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연방군대사전: 우주세기 연방군 팬의 가슴에 불을 지르다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중심에 위치한 두 세력인 지구연방군과 지온공국군, 양쪽의 인기도를 따져보자면 아무래도 지온 쪽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기존의 체제에 맞선다는 입장, 피끓는 구호와 연설들,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적과 호각의 싸움을 펼치는 강인함, 카리스마 넘치는 개개인들, 그들이 남긴 수많은 명대사, 보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서 만들어진 다양한 병기들.... 당시 기존 로봇 애니메에서의 이분법적인 선악구조를 벗어난 세계관에 이런 요소까지 있다보니, 건담 팬이 지온군의 '싸나이다운' 매력에 빠져드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반면, 지구연방군은 아무래도 지온군만큼 열렬한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주역을 돋보여주기 위한 조역인만큼 전투 씬에서의 활약은 제한되어 있는데다가 천편일률적인 착한 편의 이미지를 고정시키지 않기 위해서인지 온갖 '아름답지 못한' 면모는 다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이런 경향 은 1년전쟁을 다룬 영상물로는 최신작인 MS IGLOO 시리즈에 와서 극에 달하는데, 이 시리즈에서 연방군은 대부분 비열하고 악랄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좀 나은 경우라고 해봤자 하나씩 맛이 간 인간들 뿐입니다. 그만큼 코어한 올드 건담 팬들 중에서 지온 팬들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례겠지요. 더러운 지온빠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연방군은 매력적입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수뇌부 중에도 레빌 장군 같은 양식있는 인물이 있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만, 그 결과는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만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급진 엘리트주의자들인 티탄즈의 폭거에 제동을 건 에우고 역시 이상적인 조직은 아니기에 연방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합니다. 주인공들은 지온의 '철혈 사무라이들'과는 또 다른 보다 소박하고 인간적인 신념을 지니고 있지만, 조직 속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성공도 실패도, 영광도 좌절도 항상 이런 식으로 답답하고 미적지근합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우리가 현실에서 종종 보게 되는 소위 '어른의 사정'이 깊이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야말로 지구연방군이 가진 씁쓸한 매력이 아닐까요.


무계획, 무대책으로 떠난 여행길, 무심코 들른 동네 서점에서 이런 연방군 팬의 가슴을 뒤흔드는 표지를 만났습니다.

어흑.... 이 표지 디자인한 사람 분명 골수 연방빠일듯;


골수 건담 팬들이 모여서 만든 별책 다카라시마의 건담 계열 무크 시리즈인' 우리들이 좋아하는 건담' 신작, 그 이름도 찬란한 '지구연방군대사전' 입니다! 네, 그야말로 연방의, 연방에 의한, 연방을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는데, 1년전쟁부터 시작해서 V건담에 이르기까지 영상화된 모든 건담을 대상으로 하면서 연방군 및 연방군으로부터 파생된 조직인 티탄즈나 에우고, 리거 밀리티어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도입부에서는 지구연방의 멋진 모습과 흉악한 모습, 양면을 공평하게 다루면서 주요기지, 연표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어서는 최근 방영을 앞둔 건담 유니콘 띄우기의 일환인지 건담 유니콘 TV판 설정자료나 후쿠이 하루토시의 인터뷰 등을 싣고 있군요. 다만 건담 UC 자체에는 별 흥미가 없어서 패스.

그리고 그 다음부터의 마지막까지 대부분의 내용을 채우고 있는 것은 모빌슈츠, 전함, 전투차량, 개인 화기 등 온갖 메카닉에 관한 내용들 뿐!! 대사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만큼 인물 관련 자료를 기대하셨던 분이라면 좀 실망스러울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만족 그자체로군요. (어차피 인물 관련 자료는 다른 무크에서도 많이 다뤄주지 않을까요).



지구연방군의 메카닉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무엇부터?
당연히 시리즈가 나와야겠죠.

메카닉 관련 첫 파트에서는 오로지 짐 계열의 양산형 MS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각각의 짐들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그려졌는지, 한두 씬 나오고 말았던 엑스트라 파일럿들의 모습을 샅샅이 긁어모은데다가 짐2를 에우고와 티탄즈 칼라까지 따로 분류해서 실어놓은 이 집요한 정성에는 절로 머리를 조아리게 됩니다.

실은 이런 식으로 기체 스펙 외에도 작품 내에서 그려지는 모습을 충실하게 찾아놓는 것이 이 책의 미덕으로, 다른 파트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짐이 양산형의 전부는 아닌만큼, 이번 파트에서는 기타 양산형 MS도 따로 다루고 있습니다. 릭디어스나 마라사이 같은 양산형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을테니까요. (릭디어스 귀엽지 나도 좋아해) 덤으로 좀 작게나마 MSV 계열도 잊지 않고 체크.
좀 뒤로 밀어놓긴 했지만 주역인 건담을 포함한 시험제작기/에이스 기체 계열도 다뤄줘야죠. 특히 건탱크와 건캐논 및 하야토/카이를 초장부터 대문짝만하게 다뤄주는 친절한 마음 씀씀이에는 다시 한번 감복.
대함거포주의는 연방의 업보이자 로망, 지구연방군 계열의 온갖 함선을 소개하는 The Great Fleet of E.F.F 코너입니다. 초반 몇 페이지 이후부터는 흑백페이지로 바뀐 점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각각 붙어있는 설명들은 역시나 흥미진진합니다.
지온군에 비해서 MS 도입이 늦었던 만큼, 연방은 다양한 기타 병기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파트에서는 G아머에서 61식 전차, 콜로니 레이저에서 보병용 대MS미사일에 이르기까지 온갖 일반병기와 탈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중간중간에 키카가 진행하는 Q&A 코너, 연방계 MS의 특징 중 하나인 두부 발칸에 대한 고찰 등등 재미있는 내용들이 사이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대놓고 연방군 위주, 메카닉 위주라는 점이 취향에 맞는 분이라면 그야말로 정신없이 빠져들게 되는 한 권의 무크입니다. 이 바닥 곳곳에 은거하고 계신 연방 애호가 분들이라면 한번 꼭 구해볼만한 책이라고 추천하는 바입니다!


그래도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마지막 저자 소개 페이지에서까지 연방팬의 심금을 울리게 하는 한 컷....

히 힘내라... ㅠ_ㅜ

덧글

  • JOSH 2010/01/11 22:49 # 답글

    E뜨어어... 책 제목에서 .. '이 부류들은 사는 책이야' 라는 포스가
  • MATARAEL 2010/01/12 23:40 #

    어떻게 보면 제목에 비해서 2% 정도 부족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또 생각해보면 이만큼 방군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책이 또 나올리가 없으니 충분히 대사전이라는 제목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 NOT_DiGITAL 2010/01/12 00:33 # 답글

    지구연방군 만세! 더러운 지온빠들! 이 책은 필히 구매해야 할 책입니다. >.</

    NOT DiGITAL
  • MATARAEL 2010/01/12 23:54 #

    실은 이 포스팅은 20% 정도 NOT_DiGITAL 님을 겨냥하고 올렸습니다. 어서 냉큼 구매하세요~
  • RNarsis 2010/01/12 00:38 # 답글

    ...더...덜덜덜. 터얼썩. 후드드드.
  • MATARAEL 2010/01/12 23:54 #

    넵,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집어들었을 때의 심정이 딱 그랬습니다.
  • Rain 2010/01/12 03:28 # 답글

    사고 싶어지는군요.
  • MATARAEL 2010/01/12 23:55 #

    좀 기다려보면 국내 북오프에도 풀릴 가능성이 있....지는 않을 것 같고 주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미스트 2010/01/12 04:07 # 답글

    매카닉 디자인이 지온쪽이 더 취향이라... .....

    물론 우주병기 디자인의 진리는 볼입죠. (............)
  • MATARAEL 2010/01/12 23:56 #

    관대한 연방군은 마라사이나 하이잭에서 볼 수 있듯이 지온계 디자인도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답니다.
  • DAIN 2010/01/12 12:22 # 답글

    과, 과연 보도 무크 다운 책이군요. 갖고 싶...
  • MATARAEL 2010/01/12 23:59 #

    이전에도 이 시리즈 책 보면서 범상한 분들이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었는데, 이런 쾌거를 이뤄주실줄은 몰랐습니다.

    방금도 들춰보니 '건담의 두부발칸은 장탄수 60발을 극장판 기준 13초에 다 쏴버린 걸로 봐서 분당 발사속도는 277발 하지만 양쪽을 교차해서 쏘니 결국 분당 554발이 된다능' 이런 고찰 하고 있네요.

    몰라 뭐야 이 사람들 무서워.....
  • Nine One 2010/01/12 13:01 # 답글

    이런 거 사야해!
  • MATARAEL 2010/01/13 00:01 #

    하나 쯤 갖춰놓고 두고두고 읽어보면 참 재미있는 책입니다!
  • 슈타인호프 2010/01/13 00:44 # 답글

    저, 정말 멋진 책이군요. 일년전쟁사처럼 번역....은 안 되겠죠 OTL
  • MATARAEL 2010/01/13 01:46 #

    참 멋진 책입니다만 이런 계열의 무크지, 그것도 대상이 한정되어 있는 책은 번역판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을까 싶군요;;
  • 절그뮤랄 2011/03/01 20:55 # 삭제 답글

    롷 ㄹ
  • Rain 2011/05/22 13:11 # 답글

    어느새 정발이 되어 있었습니다.AK 무서운 아이......

    본문대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물건이었군요.
  • MATARAEL 2011/05/22 17:53 #

    얕은 식견으로 감히 AK님하의 저력을 업수히 여기고 정발 가능성을 폄하하던 과거의 제 망언을 되돌이켜보면 그저 여러분께 도게자할 뿐입니다.

    .....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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