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탕스3를 하면서 돌아보는 90년대 일본 RPG의 추억

에이스 컴뱃, 다크 소울, 언차티드 3, 모던 워페어 3 등 4분기 기대의 신작 러쉬를 맞이하여 제 플삼도 슬슬 폭풍전야 상태인데요, 주문해놓은 에컴이 도착하기 전에 뭔가 신나게 때려부수고 싶다는 마음에 레지스탕스3를 잠시 빌려서 해보게 되었습니다.

90년대에 패미컴이나 슈패, 메가드라이브 등의 게임기로 일본 RPG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한참 재미있게 플레이하다가 어느 시점에 진행이 콱 막혀버려서 난감해하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물론 한국 유저들을 괴롭힌 가장 주된 원인이야 언어의 장벽이겠지만, 설령 독해가 제대로 된다고 해도 이러한 문제는 종종 발생하곤 했습니다. 게임 디자인 자체를 그렇게 하던 시대였으니까요.

이를테면 이런 식이였습니다.

- 진행을 위해서는 특정 NPC 를 만나야 하는데 힌트가 너무 적거나 또는 금방 지나가버리는 통에 한참을 찾아 헤매야 합니다.
- 목표 지역으로 가려면 멀쩡한 벽이나 나무를 뚫고 들어가는 비밀통로를 지나가야 하는데 역시 힌트는 쥐꼬리만큼 줍니다.
- 필요한 대화는 모두 했다고 생각했는데 트리거 발동 조건이 너무 복잡해서 별 쓸데없는 NPC까지 샅샅이 뒤지고 다녀야 합니다.
- 키워드가 '야자수' '8자' 라길래 며칠을 고민했는데 알고보니 야자수 두 개 사이를 8자를 그리면서 이동해야 합니다.

그 외에도 별의별 이상한 난제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어서 나중에 공략본을 보고서야 허탈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었는데요.

레지스탕스 3는 바로 이런 90년대의 추억을 새삼 되새기게 해주는 게임입니다 -_-;


다음 지역으로 가기 위한 통로가 도통 알아먹기 힘든 위치에 있는가 하면, 문을 여는 스위치가 눈에 잘 안 띄어서 열심히 헤메고 다녀야 합니다. 대형 적이 쫓아오는 부분에서는 멀쩡히 도망가는데도 계속 죽길래 중간에 대피소에서 밍기적대면서 시간을 끌었더니 그제서야 트리거가 발동되서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기도 합니다. 콜 오브 듀티처럼 조금만 머뭇거리고 있어도 다음 할일을 고래고래 소리질러주거나 트리거가 금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건 참 고마운 거였어요.

근데 사실 이것만이면 크게 문제는 안 됩니다. 좀 막혀도 여기저기 들이대다 보면 언젠가 길은 열릴테니까요. 레지스탕스 3의 진짜 무서운 점은,

종종 트리거가 뻑나는 버그가 터진다는 사실......



추락한 아군 항공기를 습격하는 적들을 격퇴하고 아군과 합류 -> 적도 안나타나고 멀뚱멀뚱 서 있기만 함 -> 온 맵을 다 뒤지고 다님 -> 포기하고 재시작했더니 정상 진행됨

문을 열려면 동력파이프를 부수라고 함 -> 시키는대로 다 부쉈지만 문이 안 열림 -> 또다른 동력 파이프가 있나 하고 온 맵을 정처없이 돌아다님 -> 나중에는 망치 들고는 맵 전체를 미친듯이 두들기고 다님 -> '혹시 문이 생체센서가 달렸나?'하는 생각에 바닥에 죽어있는 적을 열심히 옮겨서 문까지 드리볼해가지만 역시 묵묵부답. -> 공략 동영상 찾아보니 저 파이프 부수면 열리는게 맞음 -> 재시작하니 대량의 적과 다시 싸워야 함. -> 의욕상실.....

뭐 이런 일들을 겪다보니 나중엔 막히는 데가 있어도 이걸 좀 더 찾아봐야 하는 건지 버그가 난건지 확신이 안 생겨서 갈팡질팡하게 되더군요. 생각해보면 패미컴 시절에 널리 퍼져있던 복제카트리지로 게임을 돌릴 경우 종종 발생하던 이상한 버그들과도 유사한 부분이네요. 이런 것까지 재현하다니?


다종다양한 무기를 들고 다니면서 상황에 맞춰서 써먹을 수 있다는 특성이나 거대 적과의 싸움, 3파전 난전 상황, 공포물 분위기의 스테이지 등 재밌는 요소가 많은 게임이었는데 이런 문제로 이미지가 팍 깎이는 것 같습니다. 안 사고 빌려서 하길 다행이야....

덧글

  • 사방에서 2011/10/12 23:21 # 삭제 답글

    버틸수가 없는 포격이 쏟아지는데 미션 목적은 버티라고 해놓고
    실제 이벤트 플러그는 아무것도 없는 설원 한구석에 가면 발동되게 만들어놓은 꼴은
    보고 어처구니가 탈탈 털렸죠.
    2는 캐쥬얼 게임 흉내낸다고 실망시키고 3는 자기네들이 소니에 실망했다고 해서 유저를 실망시키고.
    독립해서 얼마나 좋은 게임을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인썸니악은 스스로 이름을 깍아먹었네요.
  • MATARAEL 2011/10/14 00:58 #

    전 그 부분은 그럭저럭 별 어려움 없이 넘어간 것 같은데, 여기저기에 문제가 많았군요....
  • NOT_DiGITAL 2011/10/13 00:06 # 답글

    레지스탕스는 1을 플레이해보고 그다지 취향에 맞지 않아서 2, 3는 건너 뛰고 있는데 이런 문제가 있군요. 이런 문제를 당하고나면 아무리 다른 부분이 좋아도 플레이 의욕이 꺾이기 마련인데 말이죠. -ㅅ-

    NOT DiGITAL
  • MATARAEL 2011/10/14 00:59 #

    혹시 뭔가 게임 외적인 이유로 QA 인력이 대폭 감원되었다던지... 시간과 인원을 투자하면 충분히 고쳐질 수 있는 부분이 저러니 아깝다면 아까운 일이죠.
  • 벨제뷔트 2011/10/13 01:05 # 답글

    레지스탕스...? 헤일로 킬러 말인가요? 아니 그건 킬 존이었나? (웃음)
  • MATARAEL 2011/10/14 01:03 #

    플빠인 내 앞에서 그런 발언이라니 좋은 근성이군, 방과후에 체육관 뒤로 나와!

    '헤일로 킬러'라 함은 이를테면 수도없이 나타났다 사라져간 "해리포터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ㅇㅇㅇ 의 시대이다!" "해리포터의 돌풍을 잠재운 천재 소녀 작가 XXX !" 같은 계열의 용어로군요 어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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