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아라는 남자를 알고 있는가? (2/2) - 샤아가 로리콘이라고?

샤아라는 남자를 알고 있는가? (1/2) - 역량에 대해


결국 해를 넘겨서 쓰게 되는 샤아 이야기 2편.

우주세기 건담 팬 모두가 함께 즐기는 놀이가 되어버린 샤아 놀려먹기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 샤아 로리콘설이다. 이는 굳이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포함 전세계 서브컬처 팬덤에 통틀어 널리 퍼져있는 인식으로, 종종 타 게임에서도 붉은색 = 3배 빠름 = 로리콘 이라는 패러디가 나올 정도이다.


오늘도 내가 건담에 대해서 좀 아는데~ 하는 분들이 열심히 썰을 풀어대고 있다.


그런데, 건담 원작에서의 샤아는 정말로 어린 여자에게 환장하는 소아성애자인 걸까?


좀 더 자세히 말씀 드리자면

인터넷 유머 짤이랑 위키만 보고는
건담을 이해했다고 착각하니 그런 썰에 휘둘리죠



그렇다면 이러한 썰은 어떻게 퍼지게 된 것일까.

사실 원작을 기반으로 말해보자면, 샤아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이 어린 여성에게 이성으로 호감을 표시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고 오히려 레코아나 나나이와 같은 원숙한 여성을 선호했다. 다만 그 카리스마 덕분에 어린 여성 캐릭터들이 샤아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한 일이 많았고, 당시의 건담 팬들 사이에서 이를 소재로 한 농담이 퍼지면서 어느새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바로 앞의 글에서 말한 '밈이 오리지널을 잡아먹는다' 라는 현상이다.


과연 속칭 '샤아의 여자들'은 실제로는 어떠한 관계였을까.

1. 라라아 슨
샤아가 관계를 갖던 시점의 나이가 가장 어린 여성이 이 라라아 슨으로, 1년전쟁 당시 한국 나이로 18세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시절의 샤아는 21세로, 말하자면 대학교 2학년 남자와 고등학교 2학년 여자의 교제라 할 수 있는데 고작 3세 차이 갖고 소아성애 운운하는 것은 이상한 이야기일 것이다.

사실 이 나이 배치는 당시의 전통적인 남성향 연애물(메존일각, 러프 등) 구도에서 주인공으로부터 히로인을 채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안겨주는, 연상의 잘생기고 노련한 라이벌 남성의 나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물론 현대의 대한민국에서 이 나이차 커플이 육체관계를 가지면 경찰이 출★동)


라라아 사후에도 그녀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마지막에 "라라아가 자신의 어머니가 되어줬을지도 모른다"는 발언까지 하는 건, 그전부터 계속 묘사되어온 상실감에 더해 마더컴플렉스에 기인한 미성숙함을 드러내는 장면이긴 하지만 기계적으로 30대 남자가 10대 여자애를 탐한다는 식으로 몰고가는 건 그냥 억지로 끼워맞추기. 물론 저런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건 좀 많이 주책이긴 하다... 엑시즈 낙하시의 고열로 죽기 직전의 착란상태에서 일생의 라이벌 앞이기에 오히려 나올 수 있었던 깊숙한 본심이 아니었을까.


2. 레코아 론도
크와트로 시절 샤아의 교제 상대. 다만 그녀를 제대로 이해하고 보듬어주지 못한 결과 레코아는 시로코를 선택하게 되고 이는 샤아라는 인물이 본질적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인간적 한계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참고로 이때 분노한 까미유의 펀치를 맞고 쓰러진 샤아가 레코아가 키우던 선인장에 꽃이 핀 것을 보고 중얼거리는 대사는, 레코아를 잃은 것, 자신의 잘못을 비로소 실감하는 함축적인 명대사이지만 현실은 그냥 이상한 소리 하는 아저씨라고 까일 뿐이죠.

3. 하만 칸
나왔다- 샤아 로리콘썰의 1차 공로자!
제타건담에서 나온 이 장면은 팬들의 이런저런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둘이 사귀었나?' '무려 8살 연하에 15살도 안된 애를....' '샤아 네이놈!!' 하는 식으로 샤아 로리콘썰의 장대한 역사(?)가 시작된 것이었다.


그런데 알고 있는가. 작중에서 샤아와 하만의 남녀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두 사람이 한때 엑시즈에서 정치적으로 동지이자 개인적으로도 친한 사이였다는 것, 그리고 하만이 샤아에 대해서 애정에 가까운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는 점까지는 극중에서 명확하게 묘사되고 있다. 다만 샤아가 하만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옛 연인을 대하는 태도라고는 도통 찾아볼수가 없다. 어디까지나 노선을 갈라선 옛 동지를 대하는 태도이며, 위의 저 사진을 보더라도 하만이 샤아에게 가진 호감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반면 샤아 쪽은 어정쩡하게 몸을 빼고 있어서 '이거 샤아 팬인 하만이 합성한 것 같아서 슬프다' 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

액시즈 시절 샤아의 행적을 그린 코믹스 '젊은 혜성의 초상' 쪽은 외전 코믹 계열이라서 공식 설정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이지만, 여기서도 두 사람의 관계는 하만 쪽이 샤아에게 일방적인 동경을 품는 반면 샤아는 하만을 이성으로 보지 않으며 결국 다른 여성과 맺어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아니 근대 애초에 둘이 연인관계였다 쳐도 샤아가 하만을 갖고 놀다 버린게 1차 네오지온 항쟁의 원인이라는 건 너무 얄팍한 상상 아닌지? 자비가 충성파의 중심인 마하라자 칸의 후계자인 하만이 MAKE 자비가 GREAT AGAIN 을 내세우면서 전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운명이었고, 샤아 입장에서 자비가든 하만이든 아버지 지온 즘 다이쿤의 이상을 좀먹는 찬탈자이기에 둘은 대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어린 나이에 액시즈 권력을 휘어잡을 정도의 걸물이자 야심가인 하만을 고작 '남자한테 버림받고 비뚤어져서 전쟁 일으켰다' 라고 해석하는 건 하만에 대한 과소평가 아닌가.


3. 나나이 미겔
2차 네오지온 항쟁에서 네오지온 총수가 된 샤아의 심복이자 애인. 규네이는 샤아가 주변에 보여주려고 나나이와 사귀는 척 하고 있다는 소문을 언급하지만, 실제로 작중 표현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게 나나이가 이야기를 끝내고 물러난 후에도 그녀가 있던 쪽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いい子だ…" 라고 중얼거리는 등 곳곳에서 애정을 표시하고는 한다.

다만 아무로와의 결전에 끼어들지 말라고 하는 등 레코아 시절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마음을 터놓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 결국 샤아는 라라아 이후의 모든 여성에게 대해서 그런 태도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4. 퀘스 파라야
나왔다- 샤아 로리콘 썰의 2차 공로자!

샤아가 퀘스의 비극에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소아성애자라서가 아니라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어린애를 전쟁터로 내보냈기 때문. 샤아가 퀘스를 이성으로 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다시 한번 역습의 샤아를 정주행하기를 바란다. (건담인포 공식 유튜브에서도 가끔 무료 공개해준다)

작중에서 샤아는 퀘스가 자신에게 품는 동경과 호의에 응하는 시늉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녀를 단순히 전쟁에 써먹기 위한 기계로만 취급하고 있을 뿐, 일말의 애정도 없다는 점은 여러 장면에서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건 이거 나름대로 나쁜 놈이긴 하지만 카테고리가 다른 나쁜놈) 애초에 그런 목적 외에 퀘스라는 인간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으니까 최종 국면에서 아무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퀘스가 아버지 역할을 해줄 사람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고, 그런 점이 레코아를 잃던 시기에서 전혀 성장한 게 없는 한심한 부분.

실은 앞의 나나이 발언도 그렇고, 샤아가 로리콘이니 퀘스를 노리고 있다느니 식의 이야기는 죄다 퀘스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조바심과 질투에 가득찬 규네이로부터 나온 사심 가득찬 발언인데 이걸 오피셜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세줄 요약해보자면.

샤아라는 인물이 깔 만한 부분 많긴 한데 로리콘 운운은 근거없는 이야기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으면 인터넷 썰 말고 원작을 보고 이야기 하자.
드립치면서 노는 것도 좋은데 없는 사실 창작하진 맙시다.



아무리 그래도 우주세기 비극의 절반이 샤아가 아랫도리 잘못 돌린 탓 운운은 좀 너무하지 않나....


덧글

  • 잠본이 2019/02/16 23:25 # 답글

    여자의 적이란 점에선 변함이 없지만 확실히 로리콘은 모함이네요(...)
    규네이 네가 범인이었구나!
  • MATARAEL 2019/02/17 10:10 #

    아예 작중에서 대놓고 언급한 거는 규네이놈이 최초.....

    아무리 제작자 쪽에서 '이거는 질투심 때문에 아무 이야기나 주워섬기는거야" 라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심어놓아도 받아들이는 측에서는 해당 표현만 기억에 남는 법이긴 하죠.
  • 로그온티어 2019/02/16 23:48 # 답글

    전 샤아와 건담을 모릅니다만 알버트 웨스커 같이 생겼군요
  • MATARAEL 2019/02/17 10:10 #

    올빽머리만 아니었어도....
  • 궁굼이 2019/02/17 00:13 # 답글

    재미로 로리콘 케릭터 씌우는건 재미는 있는데
    진짜로 로리콘이라고 믿어버리면 참 보기에 뭐하죠...

    심지어 그런 사람들한테 설명해도 자기가 더 건담를 잘 안다는 식으로 나오면...
  • MATARAEL 2019/02/17 10:14 #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다 보니 여기저기서 언급도 많이 되고, 그러다보면 원래 내용과 동떨어전 자료들도 양산되고, 그런거 열심히 보다 보면 웬지 나도 작품 전체 다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알고 있는 지식은 엉망이고..... 유명작품이 짊어지는 숙명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궁굼이 2019/02/17 11:15 #

    2차 창작으로 먼저 접하면 그런 경우가 많아지더라고요...계속 작품에 해당 케릭이 나오면 그런 2차 창작 설정을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던데 일단 샤아는 퇴장해버려서...
  • 지녀 2019/02/17 01:56 # 답글

    뭐 최근 SNS에서 건담 이야기 하는 사람 중에 UC 정주행 한 번이라도 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런 분들은 이제 40이 넘으셨... 제가 30대 중반인데 거의 UC 정주행한 마지막 세대에 가깝지 않나 생각하거든요.
  • MATARAEL 2019/02/17 10:20 #

    뭐 근데 정주행 했다고 안심인 건 아니라서요.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사람의 기억이란 게 참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원작 다 봤더라도 이후에 양산되는 왜곡된 자료들을 자꾸 접하다 보면 기억도 거기 맞춰서 왜곡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경우만 해도 다들 너무 자신있게 샤아 로리콘 이야기를 해대길래 실은 진짜로 그게 맞는게 아닐까 하고 혼란스러워져서 재검증 하느라 이것저것 한참을 들여다봐야 했습니다.
  • jei 2019/02/17 19:48 # 삭제 답글

    진짜로 샤아가 로리콘이라고 믿는사람이 있나보군요..
    건담 시리즈 다도 아니고 몇개만 봐도 알수있는건데..(하다못해 역습의 샤야만 봐도 알수있잖아요?)
  • MATARAEL 2019/02/19 09:39 #

    위에서도 말씀 드린 것처럼 사람의 기억, 인식능력이란게 생각보다 허술하기 때문에, 이미 원작을 본 상태건 새로 보건 간에 본인이 의식해서 검증을 하지 않는 한 주변에 퍼진 정보에 휩쓸려가는 것을 피하기가 어렵지요.

    나무위키처럼 주관적인 서술이 도배된 곳에서 작성된 정보를 접할 때 비판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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