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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하게 독서중
특별히 가을이라서 그런건 아니지만, 한동안 진득하게 독서를 못 했었기에 간만에 책을 붙잡았습니다. 읽기 시작한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국내 제목 상실의 시대)

이전처럼 강치가 집에 찾아와서 기부금 내놓으라고 땡깡을 부린다던지, 흡혈귀가 택시에 탄다던지 하는 내용이 나오는 괴상한 단편집 같은게 아닐까 하고 걱정도 했었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던지 '스푸트니크의 연인'같은 계열의 작품들은 차분하게 읽어내려가는 맛이 마음에 드네요. 덕분에 한동안 낮에는 책에 몰입되고, 밤에는 구룡에 푹 파묻혀 있는 나날이 지속되었군요.

음, 역시 소설을 하나쯤 붙잡고 진득하게 읽는다는 건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 즐거운 일입니다. 그게 적과 흑이건 십이국기건 1973년의 핀볼이건 폭풍의 언덕이건간에 말이죠. 간만에 책 읽는 재미가 붙은 김에 집에 쌓여있는 다른 책들도 한번 뒤져봐야겠습니다.


읽으면서 생기는 잡상들.

1. 일상적 독해 훈련도 할 겸 가격도 싸고 해서 문고본으로 사서 읽기는 했지만, 한번 한국판으로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동일한 내용이 머릿속에서 한번 변환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다이렉트로 들어오면 또다른 느낌이 날테니까 말이죠. 예를 들면 미도리의 적나라한 대사라던지~

2. 하루키의 소설들 보면 자주 재즈나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요. 심지어는 그의 작품에서 언급되는 재즈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책까지 나왔더군요. 하지만, 만약 하루키가 재즈 애호가가 아니라 한국산 트로트 음악 애호가였다면?



3. 그러고보면 주인공인 와타나베 토오루는 어찌보면 상당히 자폐적인 면이 있는데 용케도 여성 편력이 꽤 있군요. 역시 같은 기숙사 선배인 나가사와를 만난 덕인가? 어쩌다 요즘 시절에 태어나거나 선배를 잘못 만났다면 중증 오타쿠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은 이 책을 보면서 인생에 있어서의 가치라던지 삶의 의미 등등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는데 (정말?) 전 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걸까요. ha ha ha
by MATARAEL | 2004/10/12 08:48 | 환상과 망상과 만담과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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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현상 at 2004/10/12 09:10
전에 크게 한 번 마음 먹고 도서관에 갔다 빌려온 2권 -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 (풀썩) 나의 바보스러움이 그렇게 한탄스러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Commented by 진구지만년 at 2004/10/12 22:06
노르웨이의 숲은 나도 고등학교때(!)읽었어요. 자꾸 '시와다라케'라는 단어가 머리에 남아.
Commented by 진구지만년 at 2004/10/12 22:08
정말 재밌게 읽었고, 묘사라던가 표현이라던가 굉장히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에서의..왜 나도 그런건 못느꼈는데-_-;; 그때는 어려서..?
Commented by 진구지만년 at 2004/10/12 22:10
근데 대단하네..저 부분을 다 외웠냐 -_-; 난 언제부터인지 책을 읽어도 어지간하면 기억에 남지가 않아서;;
Commented by NOT_DiGITAL at 2004/10/13 00:07
......유쾌하군요. (먼산)

NOT DiGITAL
Commented by li2th at 2004/10/14 01:33
제목은 노르웨이의 숲쪽이 가깝지만 번역은 상실의 시대쪽이 시적인 감각을 잘 살린듯 합니다.(매우 개인적인 의견)
Commented by MATARAEL at 2004/10/15 12:34
현상님 > 그럴 때에는 양쪽의 번역을 비교해가면서 읽는 겁니다. (무의미하군요)

만년 > 설마 그걸 다 외울리가.... 뭔가 대단히 의미가 있는 장면인 것도 아니고, 내가 무슨 근세 유럽의 학생처럼 성경을 통째로 외우는 등의 위업을 달성할리도 없고. 그냥 마침 읽던 책을 보면서 끄적인게지.

NOT_DiGITAL님 > 트로트를 알았다면 등장인물들의 인생도 좀 더 유쾌해졌을 것입니다.

li2th > 이전에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하시던 말이 기억나는군. '노르웨이의 숲'같은 모호한 제목으로 나왔을 때에는 죽을 쒔지만 이후 '상실의 시대'로 나오면서 당시의 상황과 맞물렸던게 히트를 치는 데 큰 공헌을 했었다는 이야기였지. (실제로 그런건지 일종의 농담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Commented by septi at 2004/10/15 18:39
"즐거웠어?" 하츠미씨가 나에게 물었다"
"유키노나 개를 4장씩 채워넣는것 말인가요?"
"그런 것들 전체가"
"별로 특별히 즐거울 건 없어요" 나는 말했다. "그저 의무감으로 할 뿐이죠. 그런 식으로 첫턴에 야마를 망자로 꺼낸다 해서 딱히 즐거운 일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럼 왜 그런 짓을 하지"
"L/C는 내가 무서우니까." 히카와씨가 말했다.
"나는 와타나베군에게 묻고 있는 거야" 하츠미씨는 딱 잘라 말했다.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거야?"
"때때로 몹시나 카드질을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나는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어떻게든 해볼 수는 없는 거야? 하츠미씨는 조금 생각한 뒤 말했다.
"복잡한 사정이 있어요"
Commented by MATARAEL at 2004/10/15 23:59
septi > 아무리 그래도 진 여신전생 트레이딩 카드 게임같은 마이너의 극에 달한 소재까지 들고 나온 건 너무했다!


레이코씨는 다크 덱으로 바꿔서 '스루트 소마 덱'을, '풀레티 바엘 결계 덱'을, '벨제부브 마왕덱'을, 'D/L 사신엔진'을 돌렸고, '정통 B&B 덱'으로 세명을 동시에 침몰시켰고, '다크 뉴트럴 히카와 비스트 링크 덱'을 돌렸다. 나는 성냥개비를 일곱개 늘어놓았다.

아니 무심코 나마저 이런 짓을.....
Commented by 오마케 at 2004/10/19 23:02
무라카미 브라더즈가 싫어요
Commented by MATARAEL at 2004/10/19 23:46
오마케 > 무라카미 브라더즈 중에서 제일 못된 놈을 꼽자면 역시 가이버에 등장한 무라카미 마사키 (=이마카람 밀러비리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류를 위해서 싸우겠노라 외치며 별의별 폼은 다 잡으면서 아군 발목을 잡아끌다가 오지게 맞아서 반쯤 죽더니, 한참 후에 다시 등장해서는 적의 라스트 보스(남자)와 연애질이나 하고 있질 않나....
아주 인간 말종이예요 쯧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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