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CSI: 사제총

일요일 밤, 무심코 TV를 틀어보니 MBC에서 CSI 마이애미가 방영중이었습니다. 더빙버전으로 보는 CSI 는 오래간만이라서 중간부터나마 대충 감상해봤지요.

사실 CSI 는 고증이 그렇게 완벽한 건 아니지만 (과학수사대 요원들이 현장에서 총 들고 액션 찍는 것부터 ㅎㅎ ) 극적 재미를 위한 적절한 과장으로 받아들이고 보는 편인데요, 아무리 그래도 어제 에피소드는 좀 무리수가 많더군요;


범인이 사격 초보인 갱단 쫄다구를 시켜서 피해자를 죽이려 하면서 들려주는 총이 제법 비싸고 좋은 총이라든지 (얼핏 봐서 확실친 않지만 PSG-1 이나 G3 계열의 반자동 저격총), 저격 포인트가 근처 건물 옥상임을 추리해낸 CSI 멤버가 간지나게 권총 들고 선두에 서서 현장에 돌입한다든지, 사건 발생 후 한참이 지났음에도 새삼스럽게 '훗 벌써 튀었군' 하고 중얼거리는 등이야 뭐 그렇다고 넘어간다고 쳐도 이후가 문제입니다.


첫 저격이 실패로 돌아간 범인은 이번 에피소드의 또다른 주역인 개과천선중인 불량청소년을 찾아가 가족을 미끼로 협박하면서 피해자를 죽이라고 강요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판매하는 총은 추적당할거야, 니가 직접 만들어서 써라"

........

당연히 불량청소년은 '내가 무슨 수로 총을 만들어요?'하고 거부하려 드는데, 범인은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연습장에 끄적인 낙서 비슷한 도면을 주면서 "이걸 보고 총 만들어서 쓰면 되지!" 라고 합니다.

.........

그리고 협박에 굴복한 불량청소년은 집안을 때려부숴서 확보한 부품으로 사제 총을 만들더니 저~기 멀리 있는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피해자에게 총탄을 난사합니다!

..............
김형사가 좋아합니다.


아니 그야 뭐 적절한 지식이 있다면 일반 가정에도 있는 쇠파이프나 기타 부품들로 사제 총기를 만드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마침 미국이면 제일 큰 난관인 탄환 확보도 문제 없이 해결할 수 있을테니 허들이 대폭 낮아지긴 하겠죠.

하지만 그런 식으로 만들 수 있는 총이래봤자

- 정밀도 따위는 갖다버려서 초근거리에서나 겨우 맞출 수 있음.
- 운이 좋아야 1,2회 사용하는 게 고작이고 높은 확률로 총이 터져서 사수의 손이나 머리를 함께 날려버림
- 재장전을 하더라도 일일이 탄피를 빼고 새 탄환을 넣어줘야 함.
- 숙련공이 수작업으로 강선을 파지 않는 한 일반 탄환으로는 정상적인 탄도 확보가 불가능, 산탄이라면 그나마 단거리 용도로 사용 가능

즉 원시적인 구조의 산탄총이 고작입니다.
(문제중년님의 영거리 사격의 별난 응용 2개. 포스팅 참조)
반면 이번 에피소드에서 나온 불량 청소년의 사제총은

- 수백미터(?) 거리에서 라이플탄으로 타겟의 1-2미터 이내로 탄착군 집중 가능
- 적어도 대여섯발을 연사하는 동안 멀쩡히 버티는 내구성 (팔에 살짝 화상만 입음)
- 거의 딜레이 없이 연사하는 과정을 보면 초탄발사-탄피강제배출-탄환삽입-장전-2탄발사 가 아니라 초탄발사-장전-2탄발사 로 이어집니다. 무려 내부 송탄기구까지 있다는 말씀!

연습장 설계도와 가재도구 부품만 갖고 이 정도의 총을 만들어내다니, 이건 무슨 맥가이버와 라리 빈센트를 사교의 관에서 2신합체 돌리면 나오는 초천재 서바이벌 건스미스인가요?

(2차대전 때 레지스탕스가 비밀리에 찍어내던 총기는 대개 독일군에게 납품하려고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중요부품을 빼돌린 덕분에 만들 수 있었고, 전에 국내 뉴스에 나오던 고성능 사제총의 경우는 나름 숙련된 기술자가 충분한 공구와 지식과 시간을 들여 만든 수제품이었지요)


수거한 잔해에서 사제총을 찾아낸 CSI 직원이 하는 말이 더 걸작입니다.

"이 총이라면 강선이 없으니 추적이 불가능하겠군"

강선도 없는 총으로 무슨 놈의 저격을 한다는거야 이 냥반아!


요즘 같으면 일본 모에미소녀만화 작가도 하지 않을 법한 아스트랄한 설정이, 총덕들이 우글거리는 천조국 인기 드라마에서 당당히 나오고 있는 배경이 무척 궁금합니다. 서 설마 SATC 에서 영입한 발랄한 감성을 지닌 20대 여류 각본가의 작품이라던가...?!

덧글

  • 대공 2012/02/13 21:12 #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MATARAEL 2012/02/14 20:33 #

    실제로 보던 당시에는 어안이 벙벙하다가 잠시 시간이 지나고 나니 헛웃음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 NOT_DiGITAL 2012/02/13 21:25 # 답글

    할리퀸 부문에서 각본가를 영입한 듯 합니다. ㅋㅋㅋ

    NOT DiGITAL
  • MATARAEL 2012/02/14 20:34 #

    마지막 씬에서 위기에 빠진 소녀를 구해낸 호레이쇼 반장님이 평소답지 않게 악당을 쓸데없이 화려하게 때려주는 장면이 나온 것도 설마 그 때문에...?
  • STX 2012/02/13 22:36 # 답글

    제작진중에 아무도 태클을 걸지 않았다는게 더 신기하군요.
  • MATARAEL 2012/02/14 20:36 #

    혹은 태클을 걸었으나 우아하게 무시당했다던가....
  • gforce 2012/02/14 05:33 # 답글

    결국 미국에서도 총덕은 그다지 숫자가 많지 않다는 증거죠. 게다가 미디어 업계에선 더욱더나 그렇고, 사실 총덕 따위 딴지걸어봤자 힘있는 놈이 "귀차나 그냥하자" 하면 다들 깨갱해야 할테니...
  • MATARAEL 2012/02/14 20:40 #

    사과해 나의 천조국은 그러치 아나!!

    (울면서 석양을 향해 달려간다)
댓글 입력 영역


Contact

사교의 관 web 폐쇄

PSN ID: Salamis_k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