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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브리더스 14권: 동중정, 혹은 정중동.
지오브리더즈 14권, 세라복과 중전차 1권 - NOT DiGITAL님


현재의 카구라 종합경비, 또는 과거 카구라 경비보장이라 불렸던 일련의 '카구라' 는 과연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가. 이번 14권은 사장의 모친인 키쿠시마 치에코의 회상을 통해 그 숨겨진 비화를 주 내용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14권의 분위기는 한 마디로 '동중정(動中靜)'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바로 전권까지만 해도 해상자위대를 상대로 벌이던 격렬한 함대전(?)과는 대조적으로, 이번 14권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차갑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물론 회상 중에는 커다란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몇 차례 나오긴 합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이전까지의 화려하면서도 현실과 괴리된 느낌을 주던 대규모의 소동과는 달리, 실제 역사와 교묘하게 얽히면서 무성영화의 흑백필름 같은 지극히 정적인 느낌을 안겨줍니다. (액션물로서의 지오브리더스를 기대하던 분들로서는 굉장히 당혹스러운 한 권이었겠지요) 그리고 다음 편부터는 다른 의미로 힘겨운 싸움이 카구라 사원들을 다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이야기의 흐름에서, 14권은 오히려 '정중동(靜中動)'이라 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관계자들의 증언과 회상을 통해 밝혀진 이야기에 따르면, 결국 지금까지 카구라의 사원들은 준비된 무대에서 주어진 역할을 연기한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활약은 각본가들이 의도한 대로의 구조를 고착시켰을 뿐 실제로는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죠. 이번 14권에서 그려지는 사건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현실이며, 카구라 사원들이 지금까지 직면하지 않았던, 덕분에 보호받을 수 있었던 위험한 진실입니다. 그들을 둘러싼 세계는 실질적으로는 이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한 셈이며, 만약 이 작은 반란이 실패한다면 그것은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끝날 뿐입니다.


자신들에게 마련된 놀이판을 박차고 나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카구라 사원들은 이제 냉혹한 현실을, 국가 권력의 가장 어둡고 위험한 부분을 상대로 맞서게 되는 일방통행로에 들어섰습니다. '변신고양이' 정도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적을 눈 앞에 둔 그들은, '전대'와 마찬가지로 깨끗하게 제거당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활로를 찾아낼 것인가?

그보다 더 신경쓰이는 것은, 과연 최근의 급격한 노선 선회를 통해 지오브리더스라는 작품이 한 차원 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과도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릴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최신 연재분의 내용에 대해 '좋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하필 지오브리더스에서 이런 걸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어떤 독자의 평이 무척이나 마음에 걸리는군요.....



본편보다 더 긴 덤.

이번 14권에서는 일본 현대안보사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 두 가지 사건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 사건은 각각 첩보전과 방공망이라는 면에서 일본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고, 이는 14권의 내용 자체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용의 이해를 돕는 겸해서, 이 사건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보도록 하지요. (인명 부분은 대충 찾은거라서 좀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니 양해 바랍니다)



유리 라스트보로프(Yuri rastvorov) 사건 - 1954년

-경위-

1954년 1월 27일 재일 소련 대표부 사베료프 부원이 동경경시청에 출두하여 '동 대표부의 유리 라스트보로프 2등서기관이 24일 이후로 실종되어 있으니 행방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사베료프 부원의 증언에 따르면 24일 점심 쯤, 라스트보로프는 소련 대표부가 있는 미나토구(港区) 마미아나(狸穴)에서부터 걸어서 이이쿠라잇쵸메(飯倉一丁目)에서 두 명의 대표부원과 만났다.거기서 라스트보로프는 두 명에게 점심식사를 함께 하자고 권했으나 두 명은 이미 먹었다고 거절했다. 그 때 미군 전용 대형 버스가 달려오는 걸 라스트보로프가 손을 들어서 멈춰세우고 버스에 올라탄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것이었다.

경시청 공안3과가 수사한 바에 따르면, 라스트보로프는 직속 상사가 소련에서 숙청당했기에 다음은 자신의 차례가 아닌가 하고 두려워 하고 있었다. 확실히 라스트보로프는 소련으로 되돌아가기 직전이었다. 이 때문에 숙청을 두려워 해 도망간 게 아닌가 하고 추정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소련 대표부는 미군의 버스에 타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던 것을 들어 '주일미군의 정보기관에게 납치당했다'라고 발표, 사건은 국제문제로 발전하였다.

8월 14일 미국 국무성은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본이 경악했던 것은 그 기자회견에서 라스트보로프 자신이 출석하여 '미국으로의 망명' 이유와 경위를 보고한 것이었다. 회견에서 그는 숙청이 두려워서 미국으로 망명한 것, 일본의 미군첩보관계자가 망명 준비를 해준 사실 등을 증언하였다. 게다가 자신 (라스트보로프)는 소련 내무성의 중령이며 외교관을 가장해서 일본에서의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폭로하였다. 그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의 소련 첩보기관은 매우 활발하며, 머지않아 일본정부 상층부에서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 후-

라스트보로프의 말 대로, 곧 일본은 크게 들썩이게 된다. 공안3과는 외무성사무차관 다카모레 시게루(高毛礼茂)를 공무원법 위반으로 체포한다. 다카모레는 라스트보로프가 일본에 온 49년부터 실종할 때까지, 미,일의 기밀사항 등의 제공으로 한 번에 3만엔에서 5만엔의 사례금을 받고 있었다. 이에 더해, 외무성국제협력국의 쇼지 히로시(庄司宏), 구미국의 히구레 노부노리(日暮信則)도 차례차례 체포되었다. 히구레는 취조 중에 도쿄 지검 4층 창에서 뛰어내려 자살하였다. 당시 일본인들은 미-소 냉전의 첩보전쟁이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직면하면서 경악하게 된다.

오늘날까지도 라스트보로프는 실은 소련이 미국에 잠입시킨 스파이가 아닌가 하는 소위 이중스파이 설이나,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한 라스트보로프는 가짜로 본인은 이미 제거당했다는 다양한 억측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그 중 대부분은 수수께끼에 감춰져 있다.

출처:
http://gonta13.at.infoseek.co.jp/newpage41.htm




미그25기 망명 사건 - 1976년


1976년 9월 5일, 소련 공군의 빅토르 이바노비치 벨렌코 중위가 모는 미그 25전투기가 훈련 중 돌연 코스를 이탈합니다. 영공침범을 우려한 일본 항공자위대의 F-4EJ가 긴급히 출격하지만, 저공으로 비행하던 미그 25는 상공의 F-4EJ와 지상 레이더 사이의 허술한 틈을 뚫고 홋카이도 하코다테 공항에 비상착륙하였습니다. 조종사인 벨렌코 중위는 미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하고, 미, 일 양국은 당시로서는 베일에 싸인 최신예 전투기였던 미그 25를 샅샅이 조사한 뒤 11월 25일 해당 기체를 소련에 반환합니다.

벨렌코 중위는 곧 망명 허가를 받게 되는데, 열악한 처우와 아내와의 불화 등이 겹치면서 충동적으로 망명을 결심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실제로 사건 직후 해당 기지를 방문했던 위원회는 현지의 열악한 환경에 경악했고 이후 대폭적으로 개선되었다는 후일담도 있습니다.

서방 세계는 지금까지 눈에 불을 켜고 정보를 얻으려 했던 최신예 초고속 전투기인 미그 25가, 실은 한 세대 이전의 뒤떨어지는 기술로 제작되었기에 별다른 위협이 못 된다는 사실에 다른 의미에서 놀라게 됩니다.

한편 일본은 일본대로, 자위대의 방공망이 적성기체가 공항에 착륙할 때까지 제대로 포착도 못할 정도로 부실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의 방위논의의 흐름은 큰 영향을 받게 되고, 원래는 예산조차 배정되지 않았던 E-3C 조기경보기를 무려 13기나 수입하게 됩니다.

참고자료: 일본위키




다만 이번 14권에서 그려진 미그25기 사건의 경우, 실제 역사와는 달리 공항을 방어하기 위해 출동해있던 자위대가 변신고양이의 정보교란 때문에 자기들끼리 전투를 벌이면서 그 와중에 미그25가 파괴되는 결말을 맞이합니다. 역시 카구라 히로유키의 말대로 '변신고양이의 힘으로 역사를 분기시킨', 그 때문인지 1990년대까지 쇼와가 이어지는 패러렐 월드라는 걸까요.


P.S 이번 14권의 삭막한 회색빛 과거사에 그나마 싱그러움을 안겨주는 한 떨기 꽃과 같은 분이 계셨으니
젊은 시절의 '카구라' 치에코 여사! 아무리 새신부라지만 유부녀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청초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힘내라 사장! 이렇게만 발전하면 나루사와를 이기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 성장기는 이미 옛날에 끝난 것 같지만 그런 건 신경쓰지 마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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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ARAEL | 2009/05/07 21:46 | 만화광 시대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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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스킬 at 2009/05/07 23:00
하지만....
사장의 패배는 기정사실로 보여요. -_-;
회생불능.
Commented by NOT_DiGITAL at 2009/05/07 23:43
오오, 드디어 14권 감상을 쓰셨군요. :-)

사장의 패배는 기정사실.(...)

치에코 여사에게 주목하시다니, 과연 제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죠, 14권하면 치에코 여사인 겁니다. >.</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참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는데, 과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려나 라는 생각이 드는 권이었죠.

NOT DiGITAL

Commented by RATIO at 2009/05/08 06:29
헉!! 이 만화 아직도 나오고있었나요!
벨 스타 강도단과 함께 마지막으로 본게 5권이었나...6-7년은 더 됐으니
대체 몇년전인지[..........], 생각난김에 한번 구입해봐야 겠습니다:)
Commented by MATARAEL at 2009/05/08 23:07
스킬님 > 최근 연재분에서 하도 고생하길래 한번 응원은 해보았지만 이미 넘을 수 없는 차원의 벽이....

NOT_DiGITAL 님 > 참 미묘한 한 권이다보니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이번 달에 드디어 15권이 발매된다는 소식을 듣고 냅다 달려봤습니다.

치에코 여사는 새색시 시절도 그랬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원숙해지는 모습 또한 매우 아름다우십니다. 이것이 쇼와미녀의 파워인가... 라고 말하려다 보니 이 세계관에서는 아직도 쇼와잖아!?

지금까지 깔아놓았던 복선과 일본 현대사의 모습이 교묘하게 얽혀가면서 전개되는 모습을 보면서 짜릿한 소름이 오르는 듯한 재미를 느꼈는데, 역시 세일즈 면에서는 별로 안 좋을 것 같습니다.

RATIO님 > 까이는 만화보다 더 슬픈 것은 잊혀진 만화, 님의 한 마디가 지오브리 팬의 가슴을 날카롭게 후벼파십니다 어흑흑. 역시 라이센스 발매가 중지된 게 영향이 크네요.
Commented by 벨제뷔트 at 2009/05/12 22:43
혹은 조중동... (후다닥)

...정말 청초하군요!
Commented by MATARAEL at 2009/05/13 21:55
실은 저도 써놓고 나니 자꾸 '정줄놓 혹은 조중동' 으로 보인답니다.
Commented by 나발 at 2009/05/28 22:23
15권 언제 나올려나요...이토님 연재는 참 느리더군요...ㅠㅜ;; 와일드니스로 두탕을 뛰시던 지금은 더 심한 게 당연할지도...

마지막은 역시나 상상도 못할 화끈한 액션이 기다리고 있을 거 같은....0-0
Commented by MATARAEL at 2009/05/28 22:58
마침 오늘 5월 28일 지오브리더스 15권이 일본에서 발매되었습니다. 저도 방금 이용하는 서점에 주문을 넣고 오는 참이네요. WILDERNESS 도 며칠 전 발매되었으니, 이번 달은 이토 아키히로 팬들에게는 간만에 즐거운 한때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대해서는.... 음흠허허허 입이 근질거리지만 많은 분들의 즐거움을 빼앗을 수 없으니 가만히 있겠습니다~
Commented at 2009/06/02 14:2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MATARAEL at 2009/06/02 23:03
헉... 삼가 위로드립니다. 일본 쪽에서 피해자 분들이 속출한다는 이야기는 이전에 듣고 있었습니다만, 슬슬 국내에도 영향이 오기 시작하는군요; 뭐 모든 것이 100% 확실하게 결론난 것도 아니고 하니 본편 볼때까지 그냥 잊고 느긋하게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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