁다란 부분입니다. 보세요, 관공서와 공장 부지 담 사이에 끼어버린 한쪽이 막힌 좁은 쐐기 형태의 토지라서 뭘 지을수도 길을 낼 수도 없어요. 하지만 그런 비효율성, 불모성이 오히려 이 부분에 다른 곳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배덕적인 매력을 부여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전 주말마다 이곳에 내려오는데, 조용한 토요일 아침에 이 장소를 청소하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평온해지는 것 같아요" "예? 건물은 안 짓냐고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 이대로 충분히 좋은데 뭣하러? 뭐라고요? 그동안 가격도 많이 올랐고 슬슬 떨어질 분위기가 보이니 팔아서 차익을 남기라고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져서) 날 대체 뭘로 보고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무척 불쾌하군요. (중략) 그야 물론 취향이란 건 변하는 법이고, 조금 더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하게 되면 결국 이곳을 팔지도 모르겠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이 땅을 포기한다는 건 말도 안되죠" 조촐하나마 나름대로 한 명의 콜렉터로서, 한국 정계에 등장하신 대인배 콜렉터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P.S 사진이 토이라서 토이밸리에 올립니다만 혹시 언짢게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내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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