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ed 최종화 전투기록

아트딩크의 PS2용 SF 함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The Seed' 에 대해서는 개설 초기에 한참 열광적으로 다룬 바가 있었습니다. 실은 그 후 이 게임의 큰 문제 중 하나인 맥빠진 중반부 전개에 걸려들어서 한참을 방치해두고 있었습니다. 한때 예습에 공략자료까지 정리했던 게임을 중간에 포기했다면 참 비극적인 일이겠지만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고.... 실은 재작년 말 PS3을 구입하기 전의 게임 가뭄 시기를 틈타 겨우 재개해서는 마침내 엔딩을 보았더랩니다.

벌써 1년 반이 넘게 지났지만 어쨋든 이런 괴한 게임을 퍼뜨린 책임(?)도 있고 하니, The Seed의 감동적인(?) 마지막화에 대하여 짤막하게 정리해보죠.


앞서서도 말한 중반부의 맥빠진 전개가 왜 일어나느냐, 그것은 플레이어가 키워나갈 수 있는 모든 것이 너무 일찍 완성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육성 요소에 해당하는 기술개발은 중반 이전에 완전종료. 개발할 것도 없으니 자금도 남아도는 상태. 나올 함체나 파츠들은 전-부 나와버렸으니 새로운 함종이나 전술을 개발할 여지도 전혀 없음. 맵은 조금씩 달라도 적들의 공격 방식은 그게 그거. WOW 오리지널로 치자면 이제 타나리스 퀘스트 하는 중인데 레벨은 60에 장비는 죄다 화심급, 돈은 1만골드 정도 들고 있는 상황이랄까요?

다른 게임이라면 스토리 파트를 어떻게든 해서 플레이어의 흥미를 유도하겠지만, 설령 등장인물 전원이 사망 후 신캐릭터로 교체되도 아무런 감흥이 없을 듯한 이 게임의 캐릭터성과 스토리로 그런 건 절대 무리랍니다-_- 어쨌든 재미가 없으면 찾아서 만들겠다는 자세로, 기뢰부설함이나 괴롭히기함 같은 꽁수를 되도록 봉인하면서 마지막화까지 반쯤 억지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나오는 대망의 마지막화 맵 설명.
북동쪽의 녹색 점이 아군의 초기 기지. 남서쪽의 븕은 원들이 적의 기지입니다. 가장 중앙에 있는 원은 이 전쟁의 원흉인 Seed 본체.


이쯤에서 최종화 전까지 적들을 압도적인 우위로 제압할 수 있었던 전법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약간의 기뢰와 관측 프로브만 실은 고속정찰함 1-2척을 파견. 이들은 적의 동향을 파악하고 프로브와 기뢰를 설치, 때로는 자신이 미끼가 되어서 적 함대의 발을 묶어놓는다.

2. 기지에서 중형 항모를 우선으로 하여 함대 생산 개시. 전력이 갖춰질 때까지 주인공 - NPC 부대가 기지를 방어한다.

3. 슬슬 아군 지역에서 전투 개시. 기뢰와 항모로 어느 정도 소모시킨 부대를 일반 전투함이 숨통을 끊는 식으로 이쪽의 피해를 최소화한다.

4. 각 부대는 기지들을 열심히 들락날락거리며 함재기와 탄약 보충 및 수리. 한편으로 수송함을 2-3척 운용하면서 파괴된 적함의 잔해를 긁어모아 아군 부대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보충한다.

5. 침공해오는 적 전력이 어느정도 정리되었으면 기지공략함을 끌고 역습, 기지를 하나하나 공략하다 보면 클리어.



하지만 이런 전법은 최종 스테이지에 와서 맥없이 무너지고 맙니다.


얼핏 보기에는 적의 침입 루트는 산을 우회하는 동쪽 평야로 한정될테니 거기만 막으면서 전력을 증강한 뒤 치고 나가면 되겠군~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과연 최종화인만큼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산이 좀 낮다보니 적 전함들이 꾸역꾸역 넘어오거든요. 그러다보니 일부 고지대를 제외한 남서쪽 라인은 거의 뻥 뚫린 상태.

아니, 아예 뻥 뚫린 것보다 오히려 더 안 좋습니다. 산맥이 시야를 가리고 있다보니 적들이 산을 넘어오기 전까지는 어디로 쳐들어올지 전혀 예측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초기병력도 열세이다보니 이래저래 방어측 입장에서는 매우 괴롭습니다; 물론 사이사이에 시야확보를 위해 관측용 프로브를 심어놓긴 하지만 순식간에 파괴되니 1회용으로 끝나더군요.

이렇게 전선이 광범위하게 펼쳐져있고, 압도적으로 다수인 적 함대가 쉴새없이 몰려오고, 대부분의 전투가 아군 기지 주변에서 벌어지다보니 상황은 그야말로 시궁창으로 변해갑니다.


금단의 비기였던 기뢰는 적 부대가 워낙 많고 침입 루트도 다양하다 보니 별 영양가가 없습니다.

항모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함재기를 만땅으로 채우고 있을 때의 이야기. 대량의 적들과 싸우다보면 결국 함재기 소모량이 생산량을 가볍게 추월해 버립니다. 결국 텅 빈 항모들이 아무것도 못한 채 도주하는 모습을 눈물을 머금고 지켜봐야만 하죠.

적 부대의 공격 집중도는 꽤 높은 편이라서 아군 기지 하나를 목표로 정하면 그야말로 한놈만 패 정신으로 우르르 몰려옵니다. 적의 의도를 재빠르게 파악하고 기뢰를 깔면 큰 타격을 줄 수 있지만 그것도 머릿수 앞에서는 언 발에 오줌누기. 3중으로 깔아놓은 기뢰밭을 몸으로 해체하면서 육박해오는 크루저급 대형함 부대는 실로 공포입니다....
이런 놈들이 와글와글

그런 와중에 자칫 실수하면 기지는 적에게 빼앗기고, 운나쁘게 마침 수리/보급을 위해 도크에 들어가있던 아군 함정마저 적에게 노획되기라도 하면 남은 선택기는 리셋 뿐.

무엇보다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벌어지는 게 가장 치명적입니다. 이 게임은 조작 편의성은 엉망인 주제에 명색이 RTS라고 Pause 를 걸어놓을 때는 명령 입력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고, 그러면서도 부대 조종에는 제법 세밀한 컨트롤을 요구하거든요. 그러다보니 한 쪽에 신경쓰다가 다른 쪽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함재기만 보충하면 다시 잘 싸울 수 있는 항모 부대가 잊혀진 채 버려져 있다가 어느 새 다가온 적 부대와 전투모드로 들어가서 박살이 난다던지. "넌 왜 거기 가 있는거냐-!!!" '당신이 배치해놓고 뭔소리야?' 정면에서 붙으면 무적의 화력을 자랑하는 레일건함 부대가 뒤통수를 맞아서 선회하는 도중에 전멸한다던지, 아무데나 대충 긴급회피시켰던 수송함이 내가 깔아놨던 기뢰지대로 투신한다던지 등등....


결국 한 세 번 정도 게임오버를 당하다보니 슬슬 모든 것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는데..... 마침 네 번째 시도에서 적이 노리는 아군 기지를 운좋게 파악, 기지 앞에 기뢰를 마치 황구라 박사님 꽃길처럼 좍 깔아놓은 덕분에 간신히 적 함대를 격멸할 수 있었습니다.
진달래 꽃 대신 기뢰 즈러밟고 가시옵소서


이렇게 적의 공격을 막아낸 후 남은 함대를 긁어모아서 적 기지로 부리나케 진격, 저항은 조금 있긴 했지만 결국 Seed 본체까지 무사히 정ㅋ벅ㅋ하는 데 성공했네요. 스트레스는 좀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이 게임을 하면서 거의 최초로 긴장다운 긴장을 느껴봤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스템이 조금만 더 잘 만들어졌으면 '나름대로 의미' 같은 거 찾을 것 없이 순수하게 재밌게 했을텐데 말이죠;


돌이켜보면 이런 식으로 우주전함이란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게임은 한 세대에 한두 번씩은 나와주는 군요. PS 시절에 오버드 포스 / 오버드 포스 애프터, PS2 시절에는 The Seed,그리고 NDS에는 무한항로.... 부디 이런 무모한 시도가 이번 무한항로에서만큼은 성공을 거두어서 장차 PS3으로도 근사한 우주전함물 하나 나와주길 빕니다.

덧글

  • 울트라김군 2009/05/28 22:42 # 답글

    무장 설계와 사고방식 설계라니...
    PS1용 게임이였던 '제우스'가 생각납니다.

    여기선 모함과 육전용 무인 병기들의 전투였지만 말이죠^^
  • MATARAEL 2009/05/28 23:29 #

    오오, 역시 장갑보병-보행병기 애호가 답게 잘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네, 이 The Seed는 역시 아트딩크에서 발매되었던 카르니지 하트 - 제우스로 이어지는 계보를 잇는 작품입니다. 재미있는 스타일이긴 했는데 The Seed가 신통치 않은 결과를 내면서 맥이 끊긴 게 아쉬운 일이죠.
  • 울트라김군 2009/05/28 23:51 #

    오옷 후속작이였군요..!
    제우스2는 심심할때마다 가끔 플레이 하는데 요것도 갑자기 끌리기 시작합니다[...]
  • MATARAEL 2009/05/31 21:00 #

    후속작이긴 한데 재미있게 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한때 빠심으로 불타오르면서 주변 분들에게 열렬하게 권유하고 했던게 지금 생각해보면 괜히 폭탄 돌린게 아닌가 하는 양심의 가책이 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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