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변하는 법

다종다양한 수상함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함종을 뽑아보라면, 역시 항공모함! 이겠습니다. 항공모함 중에서도 더 세분해서 들어가보자면, Angled Deck이 측면으로 크게 뻗어나온 현대의 대형 항모 (ex: 미 해군의 니미츠급)보다는 2차대전 당시에 사용되었던 1자형 항공갑판을 갖춘 항모를 좋아하는 편이군요.
기왕이면 아일랜드 크기가 작을 수록 호감도가 커지는 편이며, 개함별로 보자면 시나노나 카가 같은 구 일본 해군의 항모들을 은근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1945 시리즈 등에서 워낙 많이 때려부수다보니 정이 들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런 반면에 첨단 전자전 장비와 미사일로 무장한, 보통 이지스 순양함/구축함으로 대표되는 현대의 수상전투함 계열은 그다지 좋아하는 함종이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함종에 대해서는 '포탑이라곤 택도 없이 작은 주포나 CIWS가 고작 1~2기 씩에, 온갖 전자제품만 꽉꽉 쑤셔넣고 뒤뚱거리는 촌스런 짱구머리' 라는 악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었는데, 그러한 특징은 이 계열에서는 제일 잘 알려진 편인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을 보면 잘 나타나 있는 편입니다. 두터운 장갑으로 선체를 감싸고 대구경 포탑으로 무장한 채 엄청난 화력을 토해내는 전통적인 전투함의 이미지와는 아무래도 동떨어져 있지요.


하지만 몇 가지 과정을 겪다보니, 당초의 이러한 인상도 바뀌게 되는군요.

1. 워십 거너 2 강철의 포효

첫 번째 계기는 작년에 한참 불타올랐던 '워십 거너 2 강철의 포효'의 설계 모드. 온갖 종류의 괴이한 함선들을 설계하다가 이번에는 게임 내의 설계도에서 지원하지 않는 현용 함정, 거기다 기왕이면 대한민국 해군의 세종대왕함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세종대왕함 진수식 행사 사진을 담은 사진을 찾아다니기 시작, 결국 동네 서점의 재고 창고까지 탈탈 털어서 사진이 실린 '밀리터리 리뷰' 를 구해서는 열심히 들여다보았더랩니다.
결국 어째어째 비슷하게 완성은 하긴 했습니다만 당연히 게임 시스템상 별 활약은 못했는데... 어쨌든 세종대왕함은 물론이고 아타고나 알레이버크급 등 함정들의 세부 사진들은 굉장히 많이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2. 지오브리더스 13권
13권에서 벌어지는 해상자위대와 카구라 종합경비가 벌이는 함대전에 대해서는 한 차례 소개한 바 있습니다. 현대의 자동화된 전투함이라는 소재를 완전히 이토 아키히로 식으로 활용해낸 기가 차는 전투 신이었는데요. 이 전투 신만 해도 몇번이나 다시 보게 되었지만 동시에 스토리 중에 등장하는 호위대 구성에 의문이 생긴 김에 자위대 함정 관련 정보를 줄기차게 뒤져본 일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자위대 홈페이지, 함선 정보 홈페이지, 심지어는 해자 호위대별 홈페이지까지 들러보게 되었었지요.

3. 현대 해군의 수상전투함
그런 가운데 발매 정보를 접하고 곧장 구매해버린 것이 이 책입니다. 사실 표지에 그려진 줌월트급의 우아한 자태가 구매의욕에 큰 영향을 주긴 했죠.... 제목만 보면 굉장히 넓은 영역을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이하와 같이 설명됩니다.

...사실 수상전투함의 범위는 매우 넓어서, 연안형의 고속정부터 시작해 항공모함에 이르는 광범위한 범위의 군함이 수상전투함이라 통칭되고 있다. 당연히 이들 모두를 소개하기에는 한 권의 책은 너무나 부족하기에, 이번에는 수상전투함 중 핵심을 이루는 보편적인 전투함 세력인 만재배수량 3,000톤 이상, 프리깃, 구축함, 순양함으로 호칭되는 주요 수상전투함을 중점적으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본문 중에서)

군사잡지 출판사인 '군사연구' 사에서 발매한 이 서적은 동사에서 나오고 있는 월간지인 '밀리터리 리뷰'의 스타일 그대로의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화보나 커다란 사진 등은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고, 대신 레이더나 전투 체계, 대잠 시스템, 소프트킬 / 하드킬 방어 체계, 함포와 대함미사일 시스템 등의 내용을 빼곡하게 소개하고 있군요. 좀 지루한 내용일지도 모르지만 , 개개의 내용에 관련된 그림이나 표, 세세한 사진 등은 그럭저럭 갖춰져 있으니 그렇게까지 건조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심화된 내용에는 지금까지 별로 관심을 안 뒀던 탓인지 몰라도, 심심할때 한번씩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고 읽어보고 있으면 제법 흥미진진하네요.


이렇게 관련 사진이나 자료들을 집중적으로 접하다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보다 보면 정든다'

짱구 같다고 놀리던 통통한 함교주변 구조물에서 (어차피 요즘은 많이 작아졌습니다), 선체 전체의 힘을 한 점에 집중한 듯한 모습으로 정갈하게 서 있는 포탑 한 기에서, (사실 지나치게 빼곡하게 차 있는 포탑군은 별로이긴 했습니다), 사격각도를 확보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에 호젓하게 서 있는 CIWS에서, 대공/대함/대지/대잠 용도별로 분류된 치명적인 힘을 숨기고 있는 VLS에서, 복잡하게 치렁치렁 솟아있는 마스트에서,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독자적인 미학을 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렇게 새로운 매력에 눈을 뜬 김에, 이에 관련된 제품을 콜렉션에 추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쪽이 비인기 종목인 건 어딜가나 마찬가지인 듯, 현용 전투함 관련 완성품으로 괜찮은 거라면 역시 이것밖에 없습니다.


야마토로 유명한 연단모형 시리즈의 두 번째(아마도) 제품에 해당하는 '망국의 이지스'입니다. 거대한 야마토와는 달리 3토막으로만 분할되며 파츠 조합으로 이소가제 / 키리시마 / 묘코 3종류의 이지스함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사실 코스모플리트나 스타워즈나 하츠하루 등에 비하면 크기가 좀 큰 편이긴 하지만 야마토 등에 비하면 그럭저럭 납득할 만한 수준. 그래서 한번 쇼핑몰 등을 여기저기 뒤져보기로 했습니다.

......전멸.

전부 매진되고 없었습니다. 하긴 발매되어 들어온지는 한참 전이었으니 (그리고 그 당시에는 안중에도 없었음), 게다가 비인기품목이니 쉽사리 재입하가 될 리도 없으니 당연하긴 합니다. 문득 용산 CGV 쪽 매장에 팔고 있던 걸 떠올리고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찾아가봤더니, 하필이면 '선수부'만 달랑 하나 남아있네요.... 누구냐, 이런 식으로 토막쳐서 사간 놈이!

일단은 포기해놓고 다른 오프라인 매장에 갈 때마다 찾아보고, 가끔씩 검색 돌려보고 합니다만 여전히 이렇다할 성과는 없는 상태. 이전의 FW GM3의 경우에는 그냥 꾸물대다가 놓친 경우였던 반면에, 이 경우는 없던 관심이 뒤늦게 솟아났지만 이미 때를 놓쳤다는 비극적인 케이스로군요.


후일담 1.
연단모형 이지스를 포기한 뒤 얼마 후, 친구와 다시 용산 CGV쪽 매장에 갔다가 이런 걸 발견했습니다.
현용함 붐(?)에 힘입어 늦게나마 열심히 읽었던 '지팡구'의 병기들이 제품화된 '지팡구 대도감'이 있었습니다. 수상함이 두 종류에 나머지는 항공기나 잠수함이라는 도박성 강한 제품 구성이지만, 이지스함 '미라이'의 품질이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번 기세좋게 뽑아보았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뭐냐 하면.
작품중에서 미라이의 토마호크 한 방에 격침되는 USS 와스프

...........

아니 제가 이런 항모 좋아하긴 하지만 하필이면 이지스함 쪽을 노릴 때 나와주실 건........

('우미도리'라던지' 2식수상전투기'라던지 '이고 제21 잠수함'이 안 나온 것만 해도 성공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뽑은 건 뽑은거니 사진이나 올려봅니다. 제품 품질은 아주 좋다기도 뭐하고 나쁘다고 하기도 뭐한 밋밋한 수준이네요. 또한 붉은색 부분은 분리시킬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물에 떠 있는 부분만큼만 표시되는 '워터라인' 형태를 재현할 수 있습니다.
의외로 약점이 있다면 스탠드가 없다는 것. 이 제품을 보기 전까지는 스탠드 같은 거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닥에 그냥 내려놓은 채 끌리다 보니 함저에 유일하게 있는 세밀한 부위인 스크루가 부러져버리네요;
어째 갑판이 허전하다고 생각하셨을텐데, 함재기도 따로 들어있긴 합니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예쁘게 뜯어내느냐, 그리고 어떻게 비행갑판에 고정시키느냐입니다. 따로 고정하는 홈이나 구멍이 없으니 본드로 붙여야 할텐데 나중에 당시의 실제 사진이라도 보면서 가장 아름다운 배치(...)를 연구해봐야죠.


후일담 2.

며칠 후 일본에 공부하러 가 있던 친구가 잠시 오기로 되어 있습니다. 뭔가 부탁할 거 있냐고 해서 연단모형 망국의 이지스에 대한 링크를 슬쩍 보내봤더니, 한번 찾아보고 있으면 사오겠다고 하더군요.

한 박스를...

으음, 일이 잘 되면 연단모형 사이즈의 이지스함이 무려 3척이나 침공해오게 되는 셈인데 이걸 기뻐해야 할지 곤란해 해야 할지.... 정 안되면 누구 관심 있는 사람이라도 찾아서 갈라먹기라도 시도해봐야죠.

덧글

  • NOT_DiGITAL 2008/03/03 00:11 # 답글

    ...남게 되면 저하고 갈라드셔도....(....) :-)

    NOT DiGITAL
  • JOSH 2008/03/03 03:17 # 답글

    몇년전 일본갔을 때 2셋을 사왔었습니다.
    하난 친척동생 주고 하난 제가 가졌지만..
    지금은 친구에게 뺏겨 그놈의 야마토 옆에 장식된 상황...

    뭐 알레이버크급의 그만그만한 모형으로는 딱 좋은듯 합니다.
  • 만년네이놈 2008/03/03 13:46 # 삭제 답글

    저 지팡그 침묵의 함대 작가건가염?
  • MATARAEL 2008/03/04 01:16 # 답글

    JOSH님 > 오오 두 세트나... 아예 작정하고 워터라인 시리즈 등으로 나온 프라모델을 제대로 만들어볼 생각이 아닌 이상, 이 연단모형 이상의 제품이 나올 일은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싶네요.

    NOT_DiGITAL 님 > 오 반가운 말씀이십니다. 혹시 제대로 들어오면 1순위로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친구가 귀국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망국의 이지스 관련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한 거보니 아무래도 물건너간 듯도....

    만년 > ㅇㅇ 그분 맞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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