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궁금해진 옛 일본 아이돌 곡 제목

발단은 별 것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에 설겆이를 하려는 동안 음악을 들으려고 했는데, 마침 컴 옆에 있던 스피커를 PS3에 연결해놓은 바람에 하드에 있는 MP3는 들을 수 없었더랩니다. 그래서 귀찮은 김에 책상 바로 앞에 그득히 꽂혀있지만 한동안 전~혀 듣지 않았던 애니메-아이돌-게임 음반 테이프 중 패트레이버 싱글즈 컬렉션를 틀어놓고 구수한 아저씨 보컬을 즐겼습니다. 그것 뿐인데.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DYNAMITE SHIGE가 부른
LONG SILENCE의 절절한 멜로디는 언제 들어도 최고입니다.


아이쿠 이게 웬일입니까. 며칠 동안 그때 들은 패트레이버 보컬곡들이 머리 속을 떠나질 않은 채 머릿 속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겁니다. 하긴 지난 1년 동안 이쪽 테이프를 틀었던 것 자체가 10회가 채 안 될 정도긴 합니다만, 제 영혼은 이렇게까지 음악을 갈구하고 있었던 걸까요? (놀고 있네)

그런고로 오늘 좀 일찍 들어온 김에, 가지런하게 쌓인 채로 먼지만 풀풀 쌓인 테이프들을 꺼내서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곧 문제가 발생.


어느 테이프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겠네......

처음에 친구들한테 CD나 테이프를 빌려서 녹음하고 듣던 초창기에는 아주 열심이었습니다. 종이를 잘라다 색연필이나 형광팬까지 동원해서 라벨을 쓰고 풀로 붙이고 했습니다. 그건 금방 그만뒀지만, 이후에도 공테이프의 기본 라벨에다가 음반명, 작품명, 곡명까지 꼼꼼하게 써놓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새 귀찮아지면서 껍데기에 제목만 대충 휘갈겨 써놓는 시대가 찾아오고, 그 시기가 지나자 이제는 그것마저 '나중에 제대로 써놔야지' 하면서 백지 상태로 놔두거나 가수명만 적어놓는 말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어차피 그렇게까지 많은 테이프도 아니니 저 스매트 60분 테이프는 란마 OST, 요 TDK는 마크로스 컴플리트 2번 디스크, 저 붉은색 공테이프의 것은 팔콤..... 하고 기억해두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벌써 수 년이 지난 당시의 단기성 메모리가 전부 증발해버린 현재. 제 앞에는 태초에 바벨탑 앞에서 벌어졌을 법한 혼돈의 소용돌이가 펼쳐져 있습니다.....


흠흠, 그렇게까지 큰 문제가 될 건 없습니다. 굳이 이제와서 꼼꼼히 체크하고 분류할 필요도 없겠고, 대충 틀어보면 어떤 종류인지 감은 잡히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편한 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특히 80-90년대 즈음의 아이돌 계열 노래의 가사를 확인해보고 싶을 때가 바로 그렇지요.

사실 당시에 일본 아이돌 계열의 노래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면서 열심히 들었냐 하면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웬만한 계기가 없으면 한번 개척해놓은 분야에 해당하는 음악들만 줄기차게 듣는 편이었으니까요. 그래도 대표적인 아이돌이던 COCO 계열의 음반만큼은 몇 개 정도 테이프에 녹음해놓고 지속적으로 듣고 다녔던 편이네요.

그런 COCO 계열의 테이프 중 하나에 여러모로 상당히 특이한 곡이 하나 있었는데요, 문제는 갑자기 이 곡의 정체가 엄청나게 궁금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체를 도대체 알아낼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라벨에는 그저 ' COCO' 라고 써 있을 뿐이니 음반 제목 검색 -> 수록곡 제목 확인으로 찾는 방법이 불가능하네요.

그래서 역시 이럴땐 가사 일부를 활용해서 '모르면 구글님께 물어봐' 필살기가 발동..... 하려 하는데, 이번만큼은 구글님도 힘을 못 쓰십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일본의 음악 관련 저작권은 JASRAC이라는 단체가 아주 꽉꽉 틀어쥐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따라서 한국처럼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는 사이트에서 노래 가사를 자유롭게 올려놓는 일은 좀처럼 보기가 힘들지요. 그나마 이용해볼 수 있는게 첫번째로 うたまっぷ라는 가사 제공 사이트, 그리고 두번째는 개인 블로그나 사이트에서 가사를 인용하는 정도인데요. 이 경우는 오래된 노래인데다가 유행을 많이 타는 장르 특성상 전혀 도움이 안되고 있네요.


아무리 그래도 COCO 정도 되는 그룹의 노래 가사를 인터넷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건 놀랍다면 놀라운 일이네요. 이래서야

さよならから始まる物語 의 가사가 '今度会う夏までに 私素敵になる(다음에 만나게 될 여름까지 난 멋지게 변할 거야)' 가 맞는지 '今度会う夏までに 私ステーキになる(다음에 만나게 될 여름까지 난 스테이크가 될 거야)' 가 맞는지.
그 해 여름은 잔혹했다

思い出がいっぱい의 가사가 'そう大人になっても 無くしたくない(그래 어른이 되더라도 잃고 싶지 않아)'가 맞는지 'そう大人になっても 無くした クナイ(그래 어른이 되어서도 잃어버린 쿠나이)' 가 맞는지 확인해볼 도리도 없지 않습니까.
........쿠나이?


...어흠흠, 재미없는 농담은 이 정도로 해두고.


하여튼 그래서, 방문객 여러분들 중에서 아래와 비슷한 가사의 곡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신지 한번 질문을 드려봅니다. 다 죽어가는 미니콤포에서 한참 열화가 진행된 테이프를 돌리느라 제대로 못 알아들은 부분이 많은 것 같으니 그 점은 양해 바랍니다; 특징을 몇 가지 들어보면

1. 멜로디는 아이돌 곡 치고는 특이하게 단조 계열

2. '눈동자의 도미노 쓰러뜨리기(瞳のドミノ倒し)'라는 소절이 참 재미있는 가사라고 생각했는데요.
실은 그냥 '도미노 도미노 쓰러뜨리기(ドミノ ドミノ倒し)'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그렇다면 좀 아쉽네요.

3. 테이프에 COCO라고 적혀있긴 했었지만, 실은 COCO가 아닌 그 계열의 다른 가수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4. 이렇게 가사를 구체적으로 받아적어보니 뭐랄까 거참...... 발랄하게 정신나간 가사네요! 새삼 더욱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ねえ連れ出してよ今夜 窓を叩いて
さあクラクション鳴らして 眠れる街でひんしゅくを買おう
ねえ???明かりの周りに ほら雪止まる そう???抜け出せたまま 奇跡が起こるよ
最高のマドンナさえ、最低のウソで泣かす君に恋するかも

瞳のドミノ倒しに背中を押されたらホリーナイト
嘘よ嘘今はただ、危うく振れてるバランス 

ねえ気まぐれなら同じ 浮気な事も そう情けないくらい信じ合えない二人が可愛い
ねえ傷つけ合う予感 でも構わない もう生真面目な所や優しい所 無理に探さない
最低の男でいい 最高の恋人なら それが恋の??

瞳のドミノ倒しに自分で流れ込むミステリー
いいよ、今この時に任せるこのアドリブ

風が吹き込む助手席で そっと抱いた腕が熱い
無口になった横顔が、キュンと切ない

瞳のドミノ倒しに背中を押されたらホリーナイト
嘘よ嘘今はただ、危うく振れてるバランス


덧글

  • 만년네이놈 2008/03/04 01:26 # 삭제 답글

    오라버니에게도 아이돌 관련의 추억이 있을 줄이야. 그런데 참 생소한 그룹이네요? 하나하나 처음 들었을때보다도 왠지 더 쇼크임다.
    저에게는 테이프 말고 SM 대만 시디가 추억이었죠. 낄낄.
    그래도 SM 정품이라고 불리며 특전까지 있었음.
  • 만년네이놈 2008/03/04 01:28 # 삭제 답글

    그나저나 저 가사의 예는..
    제가 일본어 청해만 하면 실제 일어나는 예들이라 흠칫했다능.
    ....제 얘긴줄 알았음
  • analoger 2008/03/04 11:06 # 답글

    고등학생시절 같은반에 일음에 심취한 녀석이 있었지. 이녀석이 제일 좋아하던건 애니메이션 드라마cd. (나이좀 먹고나서야 정체를 알게된 아이템) 이녀석이 수학여행길 내내 슬퍼하다 씨익 쪼개거나 낄낄거리던 모습이 새삼스럽게 떠오르는군. 더 무서운 사실은 이녀석이 알아듣는 일어가 전혀 없었다는 점. 드라마cd에는 염파기록도 되어있어서 액터의 감정이 그냥 흘러들어왔다던가 하는거였을까?
  • MATARAEL 2008/03/07 10:22 # 답글

    만년 > 우와 SM정품까지 있다니. 난 초창기에는 테이프 살 돈도 없어서 시사영어 회화 테이프에 녹음했는데.

    저 가사의 경우는 해태눈에 이은 해태귀 현상이라고 해야겠지 어흥.

    analoger > 드라마 CD라면 한 수십번 듣다보면 내용은 여전히 몰라도 대충 감으로 분위기는 따라잡은게 아닐까요. 물론 그러고나서 수년 후에 마침내 알아듣고 보니 여기가 젤 웃기는 클라이막스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정반대로 슬픈 부분이었다던지 할지도 모르겠지만.
  • 만년네이놈 2008/03/08 14:15 # 삭제 답글

    후, 제가 용산에서 알바로 그 시디 팔던 놈임. 후새드. ㄱ-
  • 죠니 2008/05/01 13:43 # 삭제 답글

    coco노래 중에는 저런게 없는듯 한데요
  • MATARAEL 2008/05/02 01:08 # 답글

    역시 COCO는 아닌 걸까요;; 귀중한 제보 감사드립니다.

    그렇잖아도 한창때 일본 아이돌 음악 열심히 듣던 친구에게 이 곡을 들려주면서 물어봤더니, 역시 COCO는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더군요. 단서가 또 하나 사라지면서 미스테리는 깊어져만 갑니다.....
  • 사이버포뮬러 2009/03/24 19:33 # 삭제 답글

    DYNAMITE SHIGE 노래는 사이버포뮬러 삽입곡들밖에 몰랐는데, 그런노래도 있군여;
  • MATARAEL 2009/04/07 21:52 #

    저도 실은 아는 곡이라곤 이거 하나 뿐이라는 사실이.... 보통은 사이버 포뮬러 관련으로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네요.
  • AHYUNN 2010/12/10 18:45 # 답글

    저 또한

    미궁 속으로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 절반짜리 추억의 노래들이

    머릿속에 먼지낀 거미줄 군체를 이뤄버렸죠. 그냥 단지 덮어두고 살았을 뿐 해결은 영영.,,
  • 희망산맥 2014/07/20 18:45 # 삭제 답글

    저같은 경우는 공테이프에 4자리 식별번호를 부여해서 구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매트의 경우는 1000호대, 새한의 경우는 2000호대를 부여합니다.
  • MATARAEL 2014/07/20 19:42 #

    으허허 스매트는 그렇다 쳐도 새한까지 나올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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