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4 정보에 대한 잡다한 감상들

느닷없이 게임잡지의 페르소나 4 기사 스캔샷이 뜨더니 곧바로 PV 영상마저 뜨는 신속한 전개에 정신줄을 놓고 있다가 이제서야 좀 수습이 되었습니다. 기사와 영상에서 확인된 내용들을 두서없이 한번 짚어볼까요.

1. 삽입된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는 상당히 깔끔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P3에서 번 걸로 이번에는 예산 좀 많이 투입한 건가 하고 희망적으로 예상해봅니다. 물론 P3도 게임 초반에만 해도 후반의 그 자비심없는 작화붕괴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이번에도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만....

2. 던전을 돌아다니는 모습이나 FES로부터 1년 후에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시스템이나 엔진은 거의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봐야겠군요. 다만 P3의 랜덤 던전을 비롯한 게임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재미는 있지만 밑천이 드러나는 시점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제 경우에는 엔딩을 볼 시점에서야 밑천이 드러났으니 별 문제는 없긴 했습니다만... FES로부터 1년, P3으로부터 2년 동안의 기간 동안 얼마나 다듬고 새로운 요소를 추가했을지, 현직 아틀러스 스탭진들의 실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 되겠습니다.

3. 현재까지 확인된 여자 캐릭터는 두 명. (설마 학생모자도 여자?) 단발머리인 사토나카 치에는 복장이나 헤어스타일이 웬지 우메즈 야스오미의 메조포르테의 여주인공을 연상케 하는군요. 다른 한쪽인 아마기 유키코는 ..... 우와, 이 무슨 초완벽 야마토나데시코? 게다가 페르소나는 코노하나사쿠야! 이게 누구냐면...

코노하나사쿠야비메: 일본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입니다. 천손강림 당시 휴우가노쿠니에 강림한 니니기노미코토 -덴노(천황)의 선조- 는 오오야마쓰미의 두 딸 중 어느 쪽을 신부로 맞아들일지 선택을 하게 되자 못생긴 이와나가히메를 돌려보내고 아름다운 코노하나사쿠야비메를 아내로 삼게 됩니다. 이것은 바위(이와나가히메)처럼 영원한 수명을 버리고 꽃(코노하나사쿠야)이 피듯이 번영하는 짧은 삶을 선택했음을 의미하며, 이 때문에 이후로 덴노들의 수명은 짧아지게 됩니다.

....라고 하는, 태고적부터 일본인들은 '모에'라는 가치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다는 사실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신화의 등장인물입니다. 완벽초인같아 보이는 미소녀 캐릭터의 페르소나로 적격인 전통 있는 미소녀 여신인데 '이제서야' 시리즈에 등장하게 되는군요.

4.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주인공의 초기 페르소나인 이자나기. 시리즈의 골수팬이시라면 혹시 '뭥미? 감히 이 애송이가 이자나기를?' 하고 눈썹을 치켜올릴지도 모르겠는데요. 바로 여신전생 시리즈의 기원이 되는 니시타니 아야 씨의 소설 '디지털 데빌 스토리 여신전생'에서 주인공 나카지마 아케미와 여주인공 시라사기 유미코가 일본신화의 창조신인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부부의 전생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저런 중요한 위치에 있어서인지 시리즈 전체를 통해서 이자나기라는 신은 건드리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이자나미가 페르소나 2 벌에서 특수적/페르소나로 등장한 적이 있던 정도였죠.

하지만 이번 P4에 들어와서, 마침내 주인공 전용 페르소나라는 포지션으로 당당하게 채용되게 되는군요. 기존 시리즈와 다시 한번 선을 긋겠다는 의미라고 봐야 할지, 오버인지도 모르겠지만 묘한 기분이 드는군요.

5. 역시 필레몬의 인도를 받지 못한 채 이골의 야매업소를 통해 각성한 주인공들이라 그런지, 이번에도 소환기를 사용해서 소환하게 되는군요. 근데 거참, 소환기가 '안경' 일 줄은

..... 특별히 안경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훌륭한 센스입니다!! 게다가 총공격을 걸 때 파티원 전원의 안경이 빛나는 장면은 압권. 안경 캐릭터 좋아하시는 분들은 총공격의 쾌감이 1.5배 증가하겠네요.

- 그러고보니 P3 시절에는 캐릭터들 전원이 한줄로 늘어서서 소환기를 머리에 들이대고 포즈를 잡는 일러스트가 있었지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설마 전원이 한손으로는 안경 테를 붙잡고 한손은 허리에 얹는 '잘난 척하는 모범생 포즈'를 하고 좍 늘어서는 걸까요! 참고로 기왕이면 캐릭터들 기준으로 왼쪽 앞에서 대각선으로 바라보는 구도가 더 맛깔스러울 겁니다.

- 또한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P3 시절에는 캐릭터마다 소환 포즈가 달랐습니다. 주인공이나 키리조는 소환기 총구를 관자놀이에 대는 모범적 자세, 유카리는 목 아래에 대는 자세, 사나다는 거꾸로 잡고 이마에 대는 자세..... 그렇다면 이번에는 캐릭터 별로 어떤 차별화가 일어날 것인가? 이를테면 누구는 오른손으로 안경테를 바깥쪽에서 고쳐잡으면서 소환, 누구는 손을 좍 펼치고 가운데손가락으로 안경 중간을 밀어올리면서 소환, 누구는 얼굴 전체를 감싸듯이 안경 양쪽을 고쳐잡으면서 소환. 누구는 경박하게 집게손가락만 세워서 안경을 밀어올리면서 소환....... 바리에이션은 무한합니다!

6. 지금에 와서도 오카다의 이탈이 여신전생이라는 시리즈 전체에 있어서 크나큰 손실이며, 이후의 스텝진으로는 도저히 그 손실을 메울 수 없다고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차세대기로의 전진을 보류하고 PS2라는 환경에 머물기로 한 이번의 결정에서, 지금의 아틀러스에 녹턴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창의성과 저력이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 또한 유보상태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페르소나 3과 4라는 게임은,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굳건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오카다-가네코 라인의 영향력이 거의 완전히 배제된 지금, 캐릭터 디자인, 배경음악, 사소한 인터페이스, 시스템 등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스타일 아래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폭넓게 호응을 얻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가 졌소 하는 기분으로 항복 선언을 외치고 싶어지는군요

어쨌든 요즘 같은 세상에 일본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이 '페르소나' 나 '세계수의 미궁'처럼 던전 파고들기가 핵심 요소로 자리잡은 게임을 만들어서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제작사는 아틀러스 말고는 없을테니까요. 그렇기에 저는 이래저래 불만을 느끼면서도 페르소나 4의 발매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게 됩니다.

덧글

  • An_Oz 2008/03/20 22:34 # 답글

    오오 안경 오오
    경배하라 오오 안경!!!!!!!!
    (......)
  • 벨제뷔트 2008/03/20 23:04 # 답글

    목숨보다 모에를 중시한 일본인...! (데굴데굴)

    P3에서 N지마와 Y코(...)같은 것도 나오는 걸 보면
    그냥 별 생각없는(즐기자는) 것 같기도 하던데요 :)
  • 현상 2008/03/20 23:49 # 삭제 답글

    이제는 남자의 안경도 모에 아이템이 되는 세상~ ㅎㅎㅎ
  • 세계의적 2008/03/21 00:07 # 답글

    그런데 사실 오카다가 계속 아틀라스에 남아서 여신전생 시리즈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크게 다를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독립한 후에 그가 내 놓은 게임들을 보면 말이예요.
  • BLUE-PSY 2008/03/21 16:28 # 답글

    '목숨보다 모에를 중시한 일본인'에서 제대로 뿜었습니다.
  • 만년네이놈 2008/03/23 15:08 # 삭제 답글

    죄송합니다. 구룡요마학원기의 향기를 이제 감지한 쥬니어였다능.
  • MATARAEL 2008/03/23 17:53 # 답글

    An_Oz 님 >오오 안경!! ....이라고 해도 평생을 안경과 함께 해오다보니 심드렁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P4는 안경속성 면역 항체 보유 여부를 테스트해볼 중요한 찬스가 되겠군요!

    벨제뷔트님 > 굳이 따지자면 N지마와 Y코는 원작팬들이 웃고 즐길수 있게 해준 부수적인 요소라면 이번 이자나기는 주역 등장이라는 중요한 차이가.... 그런데 확실히 실제로는 별 의미를 두고 있지 않는것 같기도 해요.

    현상님 >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남자의 안경 역시 하아하아(....)의 대상이 된 지 한참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세계의적님 > 오카다가 남아있었다면 일단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P3과 같은 스타일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가 향후의 메가텐 시리즈에서 지향하고 있었던 것이 무엇일까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제는 모호한 추측밖에 불가능할 따름이네요.

    BLUE-PSY님 > 모에의 힘은 고대부터 미래까지 관통합니다.

    만년 > 구룡요마학원기라는 게임은 P3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축 중 하나이지. 아틀러스 RPG들 많이 해 왔으니 그 외의 요소들도 잘 알아낼 수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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