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파'의 감상과 눈마새의 한 구절

심야에 홀로 극장을 찾아가 에반게리온 '파'를 감상하던 그 때. 분명 새롭게 그려진 에반게리온에 환호를 보내면서도 그 이상으로 차갑게 식게 만드는 당황스러움이 무엇이었는지를 고민하던 참에 '눈물을 마시는 새' 중에서 한 구절이 눈에 띄어 옮겨봅니다.


"나는 스스로를 망쳐버렸다. 갈로텍."

"아니오. 당신은 누구도 넘보기 힘든 집념으로 자신을 완성했습니다.
주퀘도. 당신은 이제 시구리아트의 정복자입니다."

"그건 완성이 아냐. 빌어먹을 가필이지."

"가필이라고요?"

"염병할 붓질은 한 번에 끝내야 한다. 일필휘지야, 갈로텍. 나는 괜찮
은 삶을 살았다. 주퀘도 사르마크의 삶은 찬란했다. 그래. 나는 죽음의
거장이었다. 내 최고의 순간이 언제인지 아나? 그것은 내 존재의 모든
시간이었다. 나는 항상 최고였다. 내 마지막 실패는, 그것이 내 실패이
기에 이미 소중한 것, 최고의 것이었다. 그것은 완전무결함에 난 흠집
같은 것이 아니었어. 그것까지도 포함해서 완전무결한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소중한 실패를 망쳐버렸다. 스스로 구축한 작품을 망쳐버렸지."



물론 '파' 에서의 재해석을 무작정 '망쳤다' 라고 단정짓는 것은 성급한 매도일 것입니다. 제 자신 속에 과거를, 추억을 미화하고 싶어하는 편견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또한 경계해야겠지요.

하지만 과거의 그 소화불량에 걸릴 것 같은 전개를 마치 "이런 걸 원하셨죠?" 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쑥하게 재시공해놓은 모습을, 중학교 시절의 자의식 과잉과 오류로 점철된 작문을 꺼내서 고쳐쓴 뒤 "저도 이렇게 어른이 되었답니다" 라고 자랑하는 듯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주퀘도의 저 '빌어먹을 가필'이라는 표현이 머릿 속에 떠오르게 되는군요.



P.S 이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결국엔 캡틴 아스카의 씩씩한 미소를 보기 위해 '큐'도 보러 가겠죠.... 악마같은 놈들

덧글

  • YoUZen 2010/06/22 23:23 # 답글

    서 예고편을 보고 파를 보니까 신극장판 예고편은 훼이크임이 느껴지더라구요.
    Q가 나올떄까지 안심하시면 안됩니다. Q에서 지옥으로 떨굴지도 몰라요.
  • MATARAEL 2010/07/06 22:36 #

    그렇습니다, 레이 띄워준건 다 훼이크고 이제 캡틴 아스카가 모두를 바닥에 무릎 꿇리고 지배할 것입니....
  • Andante 2010/06/23 06:29 # 답글

    상당히 날카로운 감상평인거 같아요.

    에반게리온 파를 보면서 전 쓰르라미 울적에...가 생각났습니다.
    주인공사망=서드임펙트) -> 시작지점으로=세컨드 임펙트

    이런걸 뭐라고 해야하나...페러럴 월드 같지만 사실은 한세계가 리셋되어 다시 시작하는 거 같다고 할까요.

    서에서 마지막에 카오루의 " - 3번째구나 신지군.." 요런거라거나
    파에서 마지막 카오루의 "이번에는 너만큼은 구해주겠어 신지군" 이었나? 이런 대사라던가.


    뭐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지만 결론은 급(Q)을 어떻게 기다리....ㅠㅠ
  • MATARAEL 2010/07/06 22:38 #

    리셋 윤회론(?)도 많이 나오는 것 같더군요. 저는 이제 다시 에바를 잊고 산속에 들어가 숨어지내다가 Q가 나오는 그때 하산하도록 하겠습니다.
  • 만년 2010/06/25 23:19 # 삭제 답글

    하지만 그런걸 원했는걸요!(환호) 일단 전 레이가 자폭해서 골로 가지 않아서 정말로 환호성을 질렀음. '아야나미를 돌려줘!' 는 길이 남을 명대사...가...어이쿠. 이건 네타인가요.

    라지만 저는 '이건 End 오브 에바 이후 세계가 무한 리핏 되는거임 오케이?' 라는 결말이면 솔직히 무박3일로 깔 수 있을겁니다. 오라버니 말씀하신 비유중에 중학교 시절의 자의식 과잉과 오류로 점철된 작문을 꺼내서 고쳐쓴 뒤 "저도 이렇게 어른이 되었답니다" 라고 자랑하는 듯한 모습 <- 이거에 완전 공감 ㅋㅋ

    하지만 저도 역시 15살 중2병 작렬하던 시절에(정말로 말 그대로)에반게리온을 보고 중2병 작렬했고, 그러고 어른이 되어 본 파는 말 그대로 이 나이되니 내용이 이럴수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함. 그냥 이어지는 내용말고 다른 이야기로 보고 싶은데 Q를 봐야 자세한 내용을 알겠네요.

    그리고 역시 저도 궁시렁궁시렁 Q를 보러 가겠죵(굽신굽신).

    결국 사골이니 막장이니 욕하면서도 굽신대며 볼 수 밖에 없는건 에반게리온 때문에 인생 말아먹은 인간들의 숙명인듯.
  • 만년 2010/06/25 23:20 # 삭제 답글

    재밌는게, 무비스트에서 모 유명 영화기자가 에반게리온에 작품성9, 오락성8인가 7을 준 사건이 있었음. ㅎㅎ 빠심이 있는건 분명한데 그래도 이 정도 작품성은 허트로커 같은 영화나 받는건데 뭘까 했는데 최근에 블루레이 나오면서 슬쩍 점수를 낮췄더군요. ㅋㅋ 작품성 9는 좀 심했죠.

    에반게리온 나온다고 말 많아지는거 보니 정말 저도 어쩔수없는 놈임(..)
  • 만년 2010/06/25 23:25 # 삭제 답글

    그런데 그 달리기 부분 좋지 않았어요? 공중낙하사도 막으러 갈때 그 부분 연출은 호쾌하다는 느낌 들더라고요. 그리고 그 섬모 쫙 올라오면서 서로 손에손잡고 흔드는듯한 것도 뭔가 오글거리며 거추장스러운것이 매우 좋았음. ㅋ
  • MATARAEL 2010/07/06 23:39 #

    그야 액션 씬은 하나 하나가 눈물나게 좋았었지.

    사실 뭐 무한리핏이라고 해도 잘 만들기만 한다면야 ㅇ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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