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하자드 6: 흠집 투성이 보석


발매된지도 한달이 거의 다 되어가는 바이오 하자드 6은 드래곤즈 도그마와 함께 2012년 캡콤의 저력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풍성한 볼륨과 일신된 게임 시스템,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여러가지 재미있는 놀 거리 등 앞으로도 바하 시리즈를 기대할 수 있게 해주는 후속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작이라고 칭찬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안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신없이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긴 합니다만, 플레이 하는 와중 순간순간 헛웃음을 짓게 만드는 어이없는 단점들을 보고 있으면 엉망이었던 리뷰 점수에 공감을 보내주고 싶어지는군요;


1. 엉망인 서버 상태

발매전 리뷰나 발매시의 안티들 축제에서는 별로 부각되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발매 초기의 매칭 서버 상태는 아주 엉망이었습니다. 저녁 9시 이후로는 코옵 플레이 중에서도 툭툭 끊어버리는 캡콤 셧다운제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었지요.
(여성부가 좋아합니다 +1)

처음이라서 유저들이 많이 몰린 이유도 있지만, 그래도 수백만장 단위로 팔 생각으로 만들 게임이 이러면 안되죠.

2. 난잡하고 쓰기 불편한 메뉴와 UI

사용하는 무기와 아이템이 많고 4처럼 메뉴 화면을 여는 동안은 PAUSE가 안 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직관적이고 빠르게 조작할 수 있는 인벤토리 UI 가 필요합니다만, 사용 편의성은 꽝입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항상 무기를 고르다가 두들겨 맞기가 일쑤고, 심지어 모 캐릭터 루트에서는 화염탄을 갈긴 후 재빠르게 석궁으로 약점을 갈겨야 하는 상황에서 무기 선택창 UI가 조준점을 훌륭하게 가려주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하죠.

3. 과도한 QTE (버튼 입력 이벤트)

영화같이 화려한 연출을 노리는 건 좋지만, 과거 4나 5와 비교할 때 과다하게 많은 버튼 입력 이벤트는 확실히 짜증을 불러일으킬 만합니다.

4. PS3 패드 자체의 고질적인 문제

게임 중에 일부 QTE 에서는 (주로 좀비에게 붙잡혔을 때)는 아날로그 스틱을 빠르게 돌려서 게이지를 채워서 뿌리쳐야 합니다. 실은 이 부분에서 아날로그 스틱 두개를 동시에 돌리면 더 빨리 차기 때문에 보통 손바닥을 두개의 아날로그 스틱에 올려놓고 열심히 돌리게 됩니다만.....

문제는 PS3 의 시스템 메뉴를 불러내는 ps 버튼이 하필이면 이 아날로그 스틱 두 개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수시로 나오는 QTE 에서 신나게 아날로그 스틱을 돌리다 보면 PS버튼이 눌러지게 마련이고, 그럼 시스템 메뉴가 나오면서 아무런 조작도 할 수 없는 황당한 장면이 종종 연출됩니다. 다른 PS3 게임에서는 그런 경우 자동으로 PAUSE 가 걸리는 안전장치가 있습니다만, 이놈의 바하6은 오프라인 싱글플레이 외에는 일시정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이없이 게임오버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요.

5. 장면 전환 시의 불합리한 조작

일본 게임 개발자들에게는

개발자가 보여주고 싶은 의도 >>>>>>>>> 유저의 편의성

순으로 중요도를 놓는 고질적인 나쁜 버릇이 있는데, 이번 바하 6에서는 그런 악습이 한층 더 -_- 강화되어 있습니다;

바하6에서는 게임이 한참 진행중인 상황에서도 뭔가 유저가 주목해야 하는 (그래야 한다고 개발자가 판단한)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강제로 그쪽으로 카메라를 돌려버립니다. 뭐 그런 상황에서는 보통 적이 나타나거나 위험한 상황이 다가오거나 길이 열리거나 하니 주목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이해가 갑니다만.... 문제는 그렇게 시점을 돌려버린 상황에서도 게임은 멈추지 않고 진행이 된다는 놀라운 사실 ;;

캠페인 중에는 일정 시간 동안 문이 열리길 기다리면서 대량의 적과 싸우는 부분이 있는데, 당연하게도;; 시간이 되면 플레이어가 어떤 상황이건 상관없이 문이 열리는 장면을 느긋~하게 비춰줍니다. 게다가 다시 유저 쪽으로 카메라를 돌리면서 그전까지 보고 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시점을 리셋해버립니다. 덕분에 유저는 방금 전까지는 저 멀리 떨어져 있던 적들이 난데없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는데 내 캐릭터는 우두커니 벽만 지켜보고 있다- 라는 황당한 상황을 접하게 되지요. (그리고 사망)

초 단위의 조작이 생사를 가르는 용병모드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 심각해집니다. 용병 모드에서는 파트너가 빈사 상태에 처할 경우 잠시 파트너가 쓰러지는 장면을 보여주게 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상황이니 주목하게 만드는 동시에 파트너가 어디 위치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조치이긴 합니다만.... 당연히 여기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파트너 빈사 씬이 뜨는 순간 멍하니 가만히 있으면, 다시 시점이 나로 돌아왔을 때는 그동안 다가온 좀비가 신나게 날 물어뜯고 있습니다. 빈사 씬이 뜨자마자 곧바로 달려가도 시간이 모자란데, 물어뜯던 적까지 해치우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면 그동안 파트너는 죽고 게임오버 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움직이는 것도 곤란합니다. 시점 방향이 리셋되기 때문이죠.

동쪽에서 파트너가 위험하다 -> 동쪽으로 열심히 달려간다 -> 그런 와중에 예상대로 파트너 빈사 씬이 뜸 -> 그동안 시점 방향이 리셋 됨 -> 내 캐릭터는 어느새 반대편 방향으로 신나게 달리고 있음 -> 서쪽 벽 끝까지 달려와있는 상태에서 다시 동쪽으로 뛰어가야 함 -> 그동안 파트너는 DIE

한참 게임 잘 풀어나가고 있다가 이따위로 게임오버 몇번 당하고 나면 혈압이 치솟습니다;;


6. 기타

- 스토리 모드 세이브가 단 하나만 존재합니다. 레온 3챕터를 솔로로 반 이상 진행하다가 잠시 중지하고 친구와 크리스 시나리오를 진행하고 나서 다시 솔로로 레온 3챕터를 도전하려 하면 반드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이없는 문제가 생기지요.

- 코옵 플레이라고 해도 난이도 설정을 따로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A 플레이어가 프로 난이도로 방을 만들어 초대하더라도, 초대받은 B 플레이어가 바로 전까지 노말 난이도로 플레이하고 있었다면 B는 같은 게임을 클리어 해놓고도 노말로 클리어한 걸로 기록이 되는거죠. 덕분에 저도 친구와 프로모드 도전을 하겠다고 제이크 시나리오를 완주한 후 이제까지 한게 다 헛짓이엇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멘붕에 빠졌습니다.... 대체 왜 이런 기상천외하고 쓸모없는 난이도 적용방식을 만든 건지 이해가 안 가는군요.

- 용병모드 맵이 달랑 3개에 불과하다 싶었더니 결국 DLC 로 공개되는군요....


게임 자체는 무척이나 잘 만들었는데 이런 단점들이 뻔히 남아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최종적으로 플레이해보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마무리 단계가 대폭 생략된게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듭니다. 캡콤 경영 사정 때문에 발매일을 맞추려고 원래보다 급하게 발매했다는 소문이 웬지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군요.


P.S 게임 하다보면 바하 개발진이 모던 워페어를 무척이나 감명깊게 플레이 했다는 걸 지겹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친구들이 모던 워페어에서 배워야 할 건 근사한 연출이나 영화같은 분위기보다는 합리적인 조작 체계와 유저 편의성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심이 아닐까 싶네요.


P.S2 제이크편 챕터 3에서 오토바이로 공격헬기 로터 위를 점프해서 슬로우모션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친구와 나눈 대화

"역시 뉴비들은 피하는 게 고작이군"
"레온이라면 수류탄 두세개 까서 헬기를 떨궜겠지"
"크리스라면 그 두꺼운 팔뚝으로 대검을 박아넣었겠지"
"질이라면 총으로 연결부위를 작살냈을 듯"

걔들이라면 진짜로 하고도 남을 듯


P.S3 바하 6은 공식 웹사이트인 residentevil.net 과 연계되면서 게임 진행 상황이 웹사이트에 갱신되거나 웹사이트에서 언락한 코스튬을 인게임에서 쓸 수 있는 등의 기능이 있습니다. 또한 기간마다 게임 내에서 일정한 조건을 완수하는 순위를 다투는 이벤트를 실시하는데, 이게 원래 일본 온라인 게임 운영사가 개발사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이벤트 만들어내던 노하우를 그대로 써먹는 거라서 꽤 재밌네요.

덧글

  • 울트라김군 2012/11/04 22:26 # 답글

    플레이 타임 늘리려고 버티기 전투 도배하고 똑같은 보스랑 계속 싸우게 하는걸 보면서
    아 이제 진짜 바이오하자드의 끝이 다가오는구나 싶더군요[...]
  • MATARAEL 2012/11/05 00:05 #

    음 그렇게 억지로 분량 늘렸다는 느낌 드는 부분은 없군요. 똑같은 보스라고는 해도 1형태 2형태 이런 식이라서 사실상 계속 달라지고 있고요. 여러모로 방향성도 잘 잡았고 무척 잘 만든 게임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넘쳐나는 단점과 유저들의 빡침이 사라지는 건 아니죠 QA 좀 제대로 해라 이것들아~
  • 카와이군 2013/07/30 19:06 # 삭제 답글

    조작하다 보면 플레이어의 의도와는 다르게 조작 캐릭터들이 게걸음으로 옆으로 이동해서 은근히 짜증이 났었는데...확실히 캡콤의 핵심 개발진의 부재가 느껴지네요...일섬 같은 고난이도의 조작감을 구현해 낸 액션의 명가가 이런 식으로 몰락을 하다니...슬픕니다...
  • MATARAEL 2013/10/08 00:27 #

    웃 제가 기억하는 일섬은 사쇼 4편 뿐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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