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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본래 레이싱 게임이라는 장르에는 거의 손을 안 대는 편입니다. 자동차라는 기계는 확실히 매력적이긴 합니다만, 그걸 막상 직접 -현실에서건 게임에서건- 운전한다고 하면 흥미보다는 귀찮다는 생각이 떠오르거든요. 게다가 손과 반사신경이 좀 둔하다보니 (=발컨이다보니) 긴 시간 동안 미묘한 컨트롤을 집중해서 유지해야 하는 레이싱은 영 체질에 맞지가 않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사라져가게 되었습니다. 로드 파이터부터 아웃 런, 버철 레이싱 등등을 거쳐서 레이싱 게임이 발전을 거듭하건 말건 거들떠보지도 않던 제가 이 장르의 게임을 처음으로 진득하게 붙잡아보게 된 것은 플레이 스테이션 시기에 이르러서였습니다. ![]() 남코의 레이싱 게임 릿지 레이서 시리즈 중에서도 빛나는 명작인 릿지레이서 4, 통칭 R4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NDSL과는 관계 없습니다) 계기는 단순합니다. 집에 자주 놀러오던 친구 한 명이 이걸 들고와서 너무 재밌게 하고 있길래, 한가하던 김에 잡아본 것이지요. 화제가 되었던 오프닝 영상, 시원스럽게 죽죽 미끄러져나가는 드리프트의 쾌감을 비롯해 초심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조작감각, 센스있는 인터페이스 화면, 친구의 평을 빌자면 사이버포뮬러스러운(;; ) 단순상큼한 스토리, 게임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배경음악 등의 요소 등등 덕분에, 자신도 놀랄 정도로 R4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비록 하드 모드 초반의 벽을 넘지는 못하고 주저앉긴 했지만 레이싱 게임에 대해서, 그리고 남코라는 회사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었군요. 어쨌든 R4의 이지/노말 모드를 클리어하면서 기고만장해진 저는 기왕 이렇게 된 거 비슷한 시기에 나온 '그란투리스모'에도 도전해보기로 결심했고, 친구는 뜻모를 미소를 지어보이며 게임을 빌려줬습니다. 그렇게 한두 시간 정도 플레이 한 후. .....자신의 교만함을 겸허히 반성하며 게임을 반납했습니다. 기초교습단계부터 착실하게 가르쳐나가는 이 작품에서 이전까지의 '대충대충'은 먹히지가 않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더 달라붙어봤으면 뭔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다른 할 게임도 많던 시절이다보니 더 빨리 질린 것 같네요. 그 이후로도 릿지레이서 후속작이라던지,WRC라던지 이런저런 레이싱 게임들을 접할 기회는 있었지만 슬쩍 돌려만 보고 마는데 그쳤습니다. 예외적으로 '충돌은 예절, 폭주는 일상'인 번아웃 시리즈만큼은 꾸준히 해 왔는데, 세밀한 컨트롤보다는 맹렬한 스피드감과 호쾌한 파괴에 비중을 둔 이 시리즈를 하다보니 전통적인 레이싱과는 더욱 거리가 멀어지게 되더군요. 그리고 PS3의 시대로 돌입했습니다. 2. 감동, 그란투리스모 5 이미 전에도 한번 말한 바 있지만, 이 '그란투리스모 5 프롤로그'는 가장 초기부터 설치했던 게임 중 하나였는데요. 사실 "앞에서 얼쩡거리는 놈들을 지옥으로 쳐박아주지 못하면 그게 무슨 재미냐" 라는 극렬번아웃주의에 물들어 있던 저는 애초에 이 게임을 제대로 할 생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차세대기의 깔끔한 그래픽을 보여주기 위한 데몬스트레이션용이라는 목적 쪽이 더 컸지요.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돌려보게 되면서, 이 게임에 홀딱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게임 자체로서라기보다는 시각적인 면에서. ![]()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비록 자동차나 레이싱에 대해서는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레이서 혼이 ( 그렇게 수년 만에 그란투리스모에 다시 본격적으로 도전해보게 되었습니다. 3. 험난한 입문 ![]() 처음에 주어지는 알량한 소지금으로 구입한 최초의 차량은 스즈키 카푸치노 95년형입니다. 뭐가 뭔지 모르다보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살 수 있는 차들 중에서 적당히 스포츠카처럼 보이는 차를 고른거죠 네. 하여튼 이 차를 몰고 상금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 레이스 중 최하위인 C클래스 중 하나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C클래스를 다 클리어하지 못하면 B클래스에는 접근도 못하긴 합니다) ".........." (드드드드드) <- 벽에 긁어대는 중 "어, 어. 어.....왜 안 돌아 !" (와당탕) <- 코너를 못 돌고 벽에 호되게 들이받고 있음 "안돼애애-!" <- 모래밭 한가운데로 돌입한 뒤 제자리 360도 회전 중 그리고 영광의 16 / 16위 달성. ......역시 만만치가 않습니다. 당연하게도 코너에서 가볍게 틀어주는 정도로는 번아웃처럼 시원하게 드리프트를 해주거나 그러진 않는군요. 게다가 코너에서 빠져나갈 기술이 없으면 직선에서라도 거리를 벌어야 하는데, 이 앙증맞은 카푸치노로는 따라잡기도 벅찰 정도입니다. 어떻게 넘어야 할지 짐작도 안가는 거대한 벽 앞에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압도적으로 좋은 차가 있으면 코너에서 아무리 삽질을 해도 우격다짐으로 따돌릴 수 있다는 말이잖아요? 그런 고로 일단 열나게 돈을 모아서 졸라짱쎈 자동차를 하나 마련한 뒤 그걸로 다 밟아주겠다는 비뚤어진 야망을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전 어떤 게임에서건 노가다를 신성시합니다- 우승은 커녕 순위권에도 못 들다보니 참가상으로 받는 푼돈이 수입의 전부이지만, 어쨌든 목표금액을 마련하기 위해서 같은 트랙을 달리고 또 달립니다. 미소녀 안드로이드가 나오는 모 개그만화의 "이상하네, 인간들은 이렇게 똑같은 길을 갯강구처럼 빙글빙글 도는게 뭐가 재밌다고 그러지?"(폭언) 라는 대사가 떠오르는 와중에도 달립니다. 열심히 달리다보니 어쨌든 요령이 붙어서 순위도 16/16위에서 10/16위로 상승도 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한푼 두푼 돈은 쌓여가고, 마침내 비장의 신병기를 입수하였습니다. 4. 질주하는 숙녀 ![]() '닛산 페어레이디 Z' 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었습니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후지시마 쿄스케의 만화 '체포하겠다'에서 주인공들이 위법 레이스를 추적하기 위해 고속도로 교통경찰대로부터 경찰차 버전의 페어레이디 Z를 빌려오는 장면이 나왔거든요. 그 장면을 보고 '뭔지 모르겠지만 좋은 차인가 보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던 게 지금까지 남아있더라는 사소한 유래가 되겠습니다. (물론 그 동안 세월이 많이 지나면서 당시의 곡선이 돋보이는 디자인과는 많이 달라지긴 했습니다) 어쨌든 Premium Passionate Orange 색깔이 엄청나게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라인의 페어레이디를 몰게 되자 천하를 손에 쥔 기분입니다. 경쟁차들이 죄다 골프나 스위프트 정도인 레이스에서 300마력이 넘는 차를 몰고 나오긴 했지만, CPU를 상대로 부끄러움 따위는 느끼지 않습니다. 곧바로 C 클래스의 무제한급 레이스 계열에 참가해서는 성능빨로 1위를 휩쓸어버렸죠. 고성능의 차량이니만큼 훨씬 빠를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던 부분이지만, 코너를 돌 때에도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카푸치노로 달릴 때는 훨씬 낮은 속도에서도 주체를 못하고 코너 바깥쪽을 들이받기가 일쑤였는데요. 페어레이디 Z는 훨씬 고속으로 달리면서도 핸들을 바싹 틀어주기만 하면 충돌 없이 깔끔하게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이래저래 컨트롤하기가 수월하다는 느낌이 팍 오는게, 역시 노가다해서 비싼 차를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은 이 차는 지금까지의 플레이에서 가장 많은 시간 동안 몰았던 차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페어레이디 Z의 천하는 3일... 아니 3개의 C랭크 무제한급 레이스를 클리어한 후 끝났습니다. 성능으로 밀어붙이는 꽁수가 통하지 않는, 참가차종 제한 레이스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계속)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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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PSY님 > 저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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