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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3월은 붉은 구렁을' 外
새 집으로 이사오면서 출퇴근수단도 바뀌고, DS로 이런저런 할 게임은 많아지고, 회사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책 읽는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느긋하게 책 읽을 찬스가 찾아왔으니, 그건 다름아닌 예비군 동미참 훈련!

작은 문고판이라면 건빵주머니에 쏙 들어가겠다 싶어서 훈련시간 동안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들고가봤더니 이거 은근히 괜찮네요. 책이다보니 DS처럼 혹시라도 굴러다닐때 부딪힐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교관들 눈치도 덜 보게 되고 등등. 아직도 햇볕 속에 따스함이 남아있는 10월의 산자락에 앉아서 AH-1 코브라 날아다니는 소리를 배경삼아 즐기는 독서란 것도 꽤 느긋하고 평화로운 경험입니다.


수 개월 동안 쳐박아놨다가 다시 읽기 시작한 것은 온다 리쿠의 '3월은 붉은 구렁을'입니다.

이 작품은 독서가들 사이에서 소문으로만 전해지지만 그 실체는 밝혀지지 않은 '3월은 붉은 구렁을' 이라는 책을 둘러싼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이즈모 환상곡'은 사실 전에 읽을때는 두 여자가 기차 안에서 책의 작가에 대해 추리하는 대화 내용이 너무 길어서 좀 지쳤었는데, 이번에 느긋하게 읽어보니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군요. 역시 전에는 어둑어둑한 버스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깨알같은 글씨의 원서를 읽느라 힘들었던 탓일지도....


그리고 시작되는 세 번째 에피소드인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 이번 에피소드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나온 감상은 '푸하~ 역시 이거로군!' 네, '여섯 번째 사요코'나 '굽이치는 강가에서' 같은 작품들로 먼저 이 작가를 접한 저로서는, 아무래도 온다 리쿠라면 이러한 이야기 -우리가 이미 과거로 흘려보내고 만 청춘의 아름다움을 극한까지 미화해서 그려낸 빛나는 소년소녀들을 중심으로, 그 뒤에 숨겨진 섬뜩하고 잔혹한 무언가가 오히려 그 광채를 더해주는 하이틴 미스테리- 를 써주는 게 제일 어울리지 않는가 하는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번 에피소드는 꽤 재미있고 수월하게 읽어가는 중이군요.


실은 이 바로 전에 읽었던 동 작가의 작품이 '도미노'였는데, 이쪽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었습니다.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제각기의 사정으로 움직이다가 마지막에 한 곳으로 수렴되는 구조는 꽤 재미있었고, 이러한 급박한 전개에 독자들이 저도모르게 빠져들게 하는 묘사도 괜찮았습니다만 다 읽고 난 감상은

"그래서 어쩌라고?"

이야기의 중심을 모든 캐릭터에게 너무 공평하게 부여하려고 한 부작용일까요. 트릭과 아이디어는 넘쳐나는데, 정작 이야기로서 중요한 알맹이는 미처 채워넣지 않은 뼈대 뿐인 소설이라는게 '도미노'에서 받은 인상이었군요.

그래도 이번 '3월...'은 '사요코' 만큼은 아니더라도 제법 흥미진진하고 괜찮은 작품인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음, 몇 작품 정도 더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by MATARAEL | 2009/10/24 21:56 | (有) MATA 백화점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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