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요마학원기(九龍妖魔學園記) -ATLUS / SHOUT!-


동경 신주쿠에 위치한 전원 기숙사제 고등학교 카미시로(天香)학원. 일견 평범해보이는 이 학교는, 그러나 일반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일면을 갖고 있었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 '학생회', 학생회를 거역하는 자에게는 철저한 제재를 가하는 '집행위원', 빈번하게 발생하는 실종사건, 실종자의 유류품을 묻는다는 명목으로 부지 내에 세워진 '묘지'. 학생들도 교사들도 그러한 사실로부터 애써 눈을 돌리며 침묵하는, 표면적인 평화가 이어지던 카미시로 학원에 한 명의 '전학생'이 찾아왔다.

세계 각지에 남아있는 고대의 유산을 발굴하고 보호하기 위하여 설립된 조직인 로제타 협회로부터 파견된 '트레져 헌터', 그것이 전학생의 정체이다. 그리고 그의 목적은 카미시로 학원 지하에 존재가 확인된 초고대문명의 유적을 조사하고 비보(秘寶)를 입수하는 것. 이형의 괴물들과 위험한 트랩으로 가득찬 유적을 헤쳐나가는 '전학생'의 눈 앞에, 카미시로 학원의 숨겨진 비밀이 서서히 그 전모를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이번에 소개할 구룡요마학원기는 쥬브나일 전기(傳奇)라는 장르를 표방하는 어드밴처 RPG로, 이미 많은 시리즈가 발매된 바 있는 동경마인학원 시리즈의 외전 격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일찌기 동경마인학원 시리즈는 이마이 슈호씨가 이끄는 샤우트가 아스믹과 함께 만들어 왔는데, 최근 들어 샤우트와 아스믹이 결별하면서 새로이 아틀러스와 손을 잡고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이 구룡요마학원기라고 합니다. (한편 아스믹은 새로이 스탭들을 모아서 전생학원 환창록이라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뭐 이건 아무래도 상관없겠습니다)

전통적인 마인학원 시리즈의 학원물 분위기에 더해, 이 작품에는 '초고대문명론'이라는 키워드가 깊숙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학교 지하에는 거대한 유적이 있고, 그 안에는 강력한 힘을 가진 오파츠들이 잠들어있으며, [피라미드 일본 기원설], [일본-이집트 문명 관련설] 같은 날라리 이론들을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그런 세계관이지요. 게다가 고대의 유산을 둘러싸고 비밀 조직들이 암투를 벌이는 가운데 현대적인 장비로 무장하고 유적의 신비에 도전하는 주인공은 그야말로 21세기의 인디아나 존스! 8,90년대에만 해도 소년들을 열광하게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한물 간 구세대적인 요소를 진득하게 다루는, 다분히 복고적인 취향이 담긴 게임인 것입니다.

한편으로 스토리의 내용이나 전개방식에 있어서는 학원물, 모험물 등의 클리셰나 공식,전형적인 패턴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걸 너무나도 당당하고 뻔뻔스럽게 써먹고 있다보니 어색하기보다는 오히려 즐기게 되는 것이 또한 특징이라면 특징이겠습니다.

구룡요마학원기 프로모션 비디오

전체적인 구성은 TV판 애니메이션 스타일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브타이틀과 약간의 인트로를 보여준 후 오프닝을 틀어주고 본편에 돌입, 본편의 내용이 모두 끝나고 나면 그 화의 성우들의 스탭롤이 포함된 엔딩을 보여준 뒤 에필로그가 약간 나오고 다음 화로 돌입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인지 총 화수도 TV판 애니메이션에서 소위 말하는 '1쿨'에 해당하는 13화로군요.

본편은 크게 주간 파트와 야간 파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주간 파트는 낮에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텍스트 어드밴처 형식이며, 야간 파트는 던전을 탐색하며 전투를 하는 3D 던전 RPG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기에 첨가된 요소들이 대단히 풍부하기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됩니다.


마인학원 시리즈 특유의 감정 표현 시스템

스토리가 진행되는 어드벤처 파트에서는 학교 내외의 다양한 인물들이 조력자로서, 적대자로서, 방관자로서 주인공 앞에 나타납니다. 주인공은 그러한 인물들의 대화나 행동에 대하여 8가지 감정표현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일직선 진행이긴 하지만 어떠한 감정을 보였느냐에 따라서 다른 반응을 볼 수 있으며 덤으로 아이템을 얻거나 이벤트를 볼 수가 있게 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에 따라 각 캐릭터들을 던전에 데리고 갈 수 있는 동료인 버디로 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믿음직한 동료, 버디

스토리 상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는 던전 탐색에 동참해주는 동료인 버디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직접 전투에는 참여하지는 않지만 능력치에 보정치를 주는 한편, 각자의 고유한 효과를 가진 액티브/패시브 스킬로 주인공을 돕습니다. 그 효과는 공격, 회복에서부터 경험치 증가, 공격력 보정, 속성공격 방어 등 실로 다양하기에 골라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들 버디에게는 주인공에 대한 호감도가 있기에 회화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거나 자주 데리고 다녀서 호감도가 올리면 스킬의 위력이나 사용회수가 늘어나기도 하지요.

3D 던전 RPG 스타일의 유적 탐사

여신전생 시리즈로 유명한 발매원 ATLUS의 영향을 받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의 시리즈와는 달리 구룡에서는 3D던전을 탐험하게 됩니다. 던전의 구조는 일본 건국신화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내용에 따라 곳곳에 트랩과 수수께끼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풀기 위한 힌트는 각 지역의 비석에 '일본서기', '고사기'를 인용하여 새겨진 문구에 감춰져 있는 것입니다. 비석의 지시에 따라 로프를 타고 올라가거나 물건을 옮기거나 벽을 폭파하거나 특정 아이템을 사용해야 하는데, 아주 골치아프게 어렵지도 않고 조금만 고민하면 즐겁게 풀어나가며 트레져 헌터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난이도입니다. (일어를 모르면 힌트가 전혀 도움이 안되니 진행을 못하긴 하겠지만;;)

전략성 넘치는 전투 신

유적 안에는 다양한 적들이 등장해 앞을 가로막는데, 이들과의 전투는 일종의 턴제 시뮬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플레이어는 주어진 AP (ACTION POINT)를 소모하여 행동 -이동, 선회, 공격, 재장전, 장비, 아이템 사용 등- 을 취하며 턴을 넘기면 적 역시 AP를 소모하며 공격해오는 방식입니다. 공격에 있어서는 각종 총화기나 폭탄, 도검은 물론 온갖 자질구레한 도구나 오파츠 등을 활용할 수 있는 한편, 적에게는 데미지를 입히기 좋은 약점 부위나 방어상성과 같은 특성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제반 요소를 노려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나가는 것이 이번 작품 전투의 큰 매력이지요. 상황에 따라서는 벽 뒤에 숨어있다가 뛰쳐나와서 사격을 퍼부은 뒤 다른 엄폐물 뒤로 이동하여 적을 유인하는 등의 액션영화같은 전술도 얼마든지 구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총기에 대한 설정이나 묘사가 대단히 마음에 듭니다. 종류도 다양하면서 총기별 특성이 살아나는 한편 밸런스도 잘 잡혀있으니까요. FPS 정도까지야 안되겠지만, 콘솔 RPG 계열 중에서 이 정도로 총기를 묘사해놓은 게임은 드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총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국구 트레져 헌터라면 퀘스트는 기본! (뭣이?)

구룡의 던전은 사실 규모 면에서는 그렇게까지 큰 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짧게 느껴지지 않게 되는 이유는 바로 퀘스트의 존재입니다. 주인공은 유적에 들어가기 전에 로제타 협회를 통하여 의뢰를 받게 되는데, 여기에는 의뢰주와 의뢰 아이템, 보수, 그리고 장소와 행동을 암시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문장이 나타내는 유적 내부의 특정한 장소에 가서 지시하는 행동을 취하면, 혹은 지정한 적을 지정한 방식으로 쓰러뜨리면 아이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아이템을 의뢰인에게 발송하면 퀘스트는 해결되고 보수를 받고 신뢰도도 상승! 물론 좋은 아이템의 경우 신뢰도 하락을 각오하고 빼돌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신뢰도에 따라 의뢰인이 주는 선물을 받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자연히 퀘스트에 열심히 매달리게 되는 것이지요.

수많은 아이템들, 그리고 조합

이 게임에 등장하는 아이템들은 실로 다양합니다. 칠판지우개, 청량음료, 2B연필, 카레빵, 5.56mm NATO탄, 염산, 수리검, 비취의 가면, FN P90, 목탄, 고무풍선, 오리하르콘, 출석부, 고무줄, 스턴그레네이드, 명란젓, 산화철, 베레타 M92F, 케블러 아머, 야구공, 티슈, 마이크로칩.... 현대물에 어울리는 일상용품에서부터 음식, 약품, 무기류는 물론 고대의 신비한 기술로 만들어진 오파츠에 유물까지 별의별 것들이 다 있지요. 게다가 이것들을 조합하여 높은 효과를 갖는 회복아이템이나 강력한 무기들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외에도 패미컴 풍의 미니게임이나 성적표 형태의 스테이터스 등 재미있는 요소가 많긴 하지만, 대충 중요한 건 다 소개한 것 같으니 여기까지.


한 가지 평을 덧붙이자면,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인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감정 대응에 따른 미묘한 대사의 변화, 아이템들마다 붙은 빼곡한 설명과 조합 패턴, 배경 신화에 대한 자료 준비, 인간관계 설정 등을 보고 있으면 집요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만큼 제작 스탭들이 열정을 갖고 매달렸다는 이야기가 되겠지만요.

이런 구시대적(?)인 게임으로 과연 얼마나 먹혀들까 걱정이긴 했는데 다행히 망하진 않고 그럭저럭 팔린 모양입니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통한건지 마인학원 시리즈의 배경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아틀러스와 샤우트가 계속 누이좋고 매부좋은 사이를 유지하면서 후속작도 내줬으면 하는 바램이군요.


구룡요마학원기 공식 홈페이지
2ch 계열 공략정보 모음 사이트 - 숨겨진 요소가 좀 많아서 동료 컴플리트 등의 완벽한 플레이를 하려면 참고하는게 좋습니다.


(C) 2004 ATLUS / SHOUT! DESIGNWORKS

덧글

  • septi 2004/11/11 09:45 # 삭제 답글

    얼마나 팔렸을까나~
    ..나도 좀 구워죠. 내 취향에도 스크라이크다. ;ㅅ;/
  • 현상 2004/11/11 12:31 # 답글

    언어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재밌어 보이네요.
  • hishono 2004/11/11 12:53 # 삭제 답글

    아로아와 우마이제. (치명적 오타)
  • 만년 2004/11/11 14:16 # 삭제 답글

    강횬~ 한정판은 언제 사는?
  • 만년 2004/11/11 18:30 # 삭제 답글

    (나..나도 구버죠)
  • MATARAEL 2004/11/12 10:13 # 답글

    septi, 만년 > 공개된 장소에서 복제물 관련 이야기는 좀 자제하는게....

    현상님 > 언어의 압박이 사실 가장 큰 문제이긴 하죠. 던전 파트는 적당히 공략해 놓으면 어느정도 넘어갈 수 있다 쳐도 어드밴처 파트는 대책이 없고, 그러다 보면 동료들을 다 놓치게 될터이니;;

    hishono > 간만에 본 최강의 오타가 되겠습니다.
    (원래는 "アロマがうまいぜ")
  • li2th 2004/11/12 13:03 # 삭제 답글

    동경마인학원이던 전생학원이던 샤우트의 전작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1인칭 rpg에 던전탐사, 케릭터 디자인이 맘에 든다는 점에 시작한 게임인데 상당합니다. 개인적으로 강추...
    다만 위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편수가 짧아서 대충 미친듯이 달리다보면 정말 적당히 끝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직장인의 특성상 '부가적인 요소는 필요 없다, 엔딩을 향해 돌격, 될대로 되라, 운으로 산다'등의 정신상태로 플레이하다보니 중요한 이벤트는 다 지나가고 오렌지 스콘을 받아든 자신을 발견할수 있었죠... 아아 진드거니 잡고 플레이해보고 싶은 게임입니다만, 베데스다에서 제작중인 폴아웃 3라던가 엘더스크롤4 라던가 건그리폰 시리즈의 신작이라던가 시간이 정말 부족합니다.
  • MATARAEL 2004/11/14 20:36 # 답글

    li2th > 확실히 즐기는 스타일에 따라서 시간은 천차만별일 듯. 나처럼 모든 총을 모으려고 발악하는 인간은 90시간 간단히 넘어가기도 하고-_-
  • 오마케 2004/11/16 16:08 # 답글

    나에겐 이미 아련한 추억의 게임이로다.
    내가 강현 네놈에게 '이 게임 좀 해봐!' 라고 발악할때가
    기억나네. 너의 반응은 '나 하급생 2 하느라 바빠.' 이었던가.
  • MATARAEL 2004/11/17 11:07 # 답글

    오마케 > 하급생이라 하면 일단 인스톨한 후 디비디를 무릎으로 찍어 쪼개는 행위를 해야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소문이 들리던 그 게임 말인겝니까.
  • torizan 2004/11/17 23:32 # 삭제 답글

    음 이거 할때 강현이와 히나선생 얻기 위해 발악하던 기억이 떠오르는군. 결국 히나선생을 얻긴 했지만....
    간만에 본 명작 중의 하나로 꼽고 싶구만...
    아틀라스의 특성을 이어받은 탓인지 역시 <합체!!!>가 있다는 것도 중요하군 아이템 합체이긴 하지만..아니 조합이라 해야하나..개인적으로는 이쪽 설정집이나 공략집이라도 구해보고 싶음. 특히 음악도 전반적으로 재즈풍이라 참 마음에 들어서 음반도...뭐랄까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고 느낀바는 부신의 던젼에 진구지 스타일의 어드벤쳐와 마인학원의 시스템을 합친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
  • 만년 2004/12/10 23:23 # 삭제 답글

    진구지 좋아하고 구룡도 대박 빠졌지만 진구지와는 좀 무효 -ㅅ-;/
  • MATARAEL 2004/12/11 22:36 # 답글

    진구지는 안해봐서 모르겠습니다.
  • 쇼코라 2004/12/16 14:14 # 답글

    마인학원 계열은 그 '구 시대적(?)' 센스가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와~ 80년대다!! 열혈 청춘이다!!! 라면서 타오르게 된달까요.
  • 만년 2004/12/17 17:24 # 삭제 답글

    록포드경은 인디애나 존스의 패러디(?오마쥬?)
  • MATARAEL 2004/12/19 12:41 # 답글

    쇼코라님 > 그렇습니다. 클리셰란 것을 대단히 빈번하면서도 노련하게 활용하는 것이 구룡 뿐만이 마인학원 시리즈 자체의 특징인 것 같더군요. 설령 그러한 80년대식 학원물, 모험물의 공식 등에 대한 제반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도 나름대로 통할 거라고 생각되는군요.

    참고로 본문에서 언급하는 것을 잊긴 했는데, 구룡요마학원의 각 화의 서브타이틀은 80년대 즈음 (어쩌면 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갈지도 모르겠습니다)에 인기를 끌었던 일종의 '소년모험소설'류의 작품들의 제목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이런 세세한 부분들 역시 구룡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 생각되는군요.

    만년 > 뭐 그런 셈이겠지. 인디애나 존스로 대표되는, 고대의 유적을 탐사하며 악당들과 싸우는 트래져 헌터들의 이미지를 따온게 록포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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