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즈 앤 판처 극장판 - 카츄샤의 활약

걸판 극장판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단위 시간 내 정보량이 대단히 많다' 라는 점입니다. 캐릭터들의 행동, 전차의 기동, 전술, 소품, 배경 등 다양한 내용이 집요할 정도로 빽빽하게 차 있다 보니.... 물론 큰 흐름을 이해하는데 문제는 없고 그 정도로도 충분히 즐길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한두번 보는 정도로 그 모든 디테일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요.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코어한 팬들인 걸판 아저씨들은 이러한 특징을 "여러 번 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구나!" 하고 기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것 또한 장기흥행의 원동력 중 하나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여튼 이러한 특성 탓인지 첫 감상 후에는 이미 티비판을 시청한 분들조차도 "전황이 어떻게 흘러간건지 도통 모르겠다" "누가 어디서 뭘 하는지 헷갈린다" 등의 감상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자주 나오는 의견이 "카츄샤는 도대체 뭘 했냐?" 입니다. 사실 저도 첫 관람 후 비슷한 생각을 떠올리긴 했는데요, 두체나 미카처럼 눈에 확 띄는 포인트가 없다 보니 이럴거면 굳이 프라우다 전원이 희생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하지만 2주차 이후, 그리고 BD로 느긋하게 돌려보기 시작하면서 그러한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그렇게 생각이 바뀌게 된 포인트에 대해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친선시합 쪽에서 카츄샤의 움직임을 잠깐 정리해볼까요.

골목길에서 4호전차를 추적하는 장면입니다. 잘 보면 순간적으로 자신의 차량을 우측으로 붙여서 사선을 확보한 뒤 뒤쪽을 향해 수신호를 보내서 후방차량의 사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승부를 결정지은 장면. 다질링의 요청에 따라 계단을 올라가는 처칠의 방패가 되어 마지막 일격의 기회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합니다. 실은 계단 아래 쪽에서는 논나의 IS-2가 후속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덤으로 빗나가긴 했지만 약 1초에 불과한 시간 동안에 재장전을 완료해놓는, 유카리의 물오른 장전 솜씨에도 덤으로 박수를 보내줍시다)

기존의 TV판에서 보여주던 것과 달리 각 차량의 유기적인 연계도 신경 쓰고 필요하다면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만큼 나름대로 성장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대학선발전.

1차 조우전에서 함정에 빠져서 동료들을 잃고 패주할 수밖에 없던 카츄샤이지만, 유원지 전투에 돌입하면서부터는 수수하지만 착실하게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1. 님쪽 정문 미끼조 돌파

대학선발팀의 성동격서가 드러나고 남쪽 정문 미끼조 규모가 확인되자 그 의도를 읽고 바로 돌파를 제안. 마호 - 에리카와 함께 물흐르는 듯한 연계로 적을 격파합니다.
BD 코멘터리 공인 '나 네살이야' 짤 (...)


이 판단 덕분에 중전차 팀은 비교적 빨리 정문을 이탈하여 본대에 합류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아리스는 그것마저도 읽고 있었지만....


2. 제로니모 작전
관람차 선배의 대활약 이후 난전이 시작되면서 서부극 세트장에 돌입한 프라우다-오아라이 혼성 팀은 퍼싱 추격대에게 3면으로 포위당해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러나 카츄샤는 주변의 건물들이 세트장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전차로 돌파하면서 적의 의표를 찌르는 전술을 지시하면서 돌파구를 찾아냅니다.
이 시점에서 카츄샤의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건물을 뚫고 나와 적의 뒤를 기습한 레오폰팀은 과감한 기동으로 첫 번째 퍼싱을 격파하는데 성공하지만, 무리한 움직임 때문에 취약한 후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함께 따라온 개미핥기팀이 뒤의 2번째 퍼싱을 잡아줘야 했으나 빗나가버렸고, 3식은 일본군 전차인 만큼 방어력은 보잘것 없습니다. 퍼싱의 반격에 따라 한 대는 확실히 격파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여기서 카츄샤는 T-34 의 방어력을 믿고 신속하게 끼어들어서 퍼싱의 포격을 튕겨내 아군을 보호합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포탑을 후방 조준 상태로 유지한 뒤
뒤따라 온 3번째 퍼싱을 즉각 처리하여 후방의 위협을 배제합니다.

이후는 태세를 정비한 개미핥기팀이 2번째 퍼싱을 격파하면서 서부극 전투는 완승으로 끝납니다. 화려하거나 기발하지는 않기에 쉽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발상의 전환과 정확한 판단을 통한 건실한 운용이 이끌어낸 승리인 것이지요.


3. 중대장 트리오 추격

귀신같은 연계 플레이로 선더스 팀을 전멸시키고 (ㅜㅠ) 아리스와 합류하기 위해 질주하는 중대장 3인조. 1차 저지에 실패한 후 레오폰팀은 속력이 딸리는 상황에서 따라잡기 위하여 슬립 스트림을 제안합니다. 뜬금없는 레이싱 용어 등장에 에리카는 당연하게도 뭔소리야? 하는 반응이지만, 카츄샤는 즉시 그 의도를 이해하고 맞춰주는 영민함을 보여줍니다.


4. 루미 격파

선더스 팀을 전멸시키는 장면에서 보여준 대로, 닌자같은 기동을 구사하는 중대장 트리오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 상대를 확실하게 잡기 위하여, 포르셰 티거의 초가속으로 상대가 당황한 사이 카츄샤는 과감하게 파고들면서
루미 차량을 들이받아 기동력을 봉쇄한 뒤 에리카가 일격을 날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비록 아쉽게도 직후에 반격을 당해 탈락하지만, 사실상 2 vs 3 상태에서 화력, 기동력이 우월한 상대를 가까스로 따라잡은 상황을 고려하면, 그리고 부대장 3인조가 완전한 상태로 아리스와 합류했을 경우 니시즈미 자매의 콤비네이션으로도 승리를 거두는 것은 힘들었을 거라는 점을 생각하면 실로 훌륭한 전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덤으로 여기까지 카츄샤가 내린 중요한 판단 두 가지를 돌이켜보면 재미있는 걸 알 수 있는데요.

- 세트장은 전차로 뚫어버리면 된다
- 기동성이 우수한 상대는 들이받아 움직임을 봉쇄한다

네, 바로 최후 결전에서 아리스가 회전목마를 뚫고 나와 미호를 격파 직전까지 몰아붙였을 때 사용한 전법입니다.


이렇게 다시 짚어보고 있으면, 결국 초반의 프라우다 팀원들의 돌격은 맹목적인 숭배나 과보호가 아닌 대장의 실력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이해로부터 나온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납득하게 됩니다. 사실 이 장면은 전쟁영화의 클리셰를 갖고온 장황하면서도 우아한 개그라는 성향이 강합니다만, 이제는 웬지 그 비장감에 함께 취해보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습니까?
(사실 러시아어로 외치고 있으니 비장감이 +200%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보너스
오아라이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환호성을 외치는 동료들 가운데.... 그 성깔 있는 에리카를 논나 대용으로 길들이고 올라타고 있다는 점에서도 카츄샤 대장님 카리스마는 역시 대단하다 할 수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역시 에리카는 상냥한 아이' 설 쪽을 밀어주셔도 괜찮습니다)




P.S 그러고보니 은근히 궁금한 건 관람차 선배 ~ 최종전 사이에 마호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가? 인데..... 너무 강해서 다른 멤버들 활약을 뺏어버릴까봐 밸런스 패치 당한 걸까요.


P.S2 그러고보니 이걸 빼먹고 있었군요. 역시 화려한 활약이라고 하긴 좀 뭣하지만.......

관람차 선배의 활약 덕분에 포위망에 생긴 구멍으로 잽싸게 빠져나가는 오아라이 팀. 혼란에 빠져있던 대학선발 퍼싱 중 2대가 뒤늦게 태세를 바로잡고 추격에 나서려는 순간.
포탑을 노린 두 방의 포격이 퍼싱들을 아래 쪽으로 떨궈버립니다. 무리하게 격파를 노리기보다는 효과적인 타격으로 아군의 뒤통수를 지킨 이 멋진 공격은 카츄샤와 마호의 작품이죠.


덧글

  • 무명병사 2016/08/17 00:09 # 답글

    홍조를 띄고 있는 걸 보니 전 '사실은 새침부끄' 설을 더 밀겠습니다.
    물론 자기가 인정한 사람한테 한해서.
  • MATARAEL 2016/08/17 10:12 #

    메이저한 커플링 이론에 따르자면 "이게 미호였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두근두근)" 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벨제브브 2016/08/17 00:10 # 답글

    엌ㅋㅋㅋㅋ저기서 수신호까지 보내고 있는 줄은 몰랐네요ㅋㅋㅋㅋ제작진 이 녀석들 참ㅋㅋㅋㅋ
  • MATARAEL 2016/08/17 10:13 #

    그 외에도 차장들이 깨알같은 행동을 보여줍니다. 두체가 GPS 역을 맡기라고 장담할 때 밑을 자나가면서 손을 흔드는 미포링이라든지....
  • 무지개빛 미카 2016/08/17 00:36 # 답글

    분명히 능력 없는 건 절대 아닌데....

    PS: 1. 님쪽 정문 미끼조 돌파

    대학선발팀의 성동격서가 드러나고 남쪽 정문 미끼조 규모가 확인되자 그 의도를 읽고 바로 돌파를 제안. 미호 - 에리카와 함께 물흐르는 듯한 연계로 적을 격파합니다.

    오타수정 하겠습니다.

    1. 남쪽 정문 미끼조 돌파

    대학선발팀의 성동격서가 드러나고 남쪽 정문 미끼조 규모가 확인되자 그 의도를 읽고 바로 돌파를 제안. 마호 - 에리카와 함께 물흐르는 듯한 연계로 적을 격파합니다.
  • MATARAEL 2016/08/17 10:14 #

    오해입니다. 그저 미호 - 에리카 콤비네이션을 보고 싶은 마음에 그만 .... (거짓말입니다)
  • windxellos 2016/08/17 00:51 # 답글

    카츄샤는 말씀대로 꽤 괜찮은 활약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학선발팀과의 전투에서 제일 취급이 안 좋았던 건 선더스 아니었나 싶네요. 파이어플라이의 1킬 1어시 말고는 눈에 띄는 활약이 별로 없어서;

    케이가 사실상 전력이 거의 안 되는 치하땅의 6량을 다 받아 그걸로 한쪽 날개를 맡아서 퍼싱 떼거리를 막아내는 역할을 잠시나마 수행했다는 게 그나마 감안해 줄 만한 부분 아니었나 싶습니다.
  • ㅇㅇ 2016/08/17 02:47 # 삭제

    케이는 대신 오아라이 차량을 공수해주는 역할을 가져갔기에..
  • MATARAEL 2016/08/17 10:17 #

    마지막에 전투력 측정기 취급까지 받는걸 보면 참 딱하긴 했지요....

    관람차 선배의 궤도를 적절하게 수정한 파이어플라이의 회심의 한발도 잊지 말아주세요!
  • windxellos 2016/08/17 13:33 #

    이러나저러나 결국 사격으로 활약한 건 파이어플라이뿐이군요.(눈물)
  • MATARAEL 2016/08/18 21:51 #

    음.... 그렇다고는 해도 선더스의 역할 역시 좀 저평가 받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요, 다음에는 이 부분도 한번 다뤄볼까요.
  • 나이브스 2016/08/17 10:34 # 답글

    역시 카츄샤
  • MATARAEL 2016/08/17 11:11 #

    그간 불순분자들 사이에서 퍼지던 카츄샤 동지의 지도력에 대한 의심 섞인 음모론이 이것으로 해소되길 바랍니다.
  • 냥이 2016/08/17 12:23 # 답글

    기동성 좋은 전차는 들이 받는다. 를 다시 보면...전차 충각?
  • MATARAEL 2016/08/17 12:52 #

    대전차 충각술은 붉은 군대의 유서깊은 전통입니다!

    http://flager8.egloos.com/2109666
  • 후로에 2016/08/17 22:31 # 답글

    걸판 극장판은 파고 또 파도 분석해서 볼 여지가 많은 작품이군요.
    저는 문외한이라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시는 분들 덕분에 무릎을 탁치고 갑니다.
    ...요즘 들어서 지휘관으로서의 카츄샤를 재평가 중입니다.
  • MATARAEL 2016/08/18 22:27 #

    사실 첫 감상 때 저도 같은 오해를 하고 있었다 보니, 국내 상영 초기에 바닥까지 내려갔던 카츄샤의 주가가 이제야 좀 회복되고 있는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 R쟈쟈 2016/08/17 23:46 # 답글

    카츄샤가 머리는 좋은데.....그노무 성질머리하고 성질머리가 작전에 개입한다는게 개인적으로는 그렇더군요.

  • MATARAEL 2016/08/18 21:53 #

    성깔 있는 카츄샤 VS 사람 좋은 니시 대장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 후로에 2016/08/18 21:58 #

    ...카츄샤는 팀원들을 갈구지만
    니시 양은 팀원을 죽음으로 몰고 갑니다....
  • R쟈쟈 2016/08/18 22:16 #

    아니 왜 비교대상이 니시냐구요(버럭)

    차라리 비교 선택지에 안쵸비나 다즐링을 넣어주십쇼.
  • 무지개빛 미카 2016/08/19 20:38 #

    확실히 암만 생각해도 니시 대장 밑에서는 지휘받고 싶지 않네요.

    후퇴를 자기 멋대로 돌격으로 필터링해서 소련전차 앞으로 닥돌하는 지휘관하고는 인연맺고 싶지 않습니다. (엄격,진지)
  • MATARAEL 2016/08/19 22:50 #

    어허~ 여러분 너무 심각해지시는 것 같은데 이럴 때는 선더스의 게이... 아니 케이 대장님의 한 마디를 떠올려 봅시다.

    "That's 전차도! 이건 전쟁이 아냐"

    하는 김에 계속고교 미카씨의 한 마디도 떠올려 봅시다.

    "그건 전차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일까?" (띠리링)

    마지막으로 전투에서 지고도 활짝 웃으며 축하해주던 두체와 안치오 고교 여러분들의 모습을 머릿 속에 그려봅시다. 그래요, 꼭 승패만이 전부는 아니지요!

    (어째 처음하고 논지가 달라진 것 같지만 기분 탓일 겁니다)
  • 곰돌군 2016/08/19 15:43 # 답글

    과거편 까지 돌아보면 카츄샤는 굉장히 능력있는 대장이지요. 사실 카츄샤랑 논나가 입학하기 전에는
    지금정도의 우승권 팀이 아니었던 것도 있고.. (전차는 좋은대 부대원들 역량이..)
    꽤 제멋대로인 점은 있지만 전차도 자체에 대해선 상당히 진지한 편이고 조금 자신감이 지나치다
    보니 잔 실수가 있긴 하지만 신경질 적이긴 해도 부원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편이고 종합적인 지휘
    능력 자체는 미호나 다즐링에게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다고 생각해요.
  • MATARAEL 2016/08/19 22:46 #

    굳이 과거편까지 가지 않더라도 TV판-극장판만으로도 작년 대회 우승자다운 실력이 있지요. 좀 성깔이 있고 자만하기 쉬운 점 있고 꼬맹이라는 점에 컴플렉스가 있고 등등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 도미안 2016/08/24 19:07 # 삭제 답글

    이 글 보고 극장판을 다시 봤더니 이 애가 진짜 대장이긴 하구나 싶어지더군요. 특히 제로니모 작전때 조용하면서 신속한 판단력은 소름이 돋았습니다 (2번째 볼때까지 진행속도도 빠르고 애도 작아서 안보였던게 함정)



    엄마 품을 떠나서 성장한 아이...
  • MATARAEL 2016/08/29 09:19 #

    어허 아직 시집도 안 간 꽃다운 나이의 처녀를 엄마라고 부르면 논나양이 무척 기뻐하실 겁니다.

    .....음?
  • 누리소콧 2016/08/28 21:16 # 답글

    진짜 시간과 예산만 주어졌다면 모든 대장들의 능력을 다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ㅠ
  • MATARAEL 2016/08/29 09:20 #

    그런데 등장인물들이 워낙 많다 보니 그런 식으로 했다간 오히려 이야기가 지나치게 산만해졌을테니 어쩔 수 없는 부분 같습니다. 지금도 처음 보는 분들은 이게 대체 뭔소리 하는건지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감상이 많으니까요.
  • ssons 2017/10/24 10:53 # 삭제 답글

    첫 짤이세 포구화염으로 사망
댓글 입력 영역


Contact

사교의 관 web 폐쇄

PSN ID: Salamis_k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