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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측법
한시의 구조 속에서 츤데레를 떠올리신 RNarsis님의 재치를 즐겁게 감상하다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백여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곳곳에서 사용되던, 단지 두 가지의 기호만을 조합해서 무궁무진한 표현을 만들어내는 통신 수단의 존재가 있었지요..... 네, 바로 모스 부호(Morse code)입니다. 단점(dot)과 장점(dash)의 조합을 통해 문자를 표현하는 모스 부호라는 소재는 활극이나 서스펜스, 추리물 등에서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물론 그 용도는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은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지요. 그래서 주인공들은 열심히 손전등을 켰다껐다 하거나 눈을 깜빡이거나 발을 두들기거나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참 거추장스럽고 위험한 수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항상 그 상황에 맞는 모르스 부호 표현 수단이 곁에 있으라는 법도 없고,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다간 눈치빠른 누군가가 알아차릴지도 모르는 일 아닐까요. 하.지.만! 이제는 걱정 없습니다. '츤'과 '데레'를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상관없이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단점(dot)을 '츤'으로, 장점(dash)을 '데레'로 바꾼 뒤 평소처럼 조합해주면 되는 겁니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습니다. 너 바보지? - 츤 무슨 애가 하는 짓마다 이러니? - 츤 그...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그런 거야... - 데레 멋대로 착각하면 가만 안 둘 테니까 알아서 해! - 츤 조합은 츤 츤 데레 츤, 이걸 단점과 장점으로 해석하면 · · - · 따라서 알파벳이라면 'F', 한글이라면 'ㄴ', 일본어라면 'チ'가 되겠습니다. 그야말로 모스 부호의 혁명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럼 실전 응용으로 들어가 봅시다. 원래대로라면 각각의 츤 / 데레 에 대한 대사도 일일이 써야겠지만 위키피디아 모스 부호 항목 <- 클릭하면 새 창이 뜹니다 1. 로마자 편 우리의 가련한 츤데레 히로인이 악당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는 상태에서 주인공과 마주칩니다. 상황을 알리고 싶지만 악당이 총을 겨누고 있거나 인질을 잡고 있거나 몸에 폭탄을 붙여놓거나 해서 말을 못 하는 상태입니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그간 익혀둔 츤데레 모스 부호를 활용할 때. 츤츤츤츤 츤 츤데레츤츤 츤데레데레츤 데레데레 츤 HELP ME 훌륭합니다! 히로인은 성공적으로 위기 상황임을 알렸고 이제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해주면 되겠네요. 물론 제가 범인이라면 뜬금없이 새침부끄질을 떨어대는 히로인을 보다 못해 방아쇠를 당기거나 폭탄 스위치를 눌러버리겠지만, 혹시나 범인이 츤데레 애호가라서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되겠지요. 2. 한글 편 슬슬 이걸 왜 하고 있는지 회의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츤데레 히로인도 주인공의 행동에 그렇게 회의를 품을 때가 있겠지요. 하지만 솔직하지 않음을 테마로 삼는 그녀가 그렇게 간단히 직설적으로 의견을 표시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다시금 모스 부호를 활용해 봅시다. 츤데레츤츤 데레츤츤 데레데레 츤 츤츤데레츤 츤데레데레데레 데레데레츤데레 그 만 해 좋아요! 이해심과 배려와 눈치와 모스 부호 지식이 있는 주인공이라면 즉각 그만할 게 틀림없습니다. 물론 이런 짓을 하는 대신에 야구 빳다나 전기 충격기나 클로로포름을 적신 손수건을 준비하는 쪽이 헐씬 상식적이고 건전하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그렇게 쉽게 물리적 수단에 의존해서야 츤데레의 이름이 부끄럽겠지요. 3. 일본어 편 여기까지 오니 자신이 갈데까지 가버린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엄습해옵니다. 본심을 감추는 고도의 정신적 노동을 거듭하는 츤데레 히로인 역시 종종 그런 기분에 빠져들만 하겠죠. 하지만 약한 모습을 보이길 죽기보다 싫어하는 그녀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할 뿐입니다. 데레츤츤데레츤 츤츤데레 데레츤 츤츤 데레츤츤츤데레 데레츤 츤츤 モ ウ ダ メ ダ もうダメだ (이젠 글렀어) 완벽합니다! 이렇게 표현해보니 마치 다잉 메세지나 단말마 느낌이 나는 게 사이코 스릴러물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요. 기왕 분위기가 바뀐 김에 츤데레 히로인도 얀데레로 진화해서 주인공을 난도질하며 도끼식칼도끼도끼 식칼식칼식칼 도끼도끼도끼식칼 도끼 로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해주면 금상첨화겠네요. 4. 마무리 이 쓸데없는 짓거리에 끝까지 따라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제 감사의 마음을 담은, 모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어떤 거짓도 진실로 바꿔주는 마법의 단어를 암호화하여 여러분께 선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이라면 충분히 해석하실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ㅅ^ / 츤츤데레데레데레 데레데레 데레츤츤츤 (힌트: 한글과 일본어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회에는 0 대신 '츤'을, 1 대신 '데레' 를 사용해서 모든 디지탈 신호를 해석해나가는 '츤데레 DiGITAL'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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