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4 마법 계승에 대한 잡상

100시간이 넘는 플레이 끝에 몇몇 초고레벨 페르소나라던지 커뮤 올 컴플리트를 제외하고는 1주차에서 할 수 잇는 대부분의 요소는 끝장을 냈습니다. 두 번이나 플레이하고 싶은 생각까지는 안 들다보니 2주차는 안할 것 같고, 이제야 다른 게임들에도 눈을 좀 돌려볼 수 있겠네요. 전체적인 감상은 일단 접어두고, 합체 노가다를 하다가 생각난 점을 한번 적어보렵니다.


P4의 페르소나 합체에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재료가 되는 페르소나의 스킬을 계승시킬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어떤 스킬이 계승될지는 -상성이나 스타일에 따라 어느 정도 제한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랜덤으로 결정됩니다.

본래 여신전생 시리즈의 악마합체의 스킬 계승은 랜덤 요소가 거의 없이 철저한 우선순위와 공식에 따라 정해진 결과가 나오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여신이문록 페르소나'의 경우에는 재료의 조합, 배열 순서는 물론이고 월령까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였고, 그렇기에 공략본에서도 합체 공식에 대한 설명이나 고찰에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법칙을 파악하고 활용해서 고성능 악마에게 좋은 스킬을 계승시켜주기 위한 트리를 짜는 것이 소위 말하는 '야리코미' 플레이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였으니까요. 대표적인 예로는 소울해커즈에서 '테트라칸/마카라칸을 계승시킨 칼티케야 만들기' '메기드라온 픽시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법' 등이 있었군요.

문제는 이러한 합체공식들은 간단히 활용하기에는 너무 복잡했고, 그 결과 스킬 계승은 합체 시스템의 부가적인 요소로 머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결국 녹턴에서 이전과 같은 공식 대신 랜덤 방식이 도입되면서, 스킬 계승은 비로소 합체 시스템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요소로 부각될 수 있었지요. 동료 악마 / 페르소나의 활용도를 대폭 높여주었다는 점에서도 이 결정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녹턴-P3-P4 3작품에 걸쳐 새로운 합체 시스템을 체험해온 이 시점에서, 너무 랜덤으로만 결정하는 것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랜덤 요소는 일종의 제약이고, 게임에 있어서 제약이란 그것을 넘어선 플레이어에게 더 많은 재미와 성취감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이긴 합니다. 끈질기게 결정-취소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완벽한 스킬조합을 갖춘 결과물을 만들어냇을 때의 기쁨은 다들 한번씩 경험해보셨겠지요. 다른 게임을 보자면, 만약 바이오 하자드 4에서 '조준 중에는 움직일 수 없다' 라는 제약이 없었다면 고유의 재미를 잃고 평범 혹은 그 이하인 FPS 유사품으로 전락했을 겁니다.

생각해볼 것은 이 엄격한 랜덤 계승이라는 것이 과연 게임 시스템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제약'인가, 플레이어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나 노가다를 강요하는게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최선의 스킬조합을 노리고 결정-취소 수십번, 그 와중에 차선의 스킬조합을 만나고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취소, 결국 처음에 생각했던 최선의 스킬조합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아까 본 차선의 스킬조합을 위해 다시 결정-취소 수십 번.... 문득 옛날에 리니지에서 캐릭터를 처음 만들 때, 좋은 초기 능력치를 받기 위해서 죽어라고 주사위 버튼을 클릭해대던 황폐한 경험이 기억나더군요; 훗날 능력치를 직접 배분하는 라그온이나 아예 고정되어 있는 와우를 하면서 그때는 왜 그런 자기학대에 가까운 노가다를 해야만 했었을까? 하고 새삼 의아하게 생각했더랩니다.

'계승될 스킬을 랜덤으로 결정'이라는 요소도, 어쩌면 이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설마 후속작도 동일한 시스템으로 내지야 않겠지만, 합체 컨셉 자체는 비슷할테니 스킬 계승에 있어서 추가되면 좋을 것 같은 시스템에 대해서 몇 가지 생각해보았습니다.

1. 책갈피(?) 기능

뭔가 2% 정도 모자란듯한 스킬조합을 포기해버렸다가 뒤늦게 그게 최선의 조합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금 하염없이 결정-취소를 반복하던 경험은 한번씩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때의 추가노가다를 덜기 위해서, 합체 시도 중에서 나온 스킬 조합을 기억해뒀다가 다시 불러낼 수 있는 기능이라면 어떨까요. 많이 기억할 수 있게 해봤자 쓸데없이 난잡해질 뿐이니, 딱 한 가지만 기억시킬 수 있게 하고 그때그때 변경 가능하게 하면 되겠죠.

2. 스킬 계승 편집

합체시 일정 포인트를 부여하고, 그 포인트를 분배해서 계승시킬 스킬을 강제로 결정합니다. 물론 좋은 스킬일수록 필요 포인트를 높게 설정해야겠죠. 또는 포인트를 부여하는 대신에 뭔가를 소비해서 계승할 스킬을 결정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돈을 내서 스킬을 편집하게 하는건 자금 부담이 너무 커질테니 다른 걸로 하는게 좋을 겁니다. 만약 페르소나 3-4의 시스템을 비슷하게 따라간다고 할 경우, 마침 좋은 게 있네요.

바로 '해당 커뮤 보너스로 얻어지는 경험치'를 소비해서 스킬 계승을 편집하게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플레이어는 레벨업과 스킬 계승 중 어느 쪽을 우선할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되고, 커뮤 랭크를 올리는 것에 대한 메리트도 한층 더 커지게 됩니다.

다만 이 경우 랜덤 계승 자체를 그냥 남겨놓는다면, 스킬 결정에 사용할 경험치를 아끼려고 여전히 결정-취소 노가다를 하게 될거라는 한계가 있군요. 음... 어느 스킬을 '비싼' 스킬로 할지 밸런스를 조정하는 것도 상당히 복잡한 작업일테고, 이런 건 역시 어려운 부분일까요.


이건 덤.
어차피 주인공은 여러 종류의 페르소나로 역할 분담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4에서는 [나 홀로 완벽하게 강력한 페르소나] 같은 시도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이리저리 신경써서 만들어본 전투시작용 페르소나가 이 칼티케야입니다.

속성공략 때문에 필연적으로 SP 소모가 많아지는 주인공을 위하여 턴 시작시에 SP 7을 회복하는 대기공. 마하타루카쟈/마하라쿠카쟈를 기본으로 걸고 들어가게 해주는 오토 조합. 그 외에 강력한 물리/마법 공격수단 보유. 덕분에 일반 전투가 매우 편해졌는데, 매번 전투 끝날때마다 다시 장착해줘야 하는 귀찮음을 감수하고도 남을 만하더군요. 결국 최종 보스전까지 마르고 닳도록 잘 써먹었습니다.

덧글

  • 벨제뷔트 2008/08/21 19:09 # 답글

    저는 마하라쿠카쟈오토보다는 마하스쿠카쟈오토가 더 유용하게 느껴지더군요.

    이번 편이 실제로 그렇게 조정되어 있는 건지 아니면 저만 그
    랬는지 몰라도 적 우리편 할 거 없이 공격들이 곧잘 빗나가서;

    ...아무튼 빨리 진엔딩을 봐야겠는데 아쉬워서 차마 보질 못하겠습니다 으허엉.
  • RNarsis 2008/08/21 19:51 # 답글

    2번안이 꽤 그럴듯합니다.
  • MATARAEL 2008/08/23 11:39 # 답글

    벨제뷔트님 > 확실히 이번 4에서는 전투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물리공격 명중률이 형편없이 떨어졌더군요. 심지어는 70레벨인 주인공이 첫 던전에 나오는 5레벨짜리 적을 상대로 오토를 건 상태에서 3번이나 노말공격이 빗나갈 정도이니;

    저는 한달 넘게 거의 매일같이 열심히 달리다가 끝내놓고 나니 맥이 팍 풀리네요. 다른 게임도 많긴 한데 좀 의욕상실중입니다.

    RNarsis님 > 시스템을 한번 대대적으로 갈아엎고 밸런스 조정도 대폭 해야 하는 등 부담이 큰 작업이긴 하겠습니다만, 제대로 만들어놓으면 한정된 자원으로 이리저리 맞춰보는 재미가 있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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